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를 보호해야 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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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를 보호해야 하는 까닭은?
  • 이병기
  • 승인 2011.04.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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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남동유수지서 13마리 관찰 - "송도갯벌 매립 중단해야"


취재: 이병기 기자

"어느 때부턴가 남동유수지에서 저어새를 보면 봄이 왔구나 하고 느껴요. 얼마 전에 둥지 자리도 정리했으니 올해는 더 많은 저어새가 찾길 바랍니다." - 이혜경 인천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봄을 알리는 저어새가 남동구 남동공단 인근에 위치한 '저어새섬' 남동유수지를 찾았다.

지난 19일 첫 손님에 이어 세 마리, 다섯 마리씩 꾸준히 목격되던 저어새는 31일 현재 13마리가 관찰되고 있다.

노란 번식깃을 화려하게 펼친 저어새들이 짝짓기 하는 모습이 포착되는가 하면, 한낮의 햇볕에 고개를 묻고 잠을 청하는 저어새도 보인다.

이들 주변엔 단골 손님인 재갈매기가 한켠을 차지하고 있고 저어새섬 인근 습지에서는 혹부리오리와 황오리, 검은머리물떼새,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등이 거닌다.

지난 1994년까지 전세계적으로 300여마리만 존재했던 멸종위기종 저어새는 국제적인 저어새 보호 노력의 성과로 작년까지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면서 2000여마리가 확인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3년 5곳의 번식지에서 99~112개의 둥지가 확인된 이후 2006년 10곳, 325개 이상, 2010년 8개 섬 409개 둥지로 조사됐다.

2009년부터 처음 번식이 발견된 남동유수지는 일명 '저어새 섬'으로 불린다. 요도와 비도, 구지도에 이어 국내에서 4번째로 중요한 번식지로 인정받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38쌍이 번식에 성공해 53마리가 이소에 성공했으며 번식성공률도 둥지당 1.4마리로 재작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2009년의 경우 24쌍이 번식을 시도해 0.25마리의 이소 수를 보였다.

이는 환경단체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작년 봄철 둥지 자리를 만들어주면서 저어새 번식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올해 역시 지난 3월12일과 17일에 저어새 둥지 만들기 작업을 벌였다.

이날 남동유수지에서 만난 인천 저어새네트워크 김보경씨는 "저어새들이 둥지를 틀기 위해서는 40cm 정도의 평평한 공간이 필요한데, 저어새섬은 돌로 돼 있어 가파른 곳이 많다"면서 "새들이 둥지를 틀 수 있도록 60여곳의 자리를 만들어 줬다"라고 말했다.

월동지를 떠난 저어새들은 보통 4월 초에 남동유수지를 찾는다. 예를 들어 4월 초 둥지를 형성한 저어새는 짝짓기 후  25~26일간 포란 과정을 거쳐 5월초 새끼가 태어나게 된다.

새끼 저어새들은 약 40일이 지나 첫 비행을 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남동유수지 주변 갈대밭이나 얕은 물가에서 지내다가 날개에 힘이 차면 송도갯벌로 나간다.

그러나 처음 당분간은 스스로 먹이를 찾기 어려워 어미의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어미들은 새끼가 먼 거리를 날 수 있도록 데리고 다니며 먹이고, 날기 연습을 시킨다.

열악한 환경 속 살아가는 저어새


30일 남동유수지를 찾은 저어새네트워크 회원들이 저어새를 관찰하고 있다.

"다른 동네 저어새들은 새하얀데 우리 동네 저어새는 꾀죄죄해요."

30일 찾은 남동유수지는 작년에 비해 물이 현저히 줄어든 상태다. 물이 빠진 유수지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며 심한 악취도 풍긴다.

김보경씨는 "수 십 년간 남동공단에서 불법으로 유출된 공장 폐수들이 남동유수지 바닥에 쌓여 있다"면서 "가뜩이나 물이 빠져 악취가 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저어새나 민물가마우지 등은 송도갯벌에서 먹이를 먹고 얕은 물이 있는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물이 없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바닥이 더 마르면 육상동물들이 저어새섬으로 침입할 우려도 있다"라고 걱정한다.

그는 "구청이나 시청에서도 '해수를 유통시켜 게나 생물 등 먹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천연기념물 저어새가 찾는 공간을 아름다운 환경으로 조성해 자연을 바라보는 기분을 느끼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행정관청은 이곳 남동유수지 악취 문제로 바닥의 흙을 모두 퍼내고 다시 조성하는 방안을 찾고 있지만, 예산상의 이유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

김보경씨는 "일단 남동유수지에 물을 채워 새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면서 "습지를 모두 퍼내는 것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질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바닥을 드러낸 남동유수지

2009년부터 남동유수지 저어새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인천저어새네트워크는 4월 초부터 매일 모니터링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또 4월 2~3일에는 저어새생태안내소를 만들기 위해 컨테이너를 들이는 작업도 예정돼 있다.

저어새네트워크 관계자는 "송도 11공구 매립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올해도 저어새들이 무사히 알을 낳고 키울 수 있길 기원한다"면서 "지금이라도 마지막 남은 송도갯벌, 국제적인 철새 도래지인 송도갯벌 매립공사를 중단하고 보전지역으로 지정해 세계적인 철새공원으로 조성하길 관계기관에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저어새네트워크와 (사)홍익경제연구소는 오는 4월8일부터 14일가지 7일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중앙전시실에서 2011년 저어새 생태사진전 '저어새 인천을 날다'를 연한다.

저어새네트워크 관계자는 "'저어새 생태 사진전은 2009년부터 송도 남동유수지에서 둥지를 틀고 번식을 시작한 저어새들의 생태를 사진 작품으로 환경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면서 "남동공단과 주변 자동차들의 소음, 매연, 악취나는 수질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저어새들의 번식상황을 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진전에서는 조영길씨 외 50여점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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