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철밥통' 위해 도서관을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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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철밥통' 위해 도서관을 '민영화'?
  • 이병기
  • 승인 2010.11.1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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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이슈] 인천시, 공공도서관 비영리법인 설립 운영 방안


취재: 이병기 기자

"자기 밥그릇은 놓지 않고 만만한 사서직에만 칼을 들이댔다." -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처장

인천시가 지난 11일 시립공공도서관 비영리법인 출범을 발표한 이후 시민사회 반발이 더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무원 철밥통을 지키기 위해 약자에게 떠민 꼴이다"라는 지적을 한다.

시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인천문화재단에 위탁 운영 중인 시립도서관 세 곳(수봉·영종·율목)에 대해 비영리법인 설립으로 직접 운영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도서관 직영 방식의 성공적 대안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그러나 2008년부터 도서관 위탁 반대운동에 참여했던 시민사회 관계자들은 이런 인천시 행태에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현재 인천시립도서관으로 지정된 곳은 지역 대표도서관인 미추홀도서관을 비롯해 수봉·영종·율목도서관 등 4곳이다.  시는 지금까지 미추홀도서관만 직영으로 운영하고 나머지 세 곳은 인천문화재단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인천시가 위탁 운영 중인 세 곳의 도서관을 미추홀도서관과 같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 아닌, 비영리법인을 설립해 운영하려는 이유는 공무원 총액인건비제도와 총정원제도 때문이다.

공무원 총액인건비제도란 지난 2007년부터 이명박 정부가 각 기관별로 총인건비 한도 내에서 인력의 직급별 규모, 기구설치, 인건비 배분에 대한 자율성을 확대·부여하는 제도다. 대통령령에 규정된 총정원의 일정범위 안에서 정원을 자율적으로 추가증원 할 수 있고, 계급별 정원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총인건비가 포화상태에 이르면 인원을 늘리고 싶어도 인건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하지 못한다는 제약이 따른다.

바로 현 인천시의 상태가 총인건비 포화에 다달았기 때문에 리모델링 중인 율목도서관을 제외한 수봉·영종도서관 사서 20여명을 채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로 인천시 문화예술과는 인천시장을 이사장으로 하고 사무처를 둔 또 하나의 인천시 산하 조직을 만든다는 것이다. 

총정원제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2008년부터 행안부 지침으로 실시된 총정원제는 자율성을 부여했던 정원을 일정 수준 이상 증가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제도다. 이미 인천시청 소속 총 공무원 수가 6269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에 더이상 공무원 수를 늘릴 수 없는 실정이다.

단, 신규로 채용된 자 중 1년이 지난 사람에 한해서만 임용을 허용하고 있다.
 
인천시 문화예술과는 비영리법인을 설립해 현 세 곳의 시립도서관과 앞으로 지을 도서관의 사서들을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으로 채용해 총액인건비제도 규제를 벗어날 요량이다.

정부가 총액인건비제를 시행한 취지 중 하나는 각 기관에서 인건비 예산절감을 통해 형성된 여유재원을 각종 수당이나 성과급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재원의 탄력적 활용으로 긴급한 현안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는 이유다.

3개월 도시축전 위해 120명 증원, 올해부터 인원 여유 없어

위 내용을 바탕으로 하면 시행 초기에는 기관별로 인건비 여유가 있었을 텐데, 인천시는 언제부터 총액인건비제의 포화상태에 이르렀을까?

총액인건비제를 담당하는 인천시 정책기획관 관계자에 따르면 2009년도까지는 여유 인건비가 부족하지 않았는데, 올해부터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시 관계자는 "작년에 열린 도시축전에 시 공무원 120여명이 지원 형식으로 빠져나갔고, 시는 부족한 인원을 다시 충원했다"면서 "도시축전이 끝나고 나갔던 공무원들이 다시 시로 돌아오면서 과원 현상이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결국 3개월 동안 열리는 도시축전을 위해 120여명의 공무원이 대거 증원된 것이다. 또 현재 시청 각 부서에서도 인원이 남는 과원 현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처음부터 없었다면 모를까 이미 업무가 분장된 상황에서 과 인원을 축소할 경우 공무원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시 관계자는 "도시축전에 이어 디지털 페어 등 시가 계획하고 있던 대규모 행사들이 계속 진행됐다면 이런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시 재정여건상 대규모 행사가 취소되다 보니 과원이 발생하게 된 것"이라며 "퇴직자가 한꺼번에 나가지 않는 이상 인원을 충원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인사팀 관계자는 "아시안게임 조직위 구성으로 공무원들이 빠져나갔기 때문에 도시축전으로 인한 과원은 현재까지 어느 정도 해소된 편"이라며 "과원 현상은 신규임용자들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청 소속 공무원만 보더라도 총 6200여명 중 사서직은 단 27명 뿐이다. 공무원 총원의 0.4%만 사서직인 셈. 시 관계자의 말대로 2천여명의 소방공무원과 500여명의 인천대학교 교수 등 관계자를 제외하더라도 3700여명의 공무원 중 27명만 사서직으로 등록된 공무원이다.

김송원 사무처장은 "막말로 얘기해 일반직은 칼을 대지 않고, 만만한 사서직에 칼을 대는 것이 탕평인사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사서나 복지 등 취약한 공무원들을 건드리지 말고, 오히려 일반직 공무원을 줄이는게 옳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2년 전 인천시가 시립도서관 운영을 인천문화재단으로 넘겼을 때부터 발생한 문제가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라며 "비영리법인 설립은 정원 외 사람을 만드는 도구에 불과하고, 또 하나의 시설관리공단을 만드는 것과 다름 없다"라고 지적했다.


영종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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