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얼을 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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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얼을 기리다!”
  • 박영희 객원기자
  • 승인 2017.03.0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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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의 마음을 담은 ‘길영희 선생 추모제’


옛말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스승은 존경의 대상이다.
하지만 이런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교권이 땅에 떨어지고 스승의 의미가 점차 퇴색되어가고 있는 요즘, 스승의 마음과 정신을 기리는 추모제가 제물포고등학교 강당에서 열렸다.

엄숙하고 숙연한 울림의 자리

지난 삼일절 아침, 제물포고등학교(이하, 제고) 성덕당에 주름진 얼굴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부터 교복을 곱게 차려입은 중·고등학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은 제고 동문으로 구성된 ‘길영희선생 기념사업회’주관의 ‘2017 길영희선생 제33주기 추모제’가 열리는 날이다.




독립운동가인 길영희 선생은 인천중학교와 제고의 초대교장으로 ‘땀 흘려 일해서 나라를 일으키자.’는 ‘유한흥국(流汗興國)’의 교육이념과 ‘학식은 사회의 등불, 양심은 민족의 소금’이라는 교훈을 남긴 주인공이다.

교사와 학생들은 지금까지 그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나라 최초의 ‘무감독시험제’를 학교의 전통이자 자랑으로 여기며 60여년을 이어오고 있다.

황건식 회장(73, 제고7회)은 “전국 공립중.고교5,566개의 학교 중에 초대교장을 추모하는 학교는 제고가 유일합니다. 스승님의 뜻을 기리고 교육철학을 전수하고자 다양한 행사를 통해 동문과 후배들에게 상기시키고 있지요. 독립운동가면서 교육사상가인 길영희 선생님께서 1984년 3월1일 작고하셔서 그 후로 매년 3월1일이면 동문들이 모여서 추모제를 지냅니다.”라고 말했다.




추모제에 참석하는 재학생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강당 무대 앞에 놓인 길 선생의 사진과 항일운동 행적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존경심을 드러냈다. “너무 대단하고 존경스러워요. 이 학교 학생인 게 자랑스럽고 뿌듯합니다. 앞으로 선생님의 정신을 이어받아서 우리나라를 위해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선호 학생(인천중 3년)은 다짐하듯 말했다.



추모제가 시작되고 스승의 영정사진 앞에 ‘무감독시험제 60년 평가서’헌정식이 엄숙하게 거행되었다. 이어 스승을 기리는 동문들의 추도사는 학창시절 스승과 함께한 추억과 가슴속에 살아있는 스승을 향한 존경심과 사랑을 전함에 목이 메어 듣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고인의 육성을 경청하는 시간에는 참석자 모두가 숙연한 마음으로 생전의 선생 훈화에 귀를 기울였다.




사회를 맡은 윤석만 상임부회장(66, 제고14회)은 “추모제를 통해 후배들에게 선생님의 철학과 사상을 고취시키고 싶고, 양심교육을 가슴에 품고 살아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또한 제고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라고 말했다.

추모제를 마치고 동문들은 제고의 역사적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연혁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빛바랜 시간들, 역사가 되다.

수십 년의 세월이 녹아있는 학창시절의 추억들, 희미한 기억 속의 시간들을 떠올리며 연혁관으로 향하는 동문들의 얼굴에 설렘이 봄꽃처럼 피어난다.






“여보게~이 사진들 좀 보게나. 저때가 언제더라? 어렴풋이 생각나는 것 같네! 하하~!”

연혁관 입구에 들어서자 사진들을 보면서 저마다 한마디씩 던진다. “이 사진들을 어떻게 구했을까? 수학여행 사진도 있네!” “스승님의 사진도 저기 있어!”






누렇게 빛바랜 사진 속 인물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떠올리며 동문들은 감회에 젖는 듯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기억 저편의 상장과 메달들, 교복 단추, 배지, 모자, 혁대 등을 비롯해서 당시의 문예집, 앨범, 소풍, 수학여행 등 각종행사 사진들을 바라보며 노(老)제자들은 스승과 함께했던 지나간 시간들과 마주한다.




흑백사진 속에 담긴 자신의 모습을 반갑게 바라보던 심재갑 선생(85)은 “길영희 스승님의 부름을 받고 1956년부터 69년까지 13년 동안 제고 교사로 재직했었습니다. 이 사진 속 인물이 접니다.”라며 “후배들에게 역사의식을 고취시키고 싶어서 사진들을 수집했습니다. 1935년부터 45년까지는 일본인 선배들께서 자료를 많이 제공해 주셨어요. 앞으로 후배들이 길영희 선생님의 교육정신을 이어받아 양심적인 사람으로 이 나라에 동량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바람을 말했다.

연혁관을 둘러본 동문들은 학창시절 추억의 시간여행을 마친 듯 따스한 봄 햇살을 맞으며 교문을 나섰다.


 
박영희 객원기자(pyh6061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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