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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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볼 것인가?
  • 김대환
  • 승인 2016.07.3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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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이야기(15)] 탐조의 시작/김대환(인천야생조류연구회 회장)

새를 보고 싶은 사람이 장비도 사서 사용법도 익히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다고 가정하자. 또 인터넷이나 지인들의 도움으로 어디에 가면 새가 많은지도 알고 있다고 가정하자. 그래서 그곳에 갔다. 그러나 새를 찾을 수가 없다. 혼자서 새를 볼 때 생기는 어려운 점이 이런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를 보러갈 때 새를 많이 본 고수들과 동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상 새를 가장 확실하게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이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고수의 뒤를 쫒아야 한다. 그것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고수가 되는 방법이다. 그러나 고수는 기다려주지 않고 언제나 고수와 같이 갈 수는 없다. 결국 언젠가는 혼자서 새를 봐야한다. 또, 설령 고수와 함께 가더라도 모든 새를 고수 혼자 찾을 수는 없다. 같이 갔으면 같이 새를 찾아야 한다. 찾지 못하면 찾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그런데 언제나 고수가 먼저 새를 찾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는 새가 어떤 자리를 좋아하는지 고수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다뤄보도록 하겠다.


[어디를 볼 것인가]
야외에 나가면 어디나 산이고 들판이고 호수다. 아무리 둘러봐도 새는 보이지 않는다. 역시 새를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무작정 보다보면 새를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뭘 알고 찾으면 더 쉽고 빠르게 새를 찾을 수 있다.

저자가 초보 때의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다. 고수와 함께 탐조를 하게 되었다. 호수 옆 도로에서 차를 타고 달리고 있었다. 운전은 고수가 하고 난 보조석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그 때 오른쪽 호수 위에 흰색의 커다란 새 2 마리가 보였다. 운전을 하면서 가던 고수가 저건 ‘고니’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얼른 도감을 펴 보았다. 도감에는 비슷한 새가 두 종류 있었다. 하나는 고니, 다른 하나는 큰고니였다. 둘은 너무도 비슷하게 생겨서 초보인 나는 도저히 구별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고수에게 물어보았다. “도감에 보니 비슷한 새가 두 종류 있네요. 그 중 어느 것인가요?” 그러자 고수는 바로 고니라고 대답하였다. 난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굴곡이 심한 호수 외각 도로를 달리면서 더구나 갈대에 가려져 새가 간간히 보이는 상황에서 어떻게 저 새가 큰고니가 아니고 고니인 것을 알 수 있는 것일까? 결국 궁금증이 생긴 난 고수에게 물어보았다.

고수의 말은 아주 간단했다. 저 새가 큰고니가 아니고 고니인 첫 번째 이유는 고니류는 대부분 무리를 지어 이동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큰고니의 무리가 고니의 무리보다 수가 많다. 따라서 저렇게 두 마리 정도가 날아와 있다면 큰고니 보다는 고니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또 두 번째 이유는 과거 이 호수에서 고니가 관찰된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이유는 느낌상 크기가 큰고니에 비해 좀 작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를 종합해 볼 때 저 흰색의 덩치 큰 새는 고니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난 속으로 생각했다. ‘고수가 달리 고수가 아니구나.’


[새들마다 좋아하는 장소가 따로 있다]
도감을 보면 새들마다 어떤 먹이를 먹는지, 어떤 곳에서 주로 서식하는지가 표시되어 있다. 독자들은 대부분 이런 부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오히려 이런 내용이 새들을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는다. 새들이 먹는 먹이는 그 먹이가 사는 곳이 어떤 곳인지를 알려주게 되고 그 먹이를 먹으려면 그곳에 가야한다. 결국 그런 곳이 새를 볼 수 있는 장소가 되는 것이다. 새들마다 좋아하는 먹이가 다르기 때문에 좋아하는 장소도 다르다. 전에 이야기했던 것을 복습해보자.

4편에서 큰기러기와 큰부리큰기러기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큰기러기는 주로 낙곡을 좋아해서 논에서 주로 관찰되고 큰부리큰기러기는 갈대나 부들 줄기를 좋아해 호수에서 관찰된다. 이런 지식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논에서 찍은 기러기 사진을 보면서 큰부리큰기러기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기러기 무리는 보통 집단을 이루어 이동한다. 인천 같은 고위도 지역의 경우 큰기러기 무리에는 큰부리큰기러기가 섞여서 관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무리가 이동하는 무리라면 같이 관찰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애매한 지역, 예를 들어 갯벌 근처에서 관찰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주남저수지 같은 곳에는 저수지 안에서 많은 수의 큰부리큰기러기가 관찰된다. 결국 이 무리는 이동이 끝나고 열심히 먹이 활동을 하는 무리일 것이고 그래서 저수지 안에 큰부리큰기러기가 많이 보이는 것이다. 그럼 큰기러기는 보이지 않을까? 아니다. 큰기러기도 많이 관찰된다. 그러나 주남 저수지 주변의 논에서는 큰부리큰기러기가 드물다. 바로 이런 것을 생물학에서는 경향성이라고 한다.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고려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충분히 가능한 그런 패턴인 것이다.

어쩌면 백과사전식의 무수히 많은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놓고 적용을 해야만 새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중하게 새를 보다보면 상당수의 새들이 나름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대체로 과(科)단위의 새들은 비슷한 측면이 있다. 너무 복잡해서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은 최소한 과단위의 새들이 어떤 먹이를 먹는지 알면 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는 날아다니는 동물이다. 물론 아주 날렵한 새들은 나뭇가지 사이를 기가 막히게 날기도 한다. 그러나 나뭇가지가 너무 많아 복잡한 곳은 새가 날아서 들어가지 못한다. 따라서 새들은 어느 정도 노출된 장소에 앉게 된다. 새를 오래 보다보면 저 나무의 중간에 있는 저 가지는 새가 앉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새가 잘 앉는 구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구조를 알아야 하고 그런 구조를 찾아야 한다. 특히 맹금류 등은 죽은 나무의 가지에 잘 앉는다. 이런 이유에서 전봇대 역시 맹금류가 선호하는 자리다. 또한 숲이 있을 때 숲 안쪽 보다는 숲의 바깥쪽에 새들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것도 새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


다음 그림은 일본에서 발행된 野鳥フィ-ルドノ-ト―スケッチで樂しむバ-ドウォッチング (BIRDER SPECIAL, 저자 水谷高英)라는 책에 들어 있는 그림이다.


[과수원, 산기슭 농경지]

새를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장소 중에 하나가 과수원이나 산기슭의 밭, 혹은 농가이다. 과수원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참 답답한 노릇이겠지만 새들의 입장에서 과수원은 말 그대로 먹을 것이 있는 잘 정리된 먹이터이기 때문에 과수원은 새들에게 아주 좋은 장소이다. 다만 대부분의 새들은 겁이 많아서 몇 번 겁을 주면 과수원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지만 까치나 직박구리 등은 호기심이 매우 많은 새들이기 때문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과수원에 들어간다. 그래서 때때로 과수원에 많은 피해를 주기도 한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수원은 새를 관찰하기 유용한 곳임에는 분명하다. 새를 관찰하는 사람들이 그런 곳에 갔다. 그럼 새는 어디 있는 것일까? 산과 인접해 있는 경계면에 새들이 많이 있다. 그 이유는 먹이는 주로 관수원에 있고 숨을 장소는 산에 있기 때문에 그 경계면에 새가 있어야 먹이터와 숨을 곳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산과 인접해 있는 경계면이 중요하다>


특히 경계면에 있는 나무의 죽은 가지는 새들이 특히 선호하는 장소이다. 또는 경계면에 있는 찔레나무 넝쿨 같은 곳도 새들이 좋아한다. 경계면에 작은 냇물이 흐르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곳은 최고의 장소라 할 수 있다.


[계곡, 습지]
계곡이나 습지의 경우 물과 먹을 것이 풍부하기 때문에 새들이 많이 찾아온다. 다만, 습지의 경우 안쪽은 숨을 곳이 없기 때문에 땅으로 기는 새들이 아니면 새들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이곳도 결국 경계면이 아주 중요하다. 대부분의 경계면은 숨을 곳과 먹이터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
나무가 너무 우거진 곳은 새가 있든 없든 관찰이 쉽지 않다. 따라서 조망이 되는 곳을 찾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지만 다른 방법이 별로 없다. 수도권에서 산새를 보기 가장 좋은 곳 중에 하나가 남한산성이다. 산성을 만들면서 높게 축대를 만들게 되었고 나중에 나무가 자라서 산성 위에서 밑을 보면 나무의 상층부가 보이게 된다. 이런 지리적 조건 때문에 남한산성은 새를 관찰하기 좋은 장소라 할 수 있다.





<계곡이나 습지도 경계면이 중요하다.>



< 완만한 산의 등선은 비교적 나무도 적고 풀이 우거진 곳이 많아서 새를 관찰하기 좋다.>



<남한산성의 새 관찰>


[관찰자 위치]
사람은 어디에 있어야 할까? 이건 조건에 따라 상당히 다양하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할 것은 당연히 태양의 위치이다. 절대로 역광의 위치에서 새를 관찰하면 곤란하다. 다음은 노출된 곳과 숲 안쪽 중 선택을 해야 한다. 노출된 곳은 시야는 좋지만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새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확실한 위장 장비가 있다면 좋지만 위장이 힘들다면 어려운 곳이다. 숲 안쪽은 반대로 위장은 좀 덜해도 되지만 시야가 매우 좁아진다. 이럴 경우 노출된 곳에 죽은 나뭇가지 등을 세워서 새들이 앉을 곳을 마련해 주면 좋다.

만약에 먹이로 새를 유인할 경우에는 위장막이나 죽은 나뭇가지 등을 미리 설치한 후 3~4일 전에 먹이를 주면서 안정화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아무리 좋은 먹이라고 하더라도 먹이를 주고 바로 새들이 모이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에서 너무 먼 곳에 작업을 하게 되면 자주 찾아가 상황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되도록 집에서 가까운 곳을 선정하여 설치하는 것이 좋다.

[결론]
그러나 대부분의 고수들은 이런 방법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렇게 해서 볼 수 있는 새의 종류가 대단히 제한적이고 너무 번거롭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새를 볼까? 그냥 차를 타고 돌거나 간단한 장비를 들고 걸어 다닌다. 그렇게 이동하면서 얻어 걸리는 새를 관찰한다. 그러나 이렇게 되려면 운전 중에도 주변의 새를 탐지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어야 하고 새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새에게 접근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튼 가장 기본적인 방법만 제시된 상황이고 실제 현장에서는 많은 응용과 경험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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