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갑도 섬축제의 다양한 묘미를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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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갑도 섬축제의 다양한 묘미를 즐기다
  • 노형래
  • 승인 2016.10.0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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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째 맞은 축제, 자구리는 안잡혀도 풍성했던 1박2일


<관광객들이 덕적도에서 문갑도를 가기 위해 나래호로 탑승하고 있다.>


인천 곳곳이 가을 축제로 들썩이던 지난 10월1일 이른 아침 7시 인천연안부두 여객터미널. 배낭을 맨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육지에서 벌어지는 축제를 뒤로 하고 하나 둘씩 제3회 문갑도자구리축제 출발 장소로 모여든다.

이번 축제에는 특별한 손님들이 참여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40여명의 여행대학 섬청년탐사단과 30여명이 넘는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위원들과 그 식구들 그리고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 문갑도향우회원들이다. 물론 조윤길 옹진군수도 축제를 참여하기 위해 지역 정치인들과 함께 행정선에 몸을 실었다.

이날 서해의 작은 섬 문갑도로 향하는 축제 참여 인원은 모두 200여명. 덕적도에서도 한 번 더 배를 갈아타야 갈 수 있는 서해의 숨어있는 보물섬 문갑도. 그 섬에서 열리는 축제를 위해 문갑도 주민들은 나래호 정기선과 별개로 전용선까지 띄우는 정성을 보였다.

문갑도는 연안부두에서 쾌속선으로 한 시간, 다시 덕적도에서 남방으로 약 8㎞정도 나래호를 타고 가야, 닿을 수 있는 미지의 섬으로 알려져 있다.

그 섬에서 마을 주민과 소수 관광객들만을 위한, 작지만 풍성한 행사가 10월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섬 곳곳에서 열렸다.



<문갑도자구리축제에 맞춰 여행대학 섬청년탐사대 청년들이 여객선대합실을 청소하고, 주민들을 위한 섬마을 도서관을 개관했다.>


섬의 형태가 옛 선비가 앉아서 글을 읽는 책상 '문갑(文甲)'과 비슷하다고 해서 그렇게 불리게 됐다는 문갑도. 3회째를 맞는 문갑도 축제에 맞춰 주민들은 맛있고 신선한 식재료를 준비하기 위해 엄나무와 자색감자를 재배했다. 봄에 채취한 엄나무 순은 장아찌로 변신하고, 문갑도 해풍을 맞고 자란 자색감자는 풍성한 가을 분위기를 자아내며, 문갑도를 찾은 관광객들의 출출한 배를 채워준다.

가을철 꽃게와 자구리, 낙지는 그 자체로 바다 먹거리로 충분하다. 문갑도 산이 내준 둥글레와 삽주는 그 자체가 보약이다. 문갑도 바다에는 갱과 바지락이 지천이다. 바지락과 갱 그리고 가시리를 넣고 끓여낸 갱국은 문갑도 바다에서 내준 최고의 밥상을 만들어준다. 이번 축제에서는 시기상의 문제로 자구리 잡이는 실패했다. 그러나 고둥무침과 전어, 낙지, 바지락, 숭어, 망둥어, 우럭, 광어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주민들이 문갑도에서 자란 신선한 재료로 만든 점심을 든든하게 먹은 관광객들은 호미와 낚시대를 들고 바다로 향한다.

바지락은 그야말로 호미가 닿는대로 나온다. 잠깐 갯벌을 뒤져긴것 뿐인데, 벌써 바구니에 한 가득이다. 낚시대를 들고 있는 남자들은 자구리 대신 망둥어가 올라와도, 낚시 자체가 재미있는 모양이다. 밴댕이와 같은 크기의 자구리 구이를 먹으러 문갑도를 찾은 일부 관광객 모습에서 실망감이 보였지만, 그도 잠시 망둥어와 숭어 잡이 재미에 빠져 버렸다. 50m짜리 그물을 들고 바다로 뛰어든 청년들은 양쪽에서 그물을 들고 고기를 잡으며,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바다 체험을 마친 40여명의 관광객들은 마을 주민 강태동, 김현복씨와 함께하는 한월리, 깃대봉 트래킹을 따라 나선다. 문갑도 한월리 해변은 굴업도 해변, 덕적도 밭지름해수욕장과 함께 덕적군도 중 가장 아름다운 해변에 꼽힌다. 길이 500m, 폭 50m의 고운모래사장과 간조시 드러나는 갯벌은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또 276m 높이의 왕재산(깃대봉)에서 한월리 해변쪽으로 내려오는 맑은 계곡물은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신선함을 만들어주고 있다. 북망산, 바위산, 돌뿌리산, 진모래위산산, 젓골재산, 채나무골산, 왕재산(깃대봉), 화류산, 호망산, 당산이 만들어낸 계곡에서는 맑은 물이 한 없이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

여행대학 섬청년탐사대는 바지락 캐기 체험 행사와 문갑도 트레킹 대신, 문갑도 봉사를 선택했다. 벌써 이번 방문이 세 번째인 그들이다. 이미 이 청년들은 문갑도 진모래의 골치덩어리 해안쓰레기를 치웠으며, 방치된 여객선대합실을 청소하고, 자색감자 재배지로 가는 언덕에 계단을 설치하는 등 재능기부와 봉사를 해 오고 있다.
이날도 청년들은 지난 번 청소한 대합실에 책 500여권을 배치하며, 주민들을 위한 섬마을 도서관을 만들었다.

 

<라틴재즈빅백드 ‘코바나’퍼커션 박종인, 진채밴드 리더 정진채, 여행대학 섬청년탐사대 오카리니스트 조은주씨가 마을 주민들과 관광객들을 위한 재능기부 형식의 작은 음악회를 선물하고 있다.>


#문갑도에 울려퍼진 오카리나와 기타의 선율

축제 첫날 저녁, 어둠이 점차 짙어지자 마을회관 앞이 즉석 무대로 꾸며진다. 류재형 사진가(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문화예술교육원 교수)가 그동안 문갑도를 방문하며 정성스레 찍은 문갑도의 4계절과 그리고 주민들의 일상이 담긴 사진 영상이 문갑도 주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관광객들은 미처 알지 못했던 문갑도의 풍광과 주민 삶의 모습을 보며, 이번 축제 의미를 되새긴다.

여행대학 섬청년탐사대가 준비한 오카리나와 기타 연주로 마을 축제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마을 주민들이 차마 미안해 부탁도 제대로 못했는데,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프로 뮤지션들이 선뜻 마이크 하나 달랑있는 외진 섬에서 작은 음악회를 선물한다. 라틴재즈빅백드 ‘코바나’퍼커션 박종인, 진채밴드 리더 정진채, 여행대학 섬청년탐사대 오카리니스트 조은주씨가 선보인 연주는 마을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기억 속에 문갑도의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섬청년탐사대에서 준비한 무대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통 춤 전공인 신현숙씨의 아름다운 몸짓은 어르신들의 마음을 빼앗기 충분했다. 2시간 가량 이어진 공연이 끝날 때 쯤, 마을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한데 어우러져 한 바탕 춤 판이 벌어졌다. 서해의 외로운 섬, 문갑도가 이날 만큼은 서울 홍대거리보다 더 뜨거운 곳으로 변해 있었다.



<문갑도자구리축제 첫 날 관광객들이 각자의 소원을 빌며 풍등 날리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축제 마무리는 바다에서 소원을 비는 풍등띄우기 였다. 100여명의 관광객들은 덕적도 하늘로 풍등을 날려 보내며, 각자가 가진 희망을 기억했다.
문갑도자구리축제위원회 배동수 위원장은 “힘든 상황에서도 이렇게 축제를 개최해주신, 모든 문갑도 주민들께 감사드린다”며 “봉사와 재능기부를 해주신 섬청년탐사대 그리고 궂은 날씨에도 문갑도를 찾아주신 관광객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노형래 환경저널리스트


 

<문갑도를 7월부터 3차례 방문해 섬마을 도서관 조성과 해안쓰레기 수거 봉사 등 다양한 재능기부를 한 여행대학 섬청년탐사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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