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 맞은 청년지원사업, 지자체는 뭘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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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 맞은 청년지원사업, 지자체는 뭘 해야하나?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9.04.09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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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대안 요구되는 청년몰 지원사업



지난해 11월 박남춘 인천시장 주재로 인천시청사 대회의실서 진행한 청년정책 관련 열린 토론회 당시 모습. ⓒ인천시

 
인천시와 각 군·구에서 ‘역점사업’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청년세대 지원사업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일정 부분 효과를 보고 있지만, 본래 취지가 무색해지거나 ‘헛발질’한 경우도 있는 만큼 ‘행정지원’이 중심이 되는 청년 지원에 더 실속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청년고용률’은 개선, 지속 가능성

올해 초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고용률 현황을 보면 인천시는 지난 2017년 4분기부터 5분기 연속 특·광역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민선6기 부터 장려하기 시작한 청년세대 지원사업이 효과를 보면서 이들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한 기관들도 실적이 나아졌다는 설명이다.

실례로 지난 2017년 10월 미추홀구 제물포스마트타운(JST) 15층에 문을 연 ‘유유기지’가 개소 후 올해 초까지 1만 5천 명이 다녀가면서 청년들의 취업이나 창업 등을 돕는 데 역할을 담당했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청년들에 대한 지원 내용이나 청년고용 우수기업 근로환경 개선 사업도 조기에 목표치를 달성하는 등 시민들이 체감하기 좋은 정책으로 평가받았다.

민선7기는 올해 청년정책에 대한 예산 지원을 두 배 늘려 강화하고 창업마을 드림촌 조성을 2021년까지 목표로 하고 인천창업카페와 유유기지 2호 개소 등도 박남춘 시장의 임기 내에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천시가 올해 초 통계청의 자료를 받아 발표한 인천지역 청년고용률 지표.

 

통계청은 이달 중 올해 1분기 청년고용률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내색을 하지는 않지만 시 내부에서는 올해 역시 이 부문 1위 수성을 자신하고 있다.

 
◆ 더 이상 쉽지 않은 ‘청년몰의 현실’

시의 청년지원 사업은 전반적으로 효과를 보고는 있지만, 일선 군·구 등에서 진행되는 창업 및 활동지원에 대한 부분은 더욱 섬세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도 지원이 이루어지는 청년몰 사업은 이제 내용을 다듬을 때가 됐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온다.

최근 중구가 추진했던 ‘신포국제시장·개항누리길 상점가 청년창업 지원사업’ 신청은 저조함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신포동 청년몰 ‘눈꽃마을’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조명을 받으면서 일부 효과를 누린 중구는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낸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 공모에 참여해 선정을 받으면서 올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였던 '눈꽃마을'과는 사업 내용은 다르지만, 어쨌든 그 자리를 포함한 사업인 만큼 지역 차원에서는 주목할 만한 내용이 있었다 그러나, 지원 정원 10개 팀에는 불과 2개 팀만이 지원했다. 지원 규모 자체가 그렇게 적은 비용도 아니었다. 공점포 리모델링 비용을 최대 2,4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으며, 최대 100만 원의 임대료를 총 6개월 지원받을 수 있었다.

중구는 지원 규모보다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던 부분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중구 관계자는 “공점포가 중구 소유의 건물이 아니어서, 계약은 건물주와 지원자가 개별적으로 진행하게 되고 우리는 정해진 규모의 임대료 및 리모델링비를 지원하고자 했던 것”이라며 “추가적으로 발생되는 보증금이나 권리금 등을 지자체로서 지원할 수가 없었다 보니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데, 그것이 지원자들로 하여금 예상보다 부담이 크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고 밝혔다.



신포동 눈꽃마을 청년몰의 밤거리 모습. ⓒ배영수


◆ ‘시장논리는 행정보다 우위’, ‘단발지원’은 한계

일단 중구는 구가 처한 현실을 감안하면 예산을 추가로 투입할 수는 없고 사업대상지를 확대하는 방안밖에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과연 ‘확대’만으로 답을 찾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현재 인천 관내에 있는 청년몰들 가운데 그나마 자리가 좀 잡혔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곳은 강화중앙시장 내에 위치한 ‘개벽 2333’ 정도다. 아예 강화군이 소유한 건물에 저렴한 연차료로 들어온 청년들이 큰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는 면에서 ‘제반비용 지출 최소화’ 차원에서 정착시킨 경우다. 그러나 이곳도 지속적으로 폐점하는 곳이 생기는 것은 피하지 못하고 있다.

중구 ‘눈꽃마을’은 공중파에서 조명한 뒤로 한때 사람들로 넘쳐났지만, 기억에서 멀어져가며 그리 힘을 못쓰고 있다. 파워블로거 강모씨(33, 서울)는 “파워블로거, 유튜버들이 방송에서 집중적으로 소개된 곳들은 많이 찾아가지만 다시 올 생각이 들지 않으면 대부분 두 번은 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눈꽃마을도 같은 케이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중구 청년몰 조성사업단도 관계자는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계속 유동인구 수가 늘고 있었는데, 그 다음 달부터 현저히 수가 줄어드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서구나 미추홀구 등은 결과가 더 안 좋다. 2년여 전 서구 가좌시장에 입점해 있던 청년점포들은 정부의 지원기간이 끝나자마자 잇따라 폐업을 시작해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모두 문을 닫았고, 2015년 미추홀구 용현시장에 생긴 청년점포 10곳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진 단발성 홍보 이후 지속적인 홍보 및 지원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정인갑 인천시 서구의회 의원은 “정부가 고정적으로 임대료 등을 지원하는 1년 6개월이 지난 뒤로 지자체 차원의 관리가 전혀 되지 않으면서 결국 시작만 도와주고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식으로 행정이 진행된 데에 대한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세움 인천시의원은 “최대 2년에 불과한 단발성 지원사업은 청년들에게 큰 도움은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구 가좌시장 청년몰이 운영할 당시 입구 모습. (사진 출처 = 인천서구청 공식 블로그)

 
◆ ‘지는 청년몰’에 대한 대안 고민 필요

지난해 7월 신포동 눈꽃마을을 다뤘던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과 김성주 등 진행자들은 당시 방송을 통해 정부의 청년몰 지원사업에 대해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정부 지원의 성과는 아쉬웠다”며 운을 뗀 그들은 “신포국제시장 인근이 먹거리로 잘 알려져 있으나, 막상 청년몰 상권은 다른 주변에 비해 잘 주목받지 못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상권이 올라와 있지 못한데 여기에 경험도 부족한 청년들을 지원까지 해주며 인위적으로 입점시켜 봤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이야기를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기성세대들에 비해 활동이 비교적 활발한 청년들 입장에서는 그만한 활동을 뒷받침해줄 만한 ‘접근성 좋은 공간’을 근거지로 원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역세권 인근 대부분이 사유지에 해당되는 우리나라에서 지자체가 행정으로 마련해줄 수 있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또 건물 하나를 매입하더라도 공시지가와 실거래가를 감안해야 하는 지자체로서는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이는 인천뿐만 아니라 청년정책을 다루는 전국 지자체들의 고민 중 하나다. 남동구 관계자는 “청년몰이나 청년들의 활동 공간이 역세권 같은 곳에 지원이 되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행정적으로 받쳐주기엔 한계가 있기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을 제공 또는 지원하는 대신 다른 부분을 통해 보완하는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남동타워 상부. 현재 빈 공간인 상태다. (사진 출처 = 남동구청 공식 블로그)

 
◆ 노는 건물 ‘남동타워’로 청년 챙기려는 남동구, '결실' 주목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들의 청년 지원정책을 한 번쯤 점검해야 할 시점이 왔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청년문화기지를 새로 구축하고 과업계획을 짜고 있는 남동구는 아예 청년몰 사업은 포기하고 ‘활동 지원’으로 정책방향을 돌린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남동구는 LH가 도시개발을 하면서 건립해 남동구에 기부채납한 남동타워에 청년문화복합공간을 구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해 인천문화재단이 옛 인천여고 건물의 일부 유휴공간(일부는 현재 인천예총이 사용 중)을 활용해 조만간 운영할 ‘청년문화창작소’와 비슷한 개념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남동타워는 민간사업자가 레스토랑으로 운영해 왔으나 수익이 나지 않아 2015년부터 영업이 멈췄고 이후론 수영장만 운영되며 시민들이 출입할 수 없는 공간으로 남아 있다. 교통 접근성도 떨어지는 데다 공간 인근에 전망대를 세우는 바람에 전망대로서도 비교적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아왔던지라, 유휴공간으로 남은 후로도 교육 및 문화공간으로의 활용 등이 언급돼 왔으나 실행되지는 못했다.

남동타워를 1인 크리에이터의 작업 및 공연, 음악이나 미술 전공자의 레슨공간, 카페와 연동한 공간 등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잡아놓고 있다. 물론 ‘VR 체험관 등도 꾸며 지역 아이들과 연계한 공간으로도 만들고 싶다’는 남동구의 계산은 쉽지 않아 보인다. “많아봤자 2억 원 이내로 예상되는 확보 예산을 갖고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 남동구 측 설명이다.

남동타워가 본래 청년들의 공간을 목적으로 지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 대상이다. 남동구 관계자는 “남동타워는 생긴 게 도넛 모양이라 규모 대비 공간 효율도가 떨어지는 건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라며 “접근성도 떨어지는 만큼 억지로 청년몰을 꾸릴 생각은 없고, 최대한 청년들이 쓸 만한 시설로 운영하기 위해 청년들의 직접적인 요구사항들을 받아들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음 주 중에 우리 구에서 청년창업지원센터를 개소하는데 남동타워의 활용 방안 역시 청년들이 그 센터를 창구로 활용토록 하겠다”며 “단기적 지원 차원으로는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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