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책방 - 본분을 다하고, 플러스 알파가 있습니다
상태바
작은책방 - 본분을 다하고, 플러스 알파가 있습니다
  • 김미성
  • 승인 2021.06.25 06: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
(61) 구멍가게와 작은책방- 김미성 / '백투더북샵'(옛 '그런데.책방) 책방지기

 

지난 5월 길지않은 시간을 보낸, 인천의 둥지를 떠나, 호기롭게 시흥시 대야동으로 자리를 옮겨 곧장 다시 시작... 하게 될 줄 알았던 책방은 5월 중순까지 끝내준다던 인테리어 공사가 6월을 넘기고 7월이 다가오는데도 끝날 기미를 보이질 않고 있습니다. 이유야 얼마든지 만들 수 있겠지만, 마냥 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제 성격을 탓해야하지 않을까 싶어지는 요즘이기도 합니다. 시간이라도 절약해보자고 업체에 맡기게 되었으나, 오히려 그것이 독이 되었는지 시간이 되려 더 걸리게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스트레스만 쌓여가던 어느 날 미친 듯이 매운 떡볶이를 해 먹기 위해 동네 부식가게를 찾았습니다. 원래는 길 건너 큰 마트로 가려고 했으나 갑자기 쏟아지는 장대비에 집 앞에 있는 구멍가게로 들어가게 되었죠. 다행히 제가 사려고 했던 것들은 다 있었습니다. 대형 마트나 큰 슈퍼처럼 가짓수가 다양하게 있는 건 아닌게 떡도 쌀떡, 밀떡 하나씩, 어묵은 달랑 한 종류, 양파는 대, 중, 소 이런 거 없이 딱 한 망만… 고를 것도 없지만 그래도 딱히 크게 불만은 없을 정도로 고루 갖추고 있었습니다.

문득 동네 책방이 이 부식가게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지는 않지만, 있어야 할 것은 다 있는 동네 구멍가게 같은 동네 책방. 그날 먹었던 떡볶이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떡은 쫄깃하니 맛났고, 어묵도 나름 어묵의 본분을 다하는 맛이었죠. 내가 선택했음에도 나의 선택이 아닌 녀석들인데도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동네 책방도 다양하게는 없지만 나름 있어야 하는 책들은 구비되어 있고, 게다가 책방 주인의 취향이 흠뻑 묻어있는 책들을 구입하는 것은 내가 선택했음에도 나의 선택이 아니기에 그 책의 맛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지않을까요. 그리고 누가 압니까, 진흙 속 진주처럼 나만의 '몹시' 귀한 책을 발견할 지.

 

 

위의 사진의 책들은 그런 의미에서 다른 몇 곳의 책방을 들러 조언도 듣고 모두가 겪은 일이라는 위안도 얻으면서 그들의 서재에서 골라온 책들입니다. 차근차근 들여다보며 그들의 책들의 맛을 음미해보려 합니다.

책방 오픈이 늦어지는 와중에 딱 하나 좋은 점은 책방 앞을 지나다니시는 분들이 꽤나 궁금해 하신다는 겁니다. 아직 간판도 달려 있지 않기에 더더욱 궁금증을 유발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한 분, 두 분 들어오셔서 여기는 뭐하는 곳이냐고 물으시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그런데 “책방”이라고 하면 책을 산다는 개념보다는 도서관처럼 책을 본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적지 않음에 가끔 놀라고는 합니다. 동네 책방이 생소해서 일까요. 대형 서점 그리고 대형 서점보다 규모가 조금 작은 서점이나 문고, 마지막으로 서점이나 문고보다 규모가 작은 형태를 책방이라고 생각했지만, ‘~방’이라고 하면 그저 그 공간을 즐기는 오락의 공간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아직은 많은 듯 합니다. 

 

 

아직도 준비해야 할 것들도 많고 인테리어 공사도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7월 1일부터는 전깃불이 들어오는 한, 영업을 시작하려 합니다. 누군가 그러더라구요. “100% 완벽하게 공사가 끝나는 일은 없다”라구요. 다 끝났다고 생각이 들어도 들여다보면 고칠 구석이 보이고, 수리해야 할 녀석이 생길꺼라구요. 어차피 80%정도는 정리가 된 상태이기도 하니까, 언제나 늘 그랬듯이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매력으로 시작해 볼까 합니다. 이제 다시 시작될 새로운 이야기에 부푼 기대를 안고서 말이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