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남 시인의 첫 시집, '시간이 일렁이는 소리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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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남 시인의 첫 시집, '시간이 일렁이는 소리를 듣다'
  • 송정로
  • 승인 2010.11.21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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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요소 강한 시 64편 엮어 출간




인천작가회의 김명남 시인의 첫 시집 ‘시간이 일렁이는 소리를 듣다’(시평사)가 출간됐다. ‘여찬리 눈바람’ ‘ 저 평화’ ‘38선 휴게소’ ‘IMF시대의 소’ ‘황태덕장에서’ ‘질경이’ ‘드디어 중년’ 등 64편의 시를 엮어냈다. 시인의 자전적 요소가 강한 시집이다.

대관령 너머 강릉 외곽 여찬리란 시골마을에서 보낸 유년시절, 상처로 남은 가난의 기억, 반골이 될 수밖에 없는 성장환경을 가진 시인이 도시로 흘러와 또 다른 여찬리를 살아내는 현실 이야기, 그들을 그렇게 만든 위정자에 대한 분노 등이 가득찬 물동이처럼 넘칠 듯 시집에 배어난다. 가난했던 이 나라 민초들의 삶이 원형 그대로 들어있는 듯하다.


대관령에서 불어난 겨울눈은

삼정재를 타고 넘으면서 울음이 되었다

눈덩이로 살이 오른 앞마당 감나무는 겨우 목만 내놓은 채 몸서리친다

뭉치바람에 은결든 문풍지는 세월의 잔혹을 읽는다

장작불에 걸어앉은 솥뚜껑 같은 밤이다

밤새 부뚜막은

눈보라가 꽃잎처럼 부서지는 소리에 가슴을 졸였다 - 「여찬리 눈바람」전문
 

촌놈들은 불알친구들을 명절에 본다 떠나 있는 나 같은 놈도 추석이나 설날에 고향에서

동창들에 붙잡혀 끌려나간다 그것도 꼭 명절 전날 밤에

올해도 가정 팽개치고 모인 놈들

준집이 두순이 원균이 해동이 동춘이 강식이 용렬이 시동이 범준이로 이름 바꾼 광일 이......

반갑다는 말 자체가 욕에서 시작해 욕으로 끝나는 우리네 시골뜨기다 부를 땐 이름이 없 다 그냥 야이 새끼야, 개눔아, 개같은 년아(전부 남자인데도), 쌍놈의 종자야, 이다.

.........

한 무리 들쥐떼처럼 옹송그리며 앉아 회비 낸 놈 안 낸 놈 가리고 시월 이일에 총동문 체 육대회가 있는데 수도권에 있는 놈들 많이 와달라는 안내 아닌 안내를 하고 안내를 듣고 하다가 문득 옆에서 의재가

“야이, 니 초등학교 말이야, 제발 애들한테 숙제 낼 때 부모 숙제 좀 내지 마라. 밤늦게 집구석에 오면 피곤해 죽겠는데 애는 숙제 같이 해야 된다며 알림장 들이밀면 머리 돈다 돌 아....... " - 「추석 전날」 중에서


1969년 강릉에서 태어난 작가는 2000년 『작가들』여름호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청주교육대학을 졸업해 현재 인천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인천작가회의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시인 이경림씨는 김명남 시집에 대해 “시가 점점 무슨 기호들의 나열 같이 난해해지는 요즘, 눈치 안보고 전통 서정과 현실 고발의 시를 쓰는 시인을 발견하는 것도 귀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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