백만불짜리 다리 예쁜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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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불짜리 다리 예쁜 할머니
  • 김인자
  • 승인 2016.05.03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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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그림책벤치의 할머니들
오후 네 시.
사랑터에서 돌아오시는 심계옥할무니 마중하고 들어오는 길. 할무니들 목소리가 들린다. 그림책벤치에서다.
심계옥엄니를 집에 모시고 들어와 옷을 갈아입혀드리는 동안 마음이 바쁘다. 할무니들 고새 들어 가셨으면 우짜지.마음졸이며 서둘러 심계옥엄니를 챙기고 그림책벤치에 나왔다.
좀 있으면 비도 온다고 그랬는데.
들어가셨을라나? 엘리베이터가 꼭대기층까지 올라가있다. 급한 마음에 냅따 계단으로 뛰었다. 울할무니들 집에 들어가지않게 해주세요. 기도하면서 계단으로 뛰어 내려오는길. 구름위를 걷는거 같다.

하...다행이시다. 울 할무니들 아직 그자리에 고대로 계셨다.
그림책벤치에 보라돌이 할무니, 붕붕카할무니, 쩍벌려할무니, 양말할머니 그리고 백만불짜리 다리할머니가 도란도란 이야기중이시다.

"할무니 ~~~"
"아고, 울 이쁜 선상님 나왔나? 근데 얼굴이 왜 이렇게 ?푸석푸석해?"
쩍벌려 할무니가 얼굴을 쓰다듬으시며 걱정스레 물으신다.
"또 밤샜구만. 잠 좀 자라. 니 그러다 클난다." 양말할머니가 손을 끌어다 꼭 잡으신다.
"비올라구 그라지.~"
"이그, 비온다고 얼굴이 푸석푸석하다고? 선상님아, 비올라구 하믄 니도 여그 저그 막 쑤시나?"
"네,어후 막 쑤셔요."
과장스레 말하는 내게 보라돌이 할무니가 꼭 끌어 안아주신다.
"어느새 벌써 그람 으트게에..."

"할무니들,완전 보구 싶었어요."
"우리도 보구싶었다."

비가 한 두방울 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할머니, 비온다.~~~~언능 드가세요."
"답답해.집구석에 있으믄.
쏟아지믄 막 뛰어 들어갈끄야. 가서 잠바때기 하나 걸치고 또 나올거야." 쩍벌려할무니가 고개를 도리도리해가며 말씀하신다.
긴겨울동안 울할무니들 말씀이 많이 고프셨구나.
비가 오는데 진짜 조금씩 오고 있는데도 울 할무니들 집에 들어가실 생각들을 안하신다.

"혹시 우리 해피 못봤어?집나간지 이틀째다. 관리소가서 cc티비 돌려봐도 딱 요기까지밖에 안 보이고 내가 밤에 잠이 다 안온다."
백만불짜리 다리할무니가 강아지 해피를 잃어버리셔서 많이 속상하시다. 그래도 얼굴에 미소가 한 가득이신 할무니.
위가 아파 이십 년 전에 큰수술을 하고 죽다살아나셔서 왠만한 일엔 그저 허허 웃으신단다.
잃어버린 강아지 해피가 누구 손탄거라면 이왕지사 좋은 주인 만났으면 좋겠다신다.

올해 여든이신 백만불짜리 다리할머니 몸매도 좋으시고 다리가 참 예쁘시다.
"할무니 마릴린먼로 다리같아여"
"마릴린먼로?나가 소시적에 오드리헵번 닮았단 소린 많이 들어봤다."
"하하 그랬어요, 할무니?진짜 그러셨을꺼 같아여."하고 말씀드리니 얼굴가득 함박웃음을 지으시는 백만불짜리 다리 할무니. 갑자기 치마를 확 걷어올려 다리를 보여주신다.
"옴마야,너무 섹쉬하세요. 할무니."
" 이뿌지이~ 내가 얼굴은 이렇게 쭈그렁방탱이로 늙었어도 다리는 안 늙었어."
진짜 다리가 하얗고 미끈하시다.
"할무니 내다리하고 바꿔요." 진짜로 백만불짜리 할무니다리가 내다리였음 좋겠다.
오랜만에 울 할무니들 만나서 행복한 비오는 저녁.
나 너무 너무 좋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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