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경비·조리종사원도 돈 내고 급식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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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경비·조리종사원도 돈 내고 급식 먹어라”
  • 이창열 기자
  • 승인 2017.12.21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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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교육청, 일선 학교에 공문... "규정에 따르기 위해 어쩔 수 없다"



인천 A고교에서 4년째 야간당직(경비) 일을 하고 있는 B(71)씨는 서럽다고 한다. 새정부가 들어서고 지금 하고 있는 파견용역 일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준다는 희망 섞인 이야기가 한창 돌았다.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실낱같은 희망도 가져봤다. 하지만, B씨에게는 여전히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오히려 정년을 넘긴 나이에 일자리를 잃지는 않을까 그게 더 걱정이란다. B씨는 정규직화 이야기가 이후로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른다.

B씨는 설이나 추석명절 기간에도 내내 식은 도시락을 끼니마다 나누어 먹으면서 학교를 지켜야 했다. B씨에게 찾아오는 명절 역시 “남의 나라 명절”이었던 것이다.

B씨가 매일 오후 4시 30분 학교에 출근해 다음 날 오전 8시30분까지 야간 경비 일을 해서 손에 쥐는 돈은 한달에 120만~130만원 남짓이다. 여기에 월세와 아내 약값을 제하고 나면 월급은 손바닥 위에서 바람처럼 순식간에 사라지기 일쑤다.

여기에 최근 서러운 일이 하나 더 보태졌다. 며칠 전 학교 행정실장이 불러 갔더니, 인천시교육청에서 공문이 왔다고 하면서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공문 제목은 “학교급식 기본방향 재안내”였다. 시 교육청의 공문에는 “학교급식 기본방향에 따라 급식비를 내야 밥을 먹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B씨를 포함해 학교급식 조리종사원들도 학교급식비를 면제 받기 위해서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A고교의 급식비는 한끼에 4100원이다. 인천 초·중·고교에서 B씨와 사정이 유사한 야간 경비원들은 470여명에 이른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인정에 이끌리면 대부분 연로하신 경비용역 분들에게 무료로 급식을 줄 수 있다”며 “하지만 규정에 따라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윤희 학교비정규직노조 인천지부장은 “학교마다 처리하기가 힘들 정도로 남겨서 버리는 급식 잔반량이 매끼니마다 엄청나다”며 “사정이 이런데 원칙을 내세우는 시 교육청의 처사는 야박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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