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을 중단하면 갈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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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을 중단하면 갈 데가 없다"
  • 이병기
  • 승인 2010.11.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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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학생들 학업포기 급증…단기적 정책 말고 현실적 대안 세워야


자료사진

취재: 이병기 기자

#. 중학교 때 미용기술을 배웠던 A양은 졸업 후 인천의 모 전문계(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적성을 살릴 수 있도록 미용 관련 수업이 있는 고등학교에 가고 싶었으나 성적이 낮아 다른 전문계고에 진학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A양은 차라리 "자유롭게 놀면서 검정고시를 보겠다"고 생각했고, 그의 담임은 "그래도 고등학교는 졸업해야지"란 말밖에 해줄 수 없었다.

얼마 전 열린 인천시교육청 국정감사에 따르면 해마다 인천에서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교육청은 국감 이후 부랴부랴 학업중단자 대책 마련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보여주기식 정책보다는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학교 부적응'으로 학업중단 학생, 인천 전국 2위

안민석(민주당, 경기 오산) 의원이 제시한 인천시교육청 국감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인천에서 총 8716명이 학업을 중단했으며, 해마다 그 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에는 중학생 909명과 고등학생 1450명이 학업을 중단했다. 2008년에는 중학생 1098명, 고등학생 1970명으로, 작년에는 1244명의 중학생과 2045명의 고등학생이 학교를 포기했다. 지난 3년 간 인천지역 중·고등학생 학업중단자가 점점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황우여(한나라당, 인천 연수구)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지역 고등학교의 경우 지난 2004년~2009년까지 학업을 중단한 학생 9363명 중 절반이 넘는 5106명(54.53%)이 학교 부적응으로 학업을 포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 4059명(55.91%)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 전국 평균 고교생 학업중단자 비율(40.46%)보다도 14% 이상 높다. 다른 지역 학업중단자 중 학교 부적응 비율은 부산이 53.13%, 경기 46.46%, 서울 38.20%로 나타났다.

또 인천은 고등학교 학업중단자 전체 수에서도 다른 시·도에 비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의 경우 2004년 5540명에서 2009년 5799명(4.67%)으로, 부산 2004년 2186명에서 2009년 2546명(16.47%), 대전 2004년 1053명에서 2009년 1210명으로(14.19%) 늘어난 반면, 인천은 2004년 1433명에서 2009년 2045명으로 42.7%가 증가하면서 서울과 비교하면 무려 10배 가까운 증가폭을 보였다. 

인천 청소년 학업중단 많은 이유가 이혼율 1위 때문?


인천시교육청은 학업중단자를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교육청이 운영하는 대안교육기관 '위스쿨'을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위스쿨에서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대안교육을 받고, 정규 학교와 마찬가지로 졸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목표다.  

아울러 인천지역 각 학교에 학생 징계 시 퇴학처분보다는 사회봉사나 교내봉사 등 선도 위주로 징계할 것을 권고할 예정이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인천에 학업중단자 수가 높은 이유는 환경적 측면이 크다"면서 "이혼율 전국 1위의 인천이기 때문에 가정적인 문제로 중간에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이 많다"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또 학교와 교육청, 지역사회가 연계해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지원하는 통합지원 서비스망 위(Wee)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위프로젝트는 지원 단위별로 분류되는데, 학교에서는 Wee 클래스, 지역 교육청에서는 Wee 센터, 시·도 교육청에서는 Wee 스쿨이란 명칭으로 진행된다.

위프로젝트 중에서도 학생들이 가장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은 학교마다 설치한 위클래스로 초등학교 35곳, 중학교 69곳, 고등학교 43곳 등 총 157개교에 들어서 있다. 현재까지 46명의 전문상담교사와 122명의 인턴교사가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470곳에 달하는 인천지역 초·중·고등학교에 비하면 1/3 수준.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가까운 곳에서 상담을 받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황우여 의원에 따르면 2009년 인천의 청소년상담율은 전년보다 6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청소년 상담참여가 30%에 달하는 반면, 위클래스와 위센터를 참여한 학생은 13%에 그쳤다.

황 의원은 "인천시교육청은 2010년에 위프로젝트 예산을 14억원 감축했다"면서 "작년에는 위클래스를 82개 구축했으나, 올해는 36개만 닺출 예정이어서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전국 학생 수와 위프로젝트 예산 배부가 비슷한 부산과 비교하면, 부산은 2009년 95개, 2010년 80개의 위클래스를 일정하게 구축하는 반면 인천은 2009년 82개, 2010년에는 36개 클래스를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담교사의 전문성도 논란을 빚고 있다.

인천지역 초등학교의 경우 위클래스에 배치된 전문상담교사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100곳이 넘는 학교에서 전문상담교사가 아닌 인턴교사가 상담을 하다 보니 전문성도 떨어진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인천의 한 청소년시설 관계자는 "인턴교사 중에도 석사과정을 마친 사람들은 학생들을 상담하기 충분하지만,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있거나 갓 졸업한 인턴교사는 힘에 부칠 수 있다"면서 "학교마다 학생이 몇명인데, 한 명의 교사가 모든 상담을 책임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마다 상담시설을 두고 상담교사를 배치하는 게 꿈이지만, 예산 문제로 쉽지 않다"라며 "아이들이 먼 곳까지 가지 않아도 접근성이 좋은 곳에서 쉽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전문상담교사가 적은 것은 비단 우리 교육청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상황"이라며 "예산 문제로 전문 상담교사를 충분히 배치하지 못하고 있고, 일반 선생님들도 어려운 여건이지만 학생들의 상담을 맡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승엽 전교조 인천지부 청소년생활국장은 "아이들이 '학업중단'을 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부분 학교에 적응을 못해서라는 이유를 댄다"면서 "이는 학교의 교칙이 매우 엄격해 자신의 자유분방함을 참을 수 없다는 뜻이고, 교과과정이 자신과 맞지 않거나 가정사의 소소한 이유, 그리고 이외의 다양한 계기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자율성과 개방성을 담아내지 못해 참을성 강한 학생들만 남아서 졸업하고, 못 참는 아이는 그만두게 된다"라며 "교육청 차원에서도 '학업중단'을 줄이기 위해 상담관련 프로그램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내지만 사후약방문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들에겐 근본적인 상담이 필요하다"면서 "그저 한 두 번 형식적 상담이 아닌 절대적 지원이 필요하고, 교육과정의 새틀을 짜지 않는 한 '학업중단' 학생 숫자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결국 학업중단 학생이 갈 곳은 아르바이트 현장밖에 없다"면서 "학력향상이라는 구호 아래 아이들의 적성과 상관 없는 외우기 교육이 지속되는 한 그들의 학교 밖 탈출은 계속되리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권성철 인천시청소년중장기쉼터 소장은 "청소년들과 같은 시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선생님이나 상담사들이 필요하다"면서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아이들의 중도탈락 방지를 위해 연계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권 소장은 "대안학교를 세우더라도, 어떤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변화시킬 것인지 구체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면서  "아이들이 대안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대학을 가거나 취업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인 정책들만 쏟아내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아이들이 학교를 재미 있게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들 자신의 인성과 진로, 재능을 개발할 수 있는 지원책이 마련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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