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 나무들 머리띠 풀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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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산 나무들 머리띠 풀어줘요~
  • 이병기
  • 승인 2011.03.02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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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건설 백지화 앞두고 감사제 열려


3월1일 계양산을 찾은 시민들이 감사제를 지내고 만세 삼창을 외치고 있다.

취재: 이병기 기자

"지난 계양산 골프장 반대 투장 당시 나무에 끈을 묶었습니다. 끈 색깔마다 사연이 다 틀리답니다. 롯데가 조사하면서 묶어놓은 끈, 우리가 매달았던 끈. 만약 계양산에 골프장이 생기는 것으로 결정됐다면 울면서 풀었겠지요. 비록 계양산 골프장 백지화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오늘은 웃으면서 풀 수 있었습니다. 부디 우리 아이들에게도 좋은 계양산을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 노현기 계양산 골프장 저지 및 시민자연공원 추진 인천시민위원회 사무처장 

민족의 독립을 선언하는 만세소리가 전국 방방곳곳에 울려퍼졌던 1919년 3월1일. 92년이 지난 2011년 3월1일에 계양산 자락에서 뜻 깊은 만세 삼창이 다시 울려퍼졌다. 

계양산 골프장 저지 및 시민자연공원 추진 인천시민위원회(이하 인천시민위)는 1일 계양구 다남동과 목상동 계양산 일대에서 '나무들 머리띠 풀어주기'와 감사제를 진행했다.

이번 모임은 지난 계양산 골프장 건설 반대 투쟁 당시 롯데건설의 입목축적 허위조작 규명을 위해 표준지 나무조사를 실시하면서 묶었던 헝겊띠와 표준지 표시 노끈을 제거하려고 마련됐다.


골프장 반대 투쟁 당시 시민들이 나무에 묶인 헝겊을 보고 "나무들이 머리띠를 묶고 골프장 반대를 외치고 있다"고 해서 불린 '나무들 머리띠 풀어주기' 행사에는 3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궂은 날씨에도 주변을 꼼꼼히 살펴가며 제거 작업을 벌였다.

노현기 인천시민위 사무처장은 "날이 더 풀려 산에 싹이 올라오기 전에 끈을 풀려고 오늘 자리를 준비했다"면서 "이후 계양산 한 평 사기 운동과 계양산 반딧불이 축제, 지난 5년 간 시민들이 함께해온 노력을 모아 백서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21일 인천시는 계양산 롯데골프장 중단의 첫 행정절차로 '도시관리계획(도시계획시설:체육시설) 변경(폐지) 결정 입안(안)' 열람공고를 발표했다. 5년이 넘는 동안 계양산을 지키려 했던 인천시민들의 염원이 첫 단추를 낀 셈이다.

이날 어머니와 함께 참여한 최정우(심곡초교 3, 심곡동)군은 "계양산에 골프장을 짓는 것을 막기 위해 끈을 풀어주고 있다"면서 열심히 고사리 손을 놀렸다.


이한구 인천시의회 의원은 "지난 본예산에 계양산 공원 조성 용역비 3억5천만원을 반영하려고 했으나 행정 절차 상 이유로 보류됐다"면서 "추경예산에 용역비를 반영해 도시기본계획에 계양산 공원 조성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계양산 주변 다남동 일대는 생태 공원으로, 목상동은 산림건강치유센터, 방축동은 역사 문화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면서 "시민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오전 10시부터 헝겊띠와 표준지 표시 노끈 제거를 시작한 시민들은 오후 12시께 일을 마치고 계양산 감사제를 지냈다. 

시루떡과 막걸리, 김치 등 간단한 음식으로 계양산에 감사 인사를 보낸 시민들은 인천시민과 계양산을 축복하는 만세 삼창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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