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먼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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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먼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나?
  • 이병기
  • 승인 2011.02.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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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도개공 사업구조조정 … ·27개 중 6개 포기·12개 축소 또는 연기


남동구 만수동에 위치한 인천도시개발공사

취재: 이병기 기자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사업구조조정으로 추진중인 일부 사업들이 중도 포기되거나 규모 축소, 시기를 늦추면서 여파가 애꿎은 시민들에게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인천도개공은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납입자본금 1조9천억여원 중 1조3천억원 가량의 자본금을 감소(감자, 減資)하라고 통보받았다. 감사원이 청라지구 내 자동차성능시험장으로 30년 간 임대한 지엠대우차 연구개발 용지 등 사용이 제한된 자산을 가치가 없는 현물자본으로 판단한 것이다.

자본금의 약 4배까지 공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도개공은 감자가 진행되면 공사채 추가 발행이 어려워질 뿐더러 3조원 가량의 부채를 당장 갚아야 할 상황에 놓인다. 작년 말 현재까지 도개공의 공사채 발행 금액은 5조5천억원 정도, 부채비율은 286%에 달한다.

또 올해는 아시아경기대회 선수촌으로 사용될 남동구 구월동 보금자리주택과 검단신도시 보상, 공사 등을 진행하기 위해 1조원 이상 공사채를 추가 발행해야 할 처지다. 이 때문에 자본금이 6천억원으로 줄어들 경우 파산까지 우려되고 있다.

인천도개공 관계자는 "아직 감사원 감자가 결정된 건 아니고 검토중인 상황이다"면서 "감사원이 지적한 부분들은 회계처리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사용이 제한된 것으로 보고 통보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도개공은 당초 추진중이었던 27개 사업 중 6개 사업을 포기하거나 매각하고, 12개는 규모 축소나 시기 조정, 9개는 현재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우고 구조조정에 나섰다.

포기하거나 매각하는 사업은 구월농산물도매시장 이전, 금곡지구 개발, 송도5공구 1단지, 하버파크호텔, 송도 석산, 컴플렉스 빌딩 등이다.

도개공 예산관리처 리스크관리팀 관계자는 "금곡지구의 경우 사업을 추진하려면 토지보상비를 집행해야 하는데, 재원을 조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면서 "구월농산물도매시장은 도개공 자체사업으로는 포기하고, 인천시를 통한 대행사업으로 추진할 구상중"이라고 말했다.

사업 내용을 변경하거나 시기를 조정하는 사업은 도화구역사업과 송림초등학교 주변 주거환경개선사업, 영종하늘도시 밀라노디자인시티 사업 등 12개다.

도개공 관계자는 "영종지구의 경우 아직까지 영종도의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있고, 미분양 아파트도 다수 있기 때문에 사업 시기를 늦추는 것으로 결정했다"면서 "애초 27개 사업에 22억원 가량을 투입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약 16조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송도국제화복합단지(연세대 송도캠퍼스)와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 숭의운동장 도시개발사업, 운북복합레저단지 등은 계획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송영길 시장, "감사원과 행안부 찾아가 빌고 있다?"

인천도개공은 사업구조조정이 진행됨에 따라 시민들이나 이해당사자들에게 미칠 파급 효과를 우려해 확정 전 공개되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다.

도개공 홍보팀 관계자는 "내부 방침 이외에 아직 추가로 확정된 건 없는데, 추측성 보도로 특정지역 주민이나 이해당사자들이 걱정하고 있다"면서 "최종 안이 나와야 확실하게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2013년 이전 예정이었던 구월농산물도매시장의 경우 협소한 부지와 농산물쓰레기 악취로 상인과 주변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지만, 도개공의 사업 포기로 이전시기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또 일부 개발지역 주민들은 사업이 늦어질 경우 재산권 침해에 대한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도개공의 구조조정으로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사업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서는 도개공이 관리기관으로서 페이퍼나 테이블에서 결정할 것이 아니라 현장에 나가 직접 주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시도 '도개공 일병' 구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지난 5일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부평구 범시민위원회'를 만난 자리에서 "전임 시장 재임 당시 사실상 소유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들을 자산으로 등록해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1조3천억원 감자를 통보받았다"면서 "도개공 자산이 6천억원으로 줄면 부도를 맞기 때문에 감사원과 행안부를 찾아가 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최악'을 막으려고 인천경제자유구역 국제업무단지 일부를 도개공에 출자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인천시 예산담당관실 관계자는 "시와 도개공, 경제청이 문제 해결을 위해 협조하는 상황"이라며 "도개공에 어떻게 지원할지는 아직 검토 단계"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송원 사무처장은 "시가 현물출자를 해서 출구를 만들어주겠다고 해도, 유동성 위기극복을 위한 뚜렷한 방법이 없다"라며 "도개공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보다 교통정리를 더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이제까지 해왔던 '빚 내서 빚 갚는 행태'를 탈피하는 근본적 방안이 나와야 한다"면서 "재정운영방침의 전면적 개선책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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