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실패, 깨달음 - 생활체험 학습 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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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 실패, 깨달음 - 생활체험 학습 4시간
  • 이수석 이은정
  • 승인 2018.08.22 0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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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요구르트와 치즈 만들기 - 글 이수석, 그림 이은정 / 강서중 교사, 학생


[인천in]이 강화의 작은 학교, 하점면 강서중학교를 중심으로 학교와 마을공동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공동체의 삶이 체화되어 있는 지역, 교사와 학생 간 서로 존중하는 학교문화, 학생의 꿈과 끼, 비전과 목표를 생활 속에서 실현해나갈 수 있는 이야기들을 교사와 학생이 함께 글과 그림, 사진작업에 참여하여 엮어갑니다.



<요구르트 만들기>


#1 도서관에서의 만남

아침 8시 50분. 반장을 통해 아이들이 도서관으로 모였다.
“오늘은 예고한 대로, 1교시부터 4교시까지, 생활체험 학습이 있습니다. 2학년 한기쁨 양과 3학년 한평안 군의 어머니인 <평안목장> 대표 강진숙 선생님의 치즈와 요구르트 만들기 수업과 1학년 허준 군의 어머니인 <지현숙 생활 발효학교> 대표 지현숙 선생님의 식초 만들기 체험학습이 있습니다. 강사 선생님들을 뜨거운 박수로 맞이해 주시길 바랍니다.”

원채원 선생님이 전교생이 모인 도서관에서 학생들에게 수업안내를 해주었다.
“네, 선생님은 오늘 처음 마이크를 잡았고, 학생들 앞에서 선생님이 되어 수업하고 있어요.  그래서 떨리기도 하고, 실수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여러분이 도와준다면, 용기를 내어 열심히 자-알 해 보도록 할께요.”
약간 격앙된 목소리로 강진숙 대표가 요구르트 수업과 치즈 만들기 수업의 운을 떼었다.


#2 전기밥솥을 이용한 가정 요구르트 만들기

“전기밥솥을 이용한 가정 요구르트 만들기와 치즈 만들기 수업의 이론은 1시간에 걸쳐서 진행합니다. 그리고 그 실습은 식당으로 내려가 진행합니다. 지현숙 선생님과 협의를 통해, 식초 만들기 수업은 식당에서 요구르트와 치즈만들기 수업이 끝난 후 진행할 겁니다. 먼저 요구르트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아요.

①밥솥과 재료준비 ②유리병 중탕으로 소독, 건조 ③시판 우유를 유리병에 넣기 ④유산균 스타터 접종 ⑤원유높이까지 온수 채우기(40℃)⑥보온스위치 누르고 배양(7~8시간) ⑦원유가 굳은 것을 확인 후 냉장고로 옮김 ⑧그래오 이용(플레인 요구르트) ⑨과육, 시럽, 쨈, 꿀, 향료 등을 첨가하고 균질 냉장, 5℃에서 7일간 이용 ⑩병에 남은 요구르트를 스타터로 3회 이상 이용이 가능해요. 이것이 오늘 수업의 골자입니다.”


#3 실습실에서 요구르트 만들기

실습을 위해 1층 급식실로 모인 학생들에게는, 도우미로 활동한 정은경, 조아라 선생님이 준비한 모둠별 탁자에 신선한 목장의 우유와 실험용 기자재를 배열하였다. 학생들은 그 앞으로 자연스럽게 무학년제로 5개의 모둠으로 앉았다.

제1모둠에는 황창대, 이윤건, 윤교은, 송현우, 한평안, 김주안, 허준. 제2모둠 김단하, 김예든, 심재현, 양성호, 장예찬. 제3모둠 김현서, 임효정, 이찬미, 고나휘, 이하정, 조유진. 제4모둠 이은정, 이다희, 한보람, 김승지, 김가은, 유호민. 제5모둠에는 구자빈, 김가영, 강효은, 한지예, 이은선, 이송연, 한기쁨 등 전교생 31명이 둘러앉았다.

학생들이 사용할 요구르트병과 식초병을 준비하고, 학생들의 손을 소독하고, 라벨지를 만들고, 그곳에 이름을 쓸 수 있도록 백순향, 음일수, 윤덕성 선생님이 학생들의 수발을 들고 있었다.
“치즈란 젖으로 만든 음식으로 단백질을 응고, 발효시켜 만듭니다. 단백질, 지방, 칼슘이 풍부합니다. 식물성 단백질을 응고 시키면 두부가 되고, 동물성 단백질을 응고 시키면 치즈가 됩니다.”
선생님들이 미리 준비한 재료를 준비한 통에 넣고 혼합시킨 학생들은, 마지막으로 유산균 스타터를 접종하였다. 그런데 아이들은 강진숙 선생님이 이야기한 유산균보다 더 많은 양을 각자의 우유병에 넣었다. 유산균이 부족했다.


#4 ‘더불어 함께’ 사람의 가치를 기르는 학교

“선생님께서 도와주세요. 평안이와 함께 저희 목장으로 가셔서 유산균 좀 갖다 주세요. 아이들 모두가 실습을 해야 하거든요.”
평안이 어머니 강진숙 선생님의 부탁으로 나와 평안이는 <평안목장>으로 향했다.
수업 시작부터 학생들과 함께 지내온 교장선생님도 재촉한다.
“급하긴 하지만, 안전하게 다녀오세요. 정말 ‘더불어 함께!’ 사람의 가치를 기르는 강서중학교입니다.^^ 안전이 제일입니다. 평안이도 조심하고.”





디젤 자동차 렉스턴을 타고 평안이와 함께 <평안목장>으로 갔다.
“학교와 집이 가까워서 좋겠다. 선생님의 부탁인데, 오늘 수업 끝나면, 작은 쪽지로 엄마에게 편지를 써 줄래?”
“……왜요?”
“평안이는 시인이고, 때로는 천천히 가는 게 좋잖아. 특히 디지털 문자보다는 때로는 아나로그형 편지가 좋더라. ……군대 간 아들이 ‘아빠, 사랑해요. 전 아빠를 자랑스러워해요!’라는 쪽지를 출근 길 주머니 속에서 찾았을 때의 그 기분은, 정말 행복했었단다.”
“우와 멋져요. 저를 믿어 보세요.”
학생들은 나와 평안이가 가져온 유산균 스타터를 모두 채운 다음, 요구르트 병을 냉장고에 넣었다. 그리고 치즈 만들기 수업이 이어졌다.


<치즈 만들기>

#5 실습실에서 치즈 만들기

“치즈란 젖으로 만든 음식으로 단백질을 응고, 발효시켜 만듭니다. 단백질, 지방, 칼슘이 풍부합니다. 성장기의 아이들이나, 임산부, 어른들 모두에게 꼭 필요한 음식이지요.”
“그럼 음식 중에서 제일이란 말씀인가요?”
“하지만 치즈를 많이 먹는 사람들은 고도 비만이 생기잖아요?”
“외국의 여자들은 너무 살쪄 보이잖아요. 모든 사람에게 모두 좋은 음식은 없는 거 같아요.”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지식을 접목시키며 아이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한다. 참으로 소란스럽고 정신없다.
아이들은 멀티 플레이어(multiplayer)다. 선생님이 강의하는데도, 아이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 떠드는 아이, 엎드린 아이, 장난치는 아이 등. 원채원 선생님이 집중시키는 박수놀이를 하는데도 잠깐뿐이다. 아이들은 자기가 관심 있는 곳에 집중한다. 소릴 지르면 조용해진다. 하지만 잠깐뿐이다. 놀라운 사실은 아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 만들 치즈는 퀘소블랑코(구워먹는 치즈)입니다. 그 순서는 ①원유의 표준화 ②구연산용액 만들기 ③90℃에서 살균 ④85℃까지 냉각 후 천천히 섞으며 구연산 용액 첨가 ⑤15분간 정치 후 유청 배제 ⑥유청을 완전히 배제한 후 가염 ⑦성형 및 압착하기입니다.”


#6 실패를 통해 더 많은 것을 깨닫는 학생들

치즈 만들기를 통해 느낀 점을 적으라고 한 보고서의 내용이다. 학생들이 제출한 자료 모두를 적는다. 사소한 것에서 우리 모두는 위안을 받기도 하고 때론 절망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제출한 학생들 모두의 내용을 적는다.

우유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신기하였다. 송현우/치즈 만드는 게 보통일이 아니구나. 김예든/치즈 제조업자. 김태하/ 우유를 저을 때 팔이 아파서 조금 힘듬. 그리고 기다리는 시간에는 지루했음. 치즈를 다 만들고 먹었을 때 치즈 맛이 시큼하고 고소했다. 재미있었다. 이송연/ 치즈에 대해서 좋은 걸 알았고, 치즈를 만들어 먹는 게 재미있었다. 황창대/ 재미있었고 치즈를 실제로 만들어서 신기했다. 좋은 경험이었고 치즈 만들기에는 실패했고 소금을 넣지 않아서 시긴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이은선/성공했으면 좋았을 텐데 실패해서 슬프다. 김가영/ 일을 하는 건 힘들다. 한지예/ 유익하고 집에서 한번 해 보고 싶다. 장예찬/ 치즈를 만드는 과정이 신기했다. 다음에는 더 좋은 치즈를 만들어야 겠다. 김단하/ 치즈 만들기를 처음 해 봤는데, 치즈에 대해 잘 설명해 주셔서 좋았고 비록 우리 조가 실패해서 아쉬웠지만 재미있었다. 구자빈, 김가은/ 그냥 사먹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복잡하고 만들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맛있는 치즈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했다. 김승지/ 치즈를 만드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조금 놀랐고 치즈가 쉽게 만들어질 것 같았는데 여러 가지의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 신기했고, 마지막에 치즈를 먹었을 때 빡빡하고 맛이 제대로 안 나서 조금 당황했었다. 심재현, 유호민/ 치즈 만들기가 쉬운 줄 알았는데 막상 만들어 보니 힘들었다. 결국 치즈 만드는 것을 실패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다음 번엔 성공해서 제대로 된 맛있는 지즈를 만들고 싶다. 이다희/ 치즈를 만드는 데 실패해서 아쉽지만 재미있었다. 치즈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알았고, 좀 힘들다는 것도 알았다. 이은정/ 시중에 파는 치즈보다 고소했다. 하지만 시지만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거 같다.





치즈와 관련된 직업과 만족도에 대한 학생들의 기록이다.
직접 제조하는 치즈제조마스터, 치즈 감별상, 치즈 요리 연구가, 유통과 관련된 직업, 실패했기 때문에 100점 만점에 80점이다. 구자빈, 김가은/ 100점 만점에 100점 이은정/ 치즈가 제대로 안 만들어져서 조금 당황했지만 그래도 매우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심재현/ 재미있었다. 또 해고 싶고 치즈 만들기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이은선/ 별 5개. 다음에 2학기 때도 한번 하면 좋겠다. 김가영/ 재미있었다.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이라 신선하지는 않았다. 한지예/ 10개 별 중에 별 9개. 장예찬/


#7 질문과 대답, 그리고 실험으로 배우는 학생과 교사

3학년 담임이자 과학교사인 김용현 선생에게 3모둠의 김현서, 임효정, 이찬미, 고나휘, 이하정, 조유진이 질문한다.
“원유의 표준화란 말이 무엇인지는 알겠는데, 왜 똑같이 해야 해요?”
“많은 양을 만들려면 같은 맛이 나야겠지?”
“ …그래 맞다. 레시피(recipe)!”
“ 빙고! 처방이나 제조법을 말하는 거야. 그래야 누구나 만들 수 있을 거 아니겠니? 조리나 칵테일에 있어 재료 배합의 기준량과 만드는 순서를 총칭하는 걸 말해.”
국어교사인 원채원 선생이 아이들에게 묻는다.
“…그럼 왜 엄마가 만들어 준 김치찌개가 더 맛있을까? 왜 엄마표 음식이 더 맛있을까?”
“그건 우리들이 어려서부터 늘 먹어왔던 맛이고, 아무래도 식당에서 파는 음식보다는 정성이 더 들어갔잖아요.”
“…하지만 때로는 외식이 더 맛있을 때도 있잖니?”
“그건 그야 말로 외식이잖아요. 아주 특별한 날 먹는 외식(外食)말이에요.”

아이들과 교사들은 이렇게 한 공간에서 같은 체험을 하며 묻고 대답하면서 배우고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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