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인천 기초자치단체 "군살을 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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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인천 기초자치단체 "군살을 빼라"
  • 이병기
  • 승인 2010.11.1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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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가뭄'에 허덕…"시 교부금 축소는 무책임한 처사" 한목소리


인천 남구청

취재: 이병기 기자

인천의 각 기초자치단체들이 재정난으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 형편에 인천시에서 지원하는 재원조정교부금마저 50%에서 40%로 축소되면서 기초단체마다 '돈 가뭄'에 허덕인다.

기초단체들은 사무관리비나 업무추진비 등이 속한 경상적 경비 감축을 기본 과제로 삼는다. 우선적으로 축소할 수 있는 축제 등의 사업예산을 줄여 일자리 창출이나 사회복지 예산으로 사용한다는 방침. 그러나 구멍난 예산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들은 도로 개선사업이나 신규로 예정된 건설사업, 녹지조성 사업 보류는 물론, 장기적으로 추진되는 사업도 예산편성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2 지방선거에 당선된 단체장들이 시민들과 약속한 공약들을 이행하기는 더욱 쉽지 않다.

아울러 내년부터 시행되는 단계별 무상급식의 경우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 기초단체가 3:3:4의 비율로 예산을 부담하게 돼 있어 적지 않은 예산이 빠져나갈 전망이다.

각 기초단체 예산 관계자들은 "지금도 인천이 다른 광역단체에 비해 기초단체에 지원하는 재원조정교부금 비율이 낮은 수준임에도 동결을 시키기 못할망정 10%나 감축한다는 것은 너무하다"는 지적이다.

또 올해 주기로 했던 재정교부금을 두 달 앞두고 적게는 약 100억원에서 많게는 170억원까지 축소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인천시가 선거 때문인지는 몰라도 허술하게 전망치를 잡았다"면서 "최악의 경우 금융채 발행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올해 각 기초단체에 지급하기로 했던 재원조정교부금 중 1172억원을 삭감했다. 취득세와 등록세 중에서 50%를 기초단체에 주기로 돼 있으니 약 2500억원이 덜 걷힌 셈이다.

부평구·계양구·남구 "일방적 교부금 감축은 무책임한 처사"

인천지역 기초단체 중에서도 재정자립도가 낮고 구도심권인 부평구와 남구, 계양구의 사정은 특히 좋지 않다. 부평구와 남구 구청장은 얼마 전 인천시를 찾아가 기자회견을 열고 "재정교부금 삭감은 말도 안 된다"면서 항의도 해 봤지만, '그들만의 외침'에 불과했다.

남구는 부족한 재원 마련을 위해 축제비용을 우선 감축했다. 주안미디어 축제 8천만원과 석바위 웃음축제 3천만원, 석바위 시장 축제 700만원 등 행사비 1억2천여만원을 절감했다. 또 시책업무추진비나 사무관리비 등 경상적 경비 10%를 줄여 6억8천여만원을 마련했다.

남구 관계자는 "(인천시가 지급하기로 했던 재정교부금은)올해 편성된 금액인데 갑자기 줄이니 어떻게 마련할 방법이 없다"면서 "예산이 편성된 사업 위주로 삭감하고 있지만, 우리 구를 비롯해 부평구와 계양구는 특히 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사나 신규사업 투자, 노인복지회관 건립, 도로개선 사업 등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경기가 활성화하길 바라는 것밖에 대책이 없다"라고 하소연했다.


홍미영 부평구청장과 박우섭 남구청장은 지난 9월6일
인천시의 재원조정교부금 삭감에 반발해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계양구 관계자는 "큰집(인천시)에서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며 무책임한 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당신들이 준다고 해서 예산을 편성했는데, 2010년을 두 달 앞두고 못주겠다면 지금 와서 기초단체가 어떻게 하란 처사냐"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계양구의 경우 기존 인천시가 재원조정 교부금을 지원하겠다고 통보한 금액은 530억원이었으나, 지난 3일 비공식 라인으로 예산 담당자에게 통보된 금액은 125억원이 줄어든 405억원 정도다.

구 관계자는 "부평구 170억원, 중구 106억원, 동구 98억원 등 재정적 여유가 있는 구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몇몇 단체들은 난리가 났다"라고 항변했다.

그는 "선거가 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망치를 이렇게 못 맞출 수가 있는 것이냐"라며 "지금에 와서 공식 통보도 아니고 내부적으로 던져 놓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당장 올해 지출해야 할 예산 중 125억원이 증발했기 때문에 국비나 시비 등 반납해야 할 예산을 보류시키거나 내년 책정된 예산을 미리 사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는 내년도 예산 운영까지 경직시키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항목을 최대한 줄인다고 해도 가용할 수 있는 규모는 20억원 정도. 구 관계자는 "대안이 없다"며 한숨을 짓는다. 정 안 될 경우 은행 금융채 발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

계양구 관계자는 "유독 작년과 올해가 힘들다"면서 "구도 이렇게 전망을 허술하게 하진 않는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한편으로 시는 재원조정교부금을 줄이는 대신 도시계획세를 구로 내리보내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면서 "도시계획세 규모를 봐도 우리가 책정한 것과 시 예상이 20%나 차이를 보이는 등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부평구도 남구나 계양구와 별반 차이가 없다.

부평구 관계자는 "아직 삭감된 내역은 없지만, 행사비용 감축 등 청장님 지시가 있었다"면서 "도로개선이나 건물의 건축보다는 보편적 복지나 교육 등 여러 사람들이 혜택을 받는 쪽으로 구정을 세워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 역시 인천시의 도시계획세 전환에 따른 재원조정교부금 축소는 말도 안 된다는 지적을 한다. 그는 "숫자상으로는 이득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도시계획세는 재산세 규모랑 비례하기 때문에 구도심권인 부평구와 남구, 계양구에는 이익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상급식을 예로 들면 인천시내 총 해당 학생 중 약 22%가 부평구에 거주하고 있다. 부평구의 무상급식 필요 예산이 시와 교육청, 구가 부담하는 비율 3:3:4로 계산할 경우 38억원 가량 들어간다는 얘기다. 반면 동구는 무상급식에 소요될 예산이 5억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구 관계자는 "우리 구는 인천 전체에서 기초생활수급자 21%, 무상급식 21% 등을 보유하고 있어 사회복지 사업에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하지만, 재원조정교부금은 21%를 지원받지 못한다"면서 "줄일 수 있는 경비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사회복지 사업은 국가사업을 지방으로 넘긴 것이어서 지속적으로 재정이 어려운 단체에 한해 국가가 예산을 지원해줘야 한다"면서 "기초단체에서는 '허리띠 졸라매기'밖에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부평구는 올해부터 경상적 경비 10%와 업무추진비 10~20%를 줄여 8억원 정도 절감했으며, 체납액 징수에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서구·남동구·연수구 등 "자립도 높이려고 노력했는데 오히려 역차별?"

부평구나 남구, 계양구에 비해 재정형편이 조금 낫다고는 해도 다른 기초단체 역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서구 관계자는 "기본 경비인 인건비를 제외하고 시에서 재원조정교부금을 받아 사용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다른 사업을 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서 "재정이 열악하기 때문에 단체장이 추진하려는, 주민과 약속한 부분을 지키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구는 재정 자립도가 36%인데, 다른 구에 비해 자립도가 높다는 이유로 시에서 역차별을 받는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구도심권은 부동산 거래가 없으니 시에서 교부금을 많이 책정하는데 비해 우리는 면적 자체도 넓고, 할 일도 많은데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어려운 곳에 교부금을 더 주는 게 이해도 가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구가 돈 벌어서 다른 구를 줘야 한다는 사실에 불만이 있는 사람도 있다"면서 "과연 다른 기초단체들이 재정건전성을 위해 얼마나 허리띠를 졸라맸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계양구나 부평구, 남구, 동구, 연수구 등 대부분 지역에 축제가 있는 반면, 서구는 변변한 축제 하나 없이 살림을 꾸려나가기 위해 노력했는데, 역차별을 받는 것은 억울하다는 얘기다.

서구 관계자는 "일단 일시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가 1차적 원인으로 보여 자치단체마다 더 졸라매야 할 것"이라며 "국민들이 낸 세금 만큼 써야 하는 게 행정이기 때문에 예산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남동구 관계자는 "우리나 연수구, 서구 등에서는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면서 "구 재정 상태가 좋은 곳은 덜 지원하고 나쁜 곳에는 더 지원하다 보니 갑자기 조례가 개정된 이후 우리와 비슷한 구들은 이중으로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초에 인천시가 책정한 재원조정교부금 50%도 절대 많은 편이 아니다"면서 "행정안전부도 57~62%까지 교부금을 올려줘야 한다고 말하고, 전문가들 역시 63%가 적정하다고 말하는데, 40%로 줄이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인천시의 재원조정교부금 비율은 전국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전의 경우 얼마 전까지는 재원조정교부금을 68% 지급했으나, 재정 여건상 56%로 줄여 집행하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인천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남동구 관계자는 "금년 예산은 예정대로 집행하되, 내년에는 축제나 행사성 경비를 방만하지 않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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