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가 미디어 판굿을 올린 까닭은? -남구 구민의 날 경축 공연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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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가 미디어 판굿을 올린 까닭은? -남구 구민의 날 경축 공연을 보고
  • 김경수
  • 승인 2016.05.0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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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김경수/남구청 홍보팀장


<관객을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배꼽을 잡게 하는 김명자 창작판소리꾼. 미추댁(인천 남구의 여성 캐릭터)으로 나와서 집 나간 '남구' 씨를 찾고 있다.>


판굿은 한국 전통을 알리는 해외무대의 단골메뉴 중 하나다. 관객을 끌어당기는 흡인력과 예술성 면에서 모두 탁월, 주목을 받기에 ‘이보다 좋을 수는 없는’ 장르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도 67년만에 열린 ‘코리안시즌’의 최고 레퍼토리는 단연 굿을 다룬 창작극이었다. 제주 전통예술공연개발원 ‘마로’가 야심차게 선보인 ‘이어도’는 판굿과 민요가락에 특별히 미디어아트와 현대무용을 더해 호평을 받았다.


인천남구도 최근 ‘눈길 끄는’ 공연 한편을 기획, 주민들에게 초대장을 냈다. 장르가 다름아닌 판굿, 한발 더나가 미디어영상을 입혔다. 타이틀이 ‘i-미디어판굿’이다.


남구 구민의 날을 기념하는 공연으로 제작, 지난 4월29일 저녁 구청 대회의실 무대에 올렸다.


이에 앞서 남구는 보도자료를 통해 ‘미디어영상과 마당예술이 조화를 이룬 작품’ ‘지난 4년간 남구에서 이루어진 미디어창조체험 활동을 정리하고 앞으로 지향해나갈 i-미디어시티의 내용을 구민과 함께 공유하기 위한 무대’라고 홍보했다. 제목을 ‘남구는 요지경-집 나간 남구를 찾아서’라고 붙였다.


보도자료를 한 줄 더 들여다보면 여섯 무대로 구성한 공연에는 판소리, 샌드아트, 비보이그룹 미디어 퍼포먼스가 협연, 공연과 영상이 어우러진 미디어쇼라고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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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리 작가가 '남구는 요지경' 타이틀을 샌드아트로 표현하고 있다. >

그동안 전통과 현대, 무대예술과 시각예술 등 다양한 장르의 결합을 시도한 공연은 차고 넘치지만 이번에는 미디어영상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시작 전부터 기대감을 주는 공연이었다.


관객 입장에서 총평을 한다면 공연은 충분히 재미있었다. 여섯 마당을 끌어가는 판소리 소리꾼의 무대 주도권이 탁월, 시종일관 신명을 선사했다. 비보이 공연의 박진감, 샌드 아트의 색다름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마당마다 매번 스토리를 풍성하게 채워주는 미디어영상 역시 속도감을 더해 공연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서로 다른 장르가 각각의 메시지를 들고 들어와 하나의 이야기를 멋지게 완결했다. 즉 장르의 조화와 융합을 이뤄냈다는 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여기까지는 작품성에 대한 평가다.


이제부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공연이 갖는 의미에 대한 접근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작품은 집을 나간 남편 ‘남구씨’를 찾는 이야기다. 아내 역할을 맡은 소리꾼(미추댁)이 집나간 남편을 찾아달라고 동네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장면, 집나간 이유를 빗대 남구라는 도시를 보여주는 장면, 드디어 남편을 찾아 돌아오라고 호소하는 장면에서는 미디어를 주제로 한 영상이 등장한다. 이 때 영상은 극을 구성하는 도구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극의 스토리와 주제를 담은 실체다.


마무리는 미추댁과 남구씨의 화해로 ‘i-미디어시티’라는 아이가 태어나는 것으로 맺는다. 곧 남구라는 도시의 미래상에 대한 제시다.


창조도시를 지향해온 남구는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지혜로운 시민이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 ‘미디어’를 선택, ‘미디어를 통한 창조도시 만들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자기표현의 창조적 제작과정을 통해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1인 미디어’를 실현하는 미디어무브로 민주적 공동체성을 회복하겠다는 의지에서다.


그후 5년이 지났다. 미디어활동가 양성 교육에서 출발한 미디어무브는 남구소식을 영상으로 제작하는 시민리포터, 영상으로 주민이 소통하는 마을방송, 미디어를 가지고 노는 주민 주도의 동네잔치 주안미디어문화축제라는 성과물을 냈다.


일련의 양적인 축적을 기반으로 이제 질적인 전환을 하려한다. 미디어 창작 기반도시인 ‘i-미디어시티’ 로의 전환이다.


구민의 날 공연을 통해 주민들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 지점에 머무르고 있다. 판굿이라는 형식을 빌어 신명나게 놀되, 이 도시의 비전을 주민이 함께 공감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무대를 기획한 류이 예술감독이 “이번 공연에서 남구가 나아가야 할 i-미디어시티 비젼을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 주민들과 함께 즐기고 싶다”고 한 얘기가 마음에 와 닿는 건 그래서다.



<화려한 모션 그래픽과 함께 하는 미디어 퍼포먼스로 "나는 미디어다"를 표현하고 있는 생동감 비보이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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