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는 아직 '개발망상'에 빠져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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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는 아직 '개발망상'에 빠져 있나?
  • 이병기
  • 승인 2010.11.2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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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도 '생태지도 비오톱' 완성 시급 … 후순위로 밀려 사업 축소


남동구 비오톱 시범사업에 참여한 조사원들이 현장 투입에 앞서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조사원들은 도시생태 전반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석사 이상의 전문가들로 꾸려져 있다.

취재: 이병기 기자

도시생태지도 '비오톱(Biotope)'은 지역 생물자원의 전반적인 부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도면화했다는 점에서, 자연환경의 복원·보존뿐만 아니라 도시계획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전국에서도 으뜸으로 개발에 따른 도시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인천은 비오톱을 이용하면 자연환경과 동·식물 분포를 미리 알고 계획을 세울 수 있기에, '개발지상주의 인천'의 오명을 씻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사업이다.

인천에선 올해 초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남동구에 이어 내년에 강화와 옹진을 제외한 내륙 전 지역 비오톱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개발위주 정책을 지양한다고 하는 송영길 시장 체제에서도 후순위로 밀리며 사업 축소가 불가피한 형편이다.

올해 4월부터 내년 2월까지 진행되는 남동구 비오톱에는 약 1억원의 예산이 들었다. 나머지 내륙 전 지역에 소요되는 예산은 7억~8억원. 하지만 다른 정책에 밀리면서 계양구와 서구에서 생태가치가 높은 일부 지역만 내년 사업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시가 부채해결이나 경제, 먹고사는 문제 위주로 우선순위를 두다 보니 비오톱 사업은 후순위로 밀려나게 됐다"면서 "도시계획과 함께 진행됐어야 했는데 아쉽다"라고 말했다.

비오톱 진행을 맡은 권전오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사업은 반드시 해야 할 사업이고, 강화도와 백령도까지 할 생각으로 작업해야 한다"면서 "(예산 문제로)'여기까지 했으니 그만 하자'는 것은 안 되며, 사업의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권 연구위원은 "남동구만 데이터를 구축하는 건 의미 없는 일"이라며 "앞으로 많은 개발이 진행될 검단 등 북쪽 지역이나 강화도 관리 차원에서 본다면 도시생태지도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조언했다.

필요성 인식 공유가 관건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시가 의지를 갖고 예산을 들여 '인천 비오톱'을 완성했더라도 실제로 활용되지 않는다면 인적 노력과 비용 모두 '도루묵' 신세다.

권전오 연구위원은 "'비오톱의 의식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다른 부서에서 만들었으니 우리와는 상관 없는 거다'라며 행정부 안에서도 관심을 안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인천보다 앞서 비오톱을 완성한 서울시의 경우 최초 추진을 도시계획부서에서 진행했다.

권 연구위원은 "서울은 도시계획부서가 개발 주체이기 때문에 그들이 직접 하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하게 됐다"면서 "환경부서에서도 비오톱을 진행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사용해야 할 다른 부서에서는 관심이 멀어질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비오톱을 이용해 도시생태환경이 좋지 않은 곳들은 복원하고, 좋은 장소는 보존하는 건 기본적인 의무다. 나아가 계양산에 골프장을 건설한다거나 인천의 녹지축을 파괴하는 검단~장수 간 도로처럼 개발 예정지 비오톱을 바탕으로 생태환경이 뛰어난 장소는 훼손을 방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오톱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모두 가져야 하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비오톱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그나마도 전문가나 비오톱 관련 몇몇 이들만 도시행태지도와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행정기관도 단순히 환경부에서 지침이 내려와 어쩔 수 없이 진행하는 게 아니라, 실·국 책임자가 필요성을 인식하고 확실히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시 조직 안에서도 환경 부서 뿐만 아니라 건설관련 부서, 도시계획 부서에서도 공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또한 아직까지 아무런 법적 구속력을 지니지 않은 비오톱을 향후에는 자체적으로 조례를 제정해 지켜야 할 규범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다.

시 관계자는 "남동구 비오톱이 완성되면 상위법에는 없지만, 일부는 법제화할 수 있도록 제안할 예정"이라면서 "꼭 법으로 만들지 않더라도 다른 부서에서는 참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개발관련 부서의 경우 비오톱을 현재 진행하는 환경영향평가나 사전환경성 검토처럼 또 다른 '걸림돌'으로 여길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이 때문에 비오톱 공감대 형성이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오톱이란?

비오톱(Biotope)은 그리스어로 생명을 의미하는 '비오스(bios)'와 땅, 또는 영역이라는 의미의 '토포스(topos)'가 결합된 용어로 생물이 사는 공간을 의미한다.

처음 독일과 유럽에서 사용됐던 비오톱은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생물이 서식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는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만 비오톱으로 규정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습지복원, 산림복원사업 등을 위주로 비오톱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비오톱을 희귀한 생물만 서식하는 곳이 아닌, 사람이 거주하는 도시도 비오톱 공간으로 인식하고 나아가 사람 주변 서식지 복원이나 보존이 더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전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고 있다. 

권전오 연구위원은 "도시를 작은 모자이크로 나눴을 때 어떤 부분은 숲도 있고, 도로나 주거지도 있다"면서 "도로라고 해서 생물이 없는 건 아니고, 사람을 제외한 가로수나 들꽃, 관목 등 자연이 있기 때문에 도시의 모든 공간을 비오톱으로 여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 모든 지역이 생물이 사는 공간이지만 숲이 있는 지역은 좋고, 도로나 주거지는 덜 좋을 수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생태적 환경을 고려해 숲은 1등급, 도로나 생물이 거의 없는 지역은 등급을 높게 부여해 비오톱을 나누게 된다.

그렇다면 생태환경을 왜 도면으로 만드는 게 중요할까?

권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생태를 하는 사람들은 도면 없이 말로만 설명했다"면서 "'어디에 서식지가 있다'는 말밖에 하지 못했기 때문에 도시계획을 하는 이들과 말이 통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비오톱 도면을 만들게 되면, '이곳에 도로계획을 세웠더라도 1등급 지역이 있으니 조금 돌아가는 게 좋겠다'는 식으로 협상이 가능해진다"면서 "행정부 결정권자를 설득할 때도 더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게 된다"고 기대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인천 전 지역 비오톱을 완성했다 해도 한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마다 갱신해야 하고, 10년차에는 전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시 관계자는 "자연은 스스로 발전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비오톱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면서 "생태도시 인천으로 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비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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