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협곡, 빙하 연구를 위한 깊숙한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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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협곡, 빙하 연구를 위한 깊숙한 항해
  • 김연식
  • 승인 2016.05.1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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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아주 오래된 이야기 - 김연식 / 그린피스 항해사
<인천in>은 지난 3월21일 부터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의 에스페란자호 항해사 김연식씨(33)와 함께 <에스페란자의 위대한 항해>를 격주 연재합니다. 세계적인 환경감시 선박 에스페란자호에서 부딪치며 겪는 현장의 이야기를 우리 항해사의 눈으로 보여드립니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 남쪽에 위치한 파타고니아 협곡 빙하 현장에서 송고한 5회분을 연재합니다.




# 파타고니아!

뜻 모르는 낯선 말이지만 어감에서 은근한 설렘이 느껴진다. ‘고’자에서 왠지 고원의 대자연이 떠오르고, ‘니아’라는 말은 뭔가 새로운 세상을 말하는 것 같다. 앞의 두 음 ‘파타’는 세상의 벽을 타파한 파라다이스 느낌도 난다. 자, 정신 차리자. 우리말이 아니다. 이 지역 원주민의 언어다. 아무리 그럴싸하게 갖다 맞춘들 죄다 헛다리짚는 셈이다.

파타고니아는 남미 대륙의 38도 이남 지역, 그러니까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와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이남 지역이다. 어디든 사람이 많이 사는 수도는 기후가 좋다. 사람들이 남쪽으로 더 내려가지 않고 거기 모여 수도를 만든 것은 이남 지역이 살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파타고니아가 그런 곳이다. 극지방까지는 아니더라도 춥고 산세가 험하다. 연 평균 기온이 섭씨 5도에 불과하다.

미국인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하고, 또 그가 오스카 남우주연상 수상소감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언급해 전 세계인의 박수를 받은 영화 ‘레버넌트(Revenant, 2015)’도 이 지역에서 촬영했다. 그곳에 내가 간다니. 아마존이나 희망봉, 지중해, 수에즈운하 등 유명한 곳을 다 가봤지만 세상 어디보다 설렌다. 스크린의 설산이 눈에 선했다.

물론 우리는 놀러 가는 게 아니다. 연구자를 해안과 빙하로 안내하고, 그들의 안전을 위해 늘 살피고 대기해야 한다. 탐사대가 해안에 상륙하기 무난한 물길을 찾아야 한다. 오랜 협곡 항해는 위험하기까지 하다. 항해하는 내내 긴장으로 가득할 것이다. 그럼에도 설레는 것은 이 배를 타지 않고서는 평생가지 못할 곳에 가기 때문이고, 그렇게 미지의 세상을 찾아 나서는 것이 내가 꾸준히 승선하는 힘인 까닭이다.

칠레 발파라이소를 떠난 배는 파타고니아를 향해 남으로 항해했다. 바다도 얼굴을 바꾼다. 하루 이틀이 지날수록 바람은 차가워지고 선원들과 활동가, 연구진은 하나둘씩 두꺼운 옷을 입기 시작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칠레에는 같은 시기에도 여러 계절이 공존한다. 기후대에 따라 대조적인 모습을 한 줄로 나열해 보여준다. 덥고 건조한 중부지방과 달리 남부는 차고 습했다. 중부에 없던 습지와 목초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같이 방을 쓰는 칠레 활동가 안드레스는 이곳에 두 가지 날씨가 있다고 했다. “Rain or about rain(비 오거나 비가 올 것 같거나)” 정말 그랬다. 자주 비가 내리고 개는 바람에 우리는 내내 무지개를 달고 항해했다.


<사진 1  배는 무지개를 달고 파타고니아를 항해했다>


# 사람은 남의 말을 제 생각대로 받아들인다.

안드레스는 내 룸메이트다. 에스페란자는 설계자의 친절한 배려로 방마다 2층 침대가 있다. 평소에는 열여덟 명 정도만 승선하니 각 방을 쓰고도 방이 남지만, 이렇게 현지를 탐사할 때 가득 채우면 서른일곱 명까지 탈 수 있다. 게다가 현지 활동가들은 기회가 날 때마다 배에 올라 항해 하려고 아우성이다. 그들에게 배를 타고 탐사하는 일은 일종의 꿈과 낭만인 모양이다. 그게 아니라면 사무실에 나가는 일이 너무 지겹거나. 그런저런 까닭으로 배는 탐사 때마다 만선이다. 만선은 어선에서나 반갑다.


<사진 2  현지 연구자와 활동가로 북적이는 식당 >


처음 배에 온 날 짐을 풀면서 침대가 2층이라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그 사실은 곧,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과 아침, 저녁을 함께하며 가끔은 속옷 갈아입는 걸 서로 볼 수도, 물론 뚫어져라 보지는 않겠지만 신문 보는 척하며 슬쩍슬쩍 보거나 보여질 수 있다는 것, 보느냐 보이느냐 보다 그런 어색한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 경우에 따라 평생 맡아보지도 않은 이국사람의 채취를 날것 그대로 밤새 맡을 수도 있으며, 나 역시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샤워를(사람들이 보는 글이니 이틀에 한번으로 정정한다) 해야 한다는 말이다. 세상에.

이런 환경을 너그러이 받아들인 것은 한번쯤 룸메이트가 여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하지만 허황되지 않으리라 믿고 싶은 강력한 기대 덕분이었음을 감추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런 일은 내게 일어나지 않았다. 가끔 남녀가 같은 방을 쓰는 일이 있었는데, 그건 남달리 쇠약(?)하거나, 남들이 그의 성별을 잊을 정도로 성 정체성이 애매하거나, 아무도 걱정하지 않을 만큼 믿음직한 이들에게만 해당했다. 내겐 그런 기회가 오지 않았다. 결코, 끝내 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나를 남자 중의 남자로 보고 있음이 틀림없다. 허허. 거참.

아무튼 나는 에스페란자에서 종종 외국인 남성과 한 방을 썼는데, 그 과정에서 몇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중 하나는 내 잠버릇이 내가 아는 바와 달리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는 것. 물론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내가 가끔 자다가 깜짝 놀라 벌떡 깨는 건 불면증 때문이 아니라 내 코고는 소리에 내가 놀란 것이라는, 여러 룸메이트의 동일하고 반복적인 증언을 들으며, 나는 내 잠버릇을 받아들이기에 이르렀다. 뱃생활은 숙면이 필요한 고된 일이 틀림없다.

칠레 사람 안드레스는 나보다 나이가 두 살 많다. 그와 나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묘한 긴장관계를 유지했는데, 일단 내가 이 배의 선원이라는 점에서 안방격인 1층을, 안드레스는 잠깐 머무르는 손님이라는 점에서 사랑방격인 2층을 썼다. 나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안드레스가 불편한 2층을 쓴다는 것에 은근한 죄책감을 느꼈다. 배에서 남들의 나이에 관심 갖는 건 나뿐인 것 같다. 나 혼자 남의 나이를 세며 이것저것 따지고 있었다.

남의 나이를 외는 것은 다른 이들에게 신기한 일이었다. 가끔 선장님이 사람들을 모아놓고 내게 사람들의 나이를 물을 때마다 나는 갓 구구단을 왼 초등학생처럼, 때로는 재주부리는 곰처럼 척척척 술술술 내놓았다. 가깝지 않은 선원은 내가 제 나이를 알고 있다는 것을 무척 신기해하면서도 은근슬쩍 시선을 피하는 눈치였다. 덕분에 관계가 대단히 어색해지기도 했다.

같은 방을 쓰는 안드레스와 나의 긴장 관계란 대략 이런 것이다. 휴식시간이나 저녁식사 후 나는 방에서 책을 보거나 컴퓨터를 쓰고, 안드레스는 휴게실이나 식당에서 사람들과 어울렸다. 서로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눈치껏 자리를 비켜줬다. 나는 아침에 일찍 눈을 뜨고서도 안드레스가 샤워를 마치고 와서 속옷을 갈아입을 때까지 자는 척을 했는데, 신기하게도 다음날 내가 일찍 일어나면 샤워를 하고 올 때까지 안드레스는 자고(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런 무언의 배려가 관계를 돈독히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속 시원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어쨌든 나는 안드레스가 나보다 연장자인데 2층을 쓰는 것이 편치 않았던 모양이다. 묘한 긴장은 그런 쓸데없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 같다. 애매한 긴장이 열흘쯤 지속되었을까, 어느 날 내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식당에 들어가는 찰나, 안드레스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며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I am going to make my own bed."

아, 제 침대를 만들겠다니. 제 침대를 만들고야 말겠다니. 결국 동생의 무례함에 참다못한 안드레스가 폭발했구나. 관계의 파국은 이렇게 무시로 찾아오는 것이란 말인가. 식당에 들어선 나는 그 상황이 민망한 나머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커피만 따르고 밖으로 나왔다.

나는 그날 종일 선미 작업장에 얼씬거리지 않았다. 참다못해 제 침대를 만들겠다는 안드레스가 나무에 못을 박다 나를 보면 들고 있던 망치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르지 않는가. 평화로운 그린피스에서 그런 사건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나는 조직의 평화를 위해, 정말로 조직의 안녕을 위해 방에서 노심초사하는 수고를 너그러이 받아들였다.

내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했다. 종종 사람들에게 안드레스가 좀 어떠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뭐, 그냥 그렇지”정도였다. 정녕 다른 사람들도 나를 아주 파렴치한으로, 연장자가 방에 왔으면 냉큼 2층으로 튀어 오르지 못할망정 스스로 방을 떠나게 만든 독종으로 아는 게 틀림없었다.

조마조마한 하루는 아주 천천히 저물었고, 저녁식사 시간에 저 멀리 앉은 안드레스는 꽤나 즐거운 표정이었다. ‘침대가 생각보다 잘 나온 모양이지?’, ‘역시 맞은 놈은 몰라도 때린 놈은 발 뻗고 못 자는구나.’ 나는 속으로 오만 생각을 하며 방으로 돌아왔다.

방에는 안드레스의 물건이 그대로였다. 침대도 오늘은 특별히 아늑한 취침을 제공하겠다는 듯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나는 곧 닥칠 결별을 어떻게 맞아야할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그를 기다렸다. 마침 그날 저녁 안드레스는 휴게실에서 맥주를 마셨고, 나는 신랑의 귀가를 기다리는 신부처럼 엄지손톱을 물어뜯으며 시계만 보고 있었다.

여덟 시가 되도록 안드레스는 방으로 오지 않았고 나는 그의 얼굴을 보지도 못하고 조타실에 올라가 저녁 당직을 시작했다. 오만가지 상념으로 당직시간 네 시간은 마흔 시간만큼 길게 늘어진 것 같았다. 당직이 끝나자마자 떨리는 마음으로 방으로 갔는데, 에구머니나, 안드레스가 곤히 자고 있었다.

-침대는 어떻게 되었지?
나는 이 때다 싶어 쏜살같이 달려가 휴게실이며 선미 작업장을 둘러봤지만 침대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나무침대가 아니라 벽에 매다는 그물침대를 만든 것일까? 영문을 몰라 당직서고 있는 카트리나에게 물었다.

-안드레스의 침대는 어떻게 됐어?
-침대라니? 무슨 말이야?
-오늘 안드레스가 화가 나서는 자기 침대를 만들겠다고 했어. 불편하게 2층 침대를 쓰는 거에 심통이 났나봐.
-아니 그러니까 대체 안드레스가 뭐라고 했는데?
-I am going to make my own bed 라고 했어.

내 말은 들은 카트리나는 야밤에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그 말은 다름 아니라 ‘침대를 정리하겠다’는 뜻이었다. 참고로 나는 토익시험 900점이 넘는다.

사람은 남의 말을 제 생각대로 받아들인다. 나처럼 언어능력이 부족할수록 그렇다.


# 아주 오래된 이야기

에스페란자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사연을 담고 파타고니아 중심부를 향해 항해했다. 배는 남미 대륙 서남부 빙하지대를 구석구석 탐사한다. 이 지역은 우리나라 다도해처럼 섬과 곶이 많아 해안선이 복잡하다. 지도를 보면 딱히 시선을 끄는 큰 도시는 없고 그저 구불구불해서 눈을 돌리고 싶을 지경이다. 어디가 입구고 출구인지 판단할 수 없다.
우리는 이 지역 수로 사정에 밝은 도선사를 두 명 태우고 섬과 섬 사이, 곶과 곶 사이 협곡에 진입했다. 수로 폭은 좁아지고 높은 산이 가까이 다가왔다. 좁은 골짜기를 돌아나가면 수로는 넓어졌다 좁아지기를 반복하고 높은 산이 다가왔다가 멀어졌다. 그러기를 수차례, 우리는 이미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 항해의 긴장 속에서도 지구의 비밀스러운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짜릿한 생각이 감돌았다. 빙하는 언제쯤 나오는 걸까? 시간이 갈수록 흥분이 차올랐다. 가까이 깎아진 듯 가파른 바위산에서 맑은 물이 흘러내렸다. 도선사는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빙하수라고 말했다. 휘발유보다 비싼 값에 팔려나간다는 빙하수가 아무렇지도 않게 철철 흘러내렸다.



<사진 3  파타고니아 협곡을 항해하는 에스페란자호.>


<사진 4  파타니고니아 협곡은 시시각각 모습을 바꿨다. 이른 아침 안개가 피어나는 모습을 선원들이 구경하고 있다.>


협곡 항해는 생각보다 길었다. 지도를 보더라도 대륙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야 하니 그럴만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대가 커졌다. 무르익을 대로 익어서 이제 손만 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은 상태에 다다랐다. 배는 멀리 곡면을 향해 아주 천천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천천히 나아갔고, 곡면을 돌 때도 마치 거기에 세공이라도 하는 장인처럼 아주 천천히 항해했다. 이 지루한 과정을 인내심 있게 지켜볼 만큼 오르가즘의 문턱에서 줄타기를 오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사람들은 그새 지쳐 각자 방으로 들어가고야 말았다.
그 순간, 바로 그 순간이었다. 별명이 '독사'라고 붙은 세상 모든 훈련소 조교와 독서실 총무, 당직 장교처럼, 모두 긴장을 놓은 그 순간에야 빙하는 살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다. 하얗고 푸른 커다란 얼음 덩어리가 산골짜기에 앉아있었다.



<사진 5  칠레 파타고니아 빙하지대에 도착한 에스페란자 호 


<사진 6  빙하. 수시로 무너진 빙하조각들이 수면에 동동 떠다녔다>


사람들이 우르르 튀어나왔고, 보는 사람마다 감탄을 연발했다. 빙하에 다가가자 여기저기 얼음 덩어리가 둥둥 떠다녔다. 쿵쿵. 선체와 부딪혔다. 빙하에서는 커다란 얼음덩어리가 무시로 떨어져 나왔다. 그 때마다 우르르 빠지직 천지가 진동했다. 지구가 아파하는 소리를 표현한다면 빙하 갈라지는 소리가 적당하겠다 싶었다. 물론 물과 닿은 빙하가 녹는 것은 일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한다. 손톱이 자라 끝을 자르는 것처럼 빙하도 아주 느리지만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 하지만 그 속도와 전체 빙하의 규모 감소세는 뚜렷하다.
그린피스는 이 현상의 정확한 수치를 얻기 위해 장기 연구를 시작했다. 일단 빙하를 관찰한다. 첫날 연구자들은 빙하 건너편 작은 바위섬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하루에 여덟 컷씩 이태 간 촬영할 수 있는 장비다. 이태 후면 그간 빙하가 어떻게 변했는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빙하 가장자리의 얼음을 채취해 온도와 밀도 등을 기록했다. 탐사대 10명은 1박2일 일정으로 빙하 중심부로 떠났다. 빙하 중심부의 얼음도 같은 방법으로 조사한다.


<사진 7  빙하로 접근하는 연구팀>


<사진 8  에스페란자 선원들이 활동가들을 빙하로 안내하고 있다>


<사진 9  현지 활동가들이 빙하 앞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다. 하루에 8컷씩 2년간 자동촬영된다. 영상은 빙하연구에 활용할 예정이다>


<사진 10  탐사팀을 빙하 핵심부에 파견해 얼음의 두께와 강도, 온도 등을 측정했다. 대원들은 크레바스에 빠지지 않도록 밧줄로 서로 연결해 앞으로 나아갔다>


빙하 연구는 이제 시작이다. 아주 긴 연구가 될 것이다. 하지만 머뭇거릴 새가 없다. 지금이 아니면 더 늦어질 것이다. 우리는 아주 긴 시간을 각오하며 먼 여정을 시작했다. 그 시작을 에스페란자가 함께 했다.
에스페란자는 1984년에 건조된 배다. 나는 1983년에 태어났다. 바스크(D. Barsch)라는 학자가 안데스 빙하를 조사하기 시작한 건 1982년이다. 모두 35년 가까이 된 존재들이다. 당시부터 칠레의 빙하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현실은 바람과 다르게 흘렀다. 그리하여 훗날 에스페란자가 35년 전의 이야기를 찾아 온 것이다. 1983년에 태어난 사람이 1984년에 건조된 배를 타고 1982년부터 시작된 이야기를 쫓아다니고 있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는 지금도 현실이다.
칠레의 빙하 문제, 그리고 전 세계의 환경 문제는 언제쯤 해결될까. 어쩌면 먼 훗날 내 아이 역시 이 낡은 배를 타고 지금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6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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