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속도를 줄이는 손쉬운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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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속도를 줄이는 손쉬운 방법
  • 윤현위
  • 승인 2017.12.06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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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지리학박사



필자는 가까운 일본을 2015년에야 처음으로 가보았다. 시험기간에 시간이 남는다는 이유로 역시 시간이 남는 후배와 아무 생각 없이 별 준비 없이 도쿄에 갔었다. 그 이후에도 현재까지 일본에 두 번을 더 다녀왔다. 작년 한 해 동안 일본에 다녀온 우리나라 사람은 약 500만 명 정도 된다고 하니 사실 일본이야기를 지면에 싣는 게 새삼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한 가지 느낀 점을 적어보고자 한다.

일본에 가서 말로만 듣던 거리도 가보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었으나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시내버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일본의 시내버스는 승객이 자리에 앉거나 자리를 잡은 이후에 출발한다. 내릴 때에는 승객이 버스가 완전히 정차한 이후에 움직여도 못 내리지 않는다. 천천히 움직여도 된다. 버스모양도 거의 비슷하고 사람들의 모습도 흡사하지만 타고 내리는, 특히 내릴 때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

요코하마에 간 적이 있다. 노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시 외곽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도시외곽이라 그런지 매우 한산했다. 우리로 치면 버스환승센터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데 도시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요코하마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은 아이돌 가수들이 차는 마이크를 차고 있다. 내릴 때 쯤 원래 하던 대로 정차하기 전에 문으로 걸어갔는데 운전기사가 뭐라고 안내방송을 한다. 일본어를 하는 친구가 버스가 정차하기 전에 움직이지 말라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다시 앉았다가 내린 적이 있다. 교토의 버스는 뒤로 타고 앞으로 내린다. 큰 도시라 버스가 혼잡하긴 해도 여전히 버스가 완전히 멈춘 후에 승객들이 내린다.

우리나라의 버스에도 이제 이동 중에 다칠 경우 보험이 안될 수 있으니 버스가 정차한 후에 내리라는 안내문구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지켜지진 않는다. 우리 모두 자신이 내릴 정거장 전에서 벨을 누르고 문쪽으로 걸어가서 서 있는다. 아마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거다. 가끔 위험해 보일 때가 많다. 고등학생이나 청년들은 이 과정에서 큰 문제가 없겠으나 아이들이나 노인들은 위험해 보일 때가 종종 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내리기 전에 문 앞에 당도해 있어야한다는 압박, 특히나 버스에서의 압박은 그 동안 승객들을 기다려주지 않는 버스운행의 관행을 시민들이 압묵적으로 인정해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이 방식으로 버스를 타왔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변화를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유도하는 방향이 필요해 보인다. 뒤에 차가 있고 길이 막히는데 무슨 소리를 하고 있냐고 하실 분들도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왜 빨리 가야하고 무엇을 위해서 빨리 가냐고 묻고 싶다. 안전이 우선이고 우리가 사는 도시는 속도를 조금 줄 일 필요가 있다.

도시의 속도를 줄이면 차 안에서 나는 사고도 차 밖에서 나는 사고도 줄일 수 있다. 도시에서 안전운전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혼자 조심한다고 안전운전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혹시 신호가 바뀌자마자 앞차가 움직이지 않으면 빵빵 거리지 않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차로에서 맨 끝 차선은 직진과 우회전을 같이 할 수 있는 차선이 많다. 혹시 신호를 기다리는 앞 차에게 자신이 우회전을 하기 위해서 역시나 빵빵 거리지 않았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순간을 빠르게 간다고 늦었던 약속시간을 지킬 수 있지 않다. 약속에 늦은 경우는 대부분 차가 막혀서가 아니라 늦게 출발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아주 사소한 일로 여겨질 수도 있겠으나 버스의 정차 후 이동하는 관행의 변화는 우리의 도시를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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