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와 친해지는 교육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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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와 친해지는 교육이 절실하다
  • 이현주
  • 승인 2018.08.23 0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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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 좋아하는 아이 - 이현주 / 한국고기없는월요일 대표


하루 두끼를 학교에서 먹는 아이들. 운동할 시간은 없고, 패스트푸드로 스트레스를 푼다. 성인병과 알러지질환이 늘어나고, 덩치는 크지만 체력은 약해졌다. 학교밥상으로 건강해지게 할 순 없을까? [인천in]이 '우리아이를 위한 학교밥상 처방전'을 주제로 매주 목요일 10회에 걸쳐 우리의 학교밥상을 긴급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1. 고기반찬 편식이 부른 비만, 학교밥상부터 달라져야
2. 우유와 성조숙증, 무슨 관계?
3. 학교밥상에 오르는 발암물질들
4. 아토피를 악화시키는 학교밥상
5. 과민성대장증후군, 학교에선 똥을 못 눠요.
6. 메니에르 증후군, 꾀병 같지만 만성병
7.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 좋아하는 아이
8. 항생제로 크는 아이들
9. 40년 학교 밥 먹고 고지혈증 걸린 교장선생님
10. 건강한 밥을 먹을 권리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가정에서 요리를 하는 일이 일상이 아닌, 특별한 일거리처럼 느껴지고 있다. 고단한 직장의 일과를 마치고, 저녁 찬거리를 마련하여 주방에 들어가 요리를 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초등학교의 돌봄교실(맞벌이부부의 자녀들에게 방과 후 저녁식사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어린이들에게 어떤 음식을 먹을 때 가장 행복했는지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했다. 예상했던 바대로, 아이들은 불고기버거, 떡볶이, 피자 등의 외식류를 그림으로 그렸다. 초등학교 1학년에서 6학년까지 30명의 어린이들 중 단 한 아이도 엄마나 아빠가 요리한 음식을 그리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부모님이 해준 음식에 대해 묻자, “ 우리 엄마는 집에서 요리 안해요. “ 엄마가 한 건 맛이 없어요. “ 식의 대답이 돌아왔다. 더 놀라운 경우는 “ 우리 집에서는 요리를 안해요. “ 였다.
주중에는 학교에서 저녁까지 먹기 때문에 주말에서야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는데, 주말에는 외식을 한다는 것이었다. 불고기 버거, 떡볶이를 그림으로 그렸던 아이들에게 가장 맛있는 요리는, 부모님과 함께 먹는 외식이었던 셈이다.
 
내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에 음식을 통해 자신의 살아온 역사를 돌아보는 푸드히스토리(Food History) 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먹어왔던 음식들을 통해 자신이 어떤 관계를 맺어왔으며, 음식을 먹으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으며, 음식을 먹을 때 성차별이나 부당함을 느낀 적은 없는지... 다양한 정서적 경험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많은 사람들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통된 점을 몇 가지 발견했다. 하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음식을 추억할 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즉 돌아가신 할머니나, 가족들이 대부분 음식의 추억과 함께 소환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행복했던 음식은 특별하고 값비싼 귀한 음식들이 아니라, 아주 평범하고 어느 가정에서나 맛볼 수 있는 소박한 것들이라는 점이었다. 어려서 할머니가 쪄주셨던 옥수수, 방과 후 집에 돌아와 찬물에 밥을 말아 푹 익은 김치와 먹었던 추억, 추운 겨울 얼음바닥을 깨고 땅에 묻어두었던 동치미를 꺼내 먹었던 추억. 심지어는 대가족이 둘러앉아 꿀꿀이죽을 나눠먹었던 추억까지... 그다지 럭셔리하지 않은 평범한 음식들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다.
 
내가 채식운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은 철학과 가치로는 납득이 가더라도, 일상 속에서 늘 먹어왔던 친숙한 음식을 포기할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반복되는 패턴이었다.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고, 연구를 하던 끝에 ‘푸드히스토리’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나는 사람들이 음식을 선택하는 진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바로 사랑과 교감을 느끼는 정서적인 이유가 건강이나 가치관보다 더 본능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에게 정서적인 교감을 주지 못하는 식단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요즘 아이들, 정말로 채소를 싫어하고 잘 안 먹는다. 어떤 사람들은 아이들은 타고나기를 고기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아이들이 채소를 싫어하는 진짜 이유는 채소와의 정서적 교감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해 채소를 먹으면서 정서적으로 충족되는 체험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어렸을때 그랬듯이, 김치전이나 파전을 하루종일 부치는 냄새가 집안을 진동하고, 한 점이라도 먼저 먹어보려고 엄마 옆에 바짝 붙어 뒤집기 전에 젓가락으로 가장자리를 떼어 먹을 때의 짜릿함, 엄마의 따뜻한 체온과 체취를 느끼며 한마디라도 칭찬을 해주었을때의 뿌듯함, 비오는 날 빈둥거리며 만화책을 끼고 김치전을 먹었던 나른한 행복감처럼 채소와 함께 어우러진 따뜻한 정감의 추억이 아이들에게 필요하다.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우리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바로, 먹거리와의 정서적 교감을 형성하는 일이다. 단지 이론적이고 영양학적인 분석에 입각한 먹거리교육이 아닌, 아이들 스스로가 몸과 마음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교육 말이다. 먹거리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삶의 기반이고, 아이들의 두 발을 굳건하게 땅에 딛고 뿌리 깊은 나무로 성장하게 만들어주는 원천이다. 우리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을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시행하지 않는다는 점이 나는 못내 유감이다. 먹거리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삶을 살아가는 지혜와 스스로의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풍요롭고 건전한 생활인이 될 수 있다. 이제 각 학교에서 먹거리교육이 반드시 의무교육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학교밥상, 이런 메뉴 어때요?]
 
가지에 대한 상식을 깨는 가지롤
 
 
아이들과 함께 가지요리를 한 후, 모든 아이들이 가지를 맛있게 먹었다고 대답했고, 앞으로도 가지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재료 : 통통한 가지 3개, 파프리카, 오이, 당근
 
소스 : 키위, 올리브오일, 사과식초, 메이플시럽 조금
 
만드는법 : 가지를 세로로 얇게 자른 후, 소금간을 살짝 해둔다
기름을 두르지 않은 예열된 팬, 혹은 그릴이나 오븐에 살짝 노릇할 정도로 굽는다.
구워진 가지에 파프리카, 오이, 당근, 두부채를 비슷한 크기로 가늘게 썰어 돌돌 말아 모양을 낸다.
 
소스를 곁들여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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