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국가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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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국가로 가는 길
  • 류권홍
  • 승인 2017.10.18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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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류권홍 / 원광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다시 선거의 시절이 다가오고 있다. 제7대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 선거가 불과 반년이 조금 넘게 남아 있다. 정치권은 지방자치선거를 자리싸움으로 보고 있지만, 지방자치의 성공은 다가오는 통일시대를 대비하기도 하면서 시민들의 참여와 각 지방마다 독창성 있는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제도이다.
 

지방자치선거를 거듭해오면서 근본적인 취지와는 멀어지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가까운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는 수단 또는 차기 대통령이 되기 위한 징검다리로 전용되고 있다. 지역을 훌륭하게 이끈 지도자가 대통령 후보자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앞뒤가 바뀐 경우들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다행히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자치제도를 분권국가 수준으로까지 성장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이나 독일과 우리나라는 역사, 정치, 문화적으로 다르다. 미국의 주는 사실상 독립된 국가이며, 독일은 오랜 동안 지방 중심의 정치체제를 유지했던 분권국가였다. 하지만, 우리는 왕을 중심으로 하는 중앙집권적 국가였고, 해방 이후 또한 지방자치보다는 중앙정부의 지시에 따르는 권력집중형 국가였다.


권력집중형 정부구조는 조속한 개발과 국력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위기 상황에서는 필요하지만, 뚜렷한 지역적 특성이 있고, 비록 면적은 넓지 않지만 인구가 많은 국가에서는 지방중심 정부구조가 다양성, 효율성, 민주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남과 북으로 오랫동안 분단되어 있고, 다시 통일을 해야 한다면 분권국가적 형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국가연합은 북한의 독립국가성을 인정하는 체제이고, 연방국가는 독립된 국가성은 인정하지 않지만 상당한 정도의 자치성을 인정하는 체제이다. 국가연합은 통일로 보기 어려운 반면, 연방국가는 통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데올로기, 지역, 문화적으로 상당히 분화된 남북한이 통일 이후에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이 높은 수준의 독자성이 인정되는 지방자치제도일 것이다. 분권형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되고 실현되어야 하는 하나의 중요한 이유이다.


또 한 가지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지방자치제도의 내용을 더 알차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가장 큰 문제는 의식에 있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를 믿지 못하고,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의존하려 한다. 지방정부에 대한 불신은 단체장이나 의원들의 무능에 기인한다. 예산을 엉뚱하게 쓰고, 지역의 발전보다는 자신의 영달에 치중하기 때문에 지방자치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게 만들고 있다. 이 문제는 지방선거에서의 공천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사실상 행사하면서 측근에게 보은성 공천을 하거나, 중앙당의 낙하산 공천이 계속된다면 해결하기 힘든 문제이다. 정권을 획득한 민주당이 솔선수범해서 지역 중심의 공천이 이루어지도록 해주기 바란다.


<YTN 화면 캡처>


국회의 예산안 심사가 시작되는 가을, 요즈음이 되면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장과 공무원들이 여의도로 몰려온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 좀 더 달라고.


재정이 중앙정부 중심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현상이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를 해바라기처럼 따라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게임이 전형적인 제로섬게임이다. 주어진 파이에서 누가 더 가져간다면 적어지는 파이를 두고 서로 혈투를 벌여야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되고 성숙되려면 각 지방자치단체의 인구, 규모 등의 특수성과에 맞게 재정이 확보되어야 한다. 중앙정부의 칼자루로 결정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전제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과 책임의 분할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두루뭉술하게 정해진 각자의 역할범위를 분명히 하고, 그 역할에 따라 재정이 주어지고 책임 또한 물어야 한다.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유럽식 지방의회 의원들은 원칙적으로 무보수로 봉사하고 있다. 우리 지방의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를 받다보니 봉사보다는 직업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무보수가 옳은 것인지 아니면 보수를 줘야 하는지, 광역의회만 두고 기초의회는 폐지할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도 진행되어야 한다.


많은 어려움과 저항이 있겠지만, 이번 기회에 지방자치제도의 틀이 단단히 갖춰지기 바란다. 통일을 위한 준비이고, 우리 사회가 민주적으로 발전하는 기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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