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인천 프로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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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인천 프로 스포츠'
  • 배영수
  • 승인 2011.09.06 1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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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이번스와 인천유나이티드 '구단 내실화'엔 뒷전
 
 
SK와이번스와 두산과의 경기 모습 ⓒ SK와이번스 구단홈페이지

"Never swap horses while crossing the stream."
 
유명한 영어 속담으로 '개울을 건널 때는 말을 갈아타지 말라'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 '전쟁 중 장수를 바꾸면 안 된다', 혹은 '장수는 전쟁 중 말을 갈아타지 않는다' 등도 유사한 뜻으로 자주 쓰인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꾸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말이다. 이는 최근 인천 연고 프로야구단인 SK와이번스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18일 SK구단은 김성근 감독을 "파행 운영을 막기 위한 조직 안정화"를 이유로 전격 경질했다. 하루 전인 17일 "구단과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감독 발표에 구단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은 셈이다. 따지고 보면 그 배경에는 감독과 구단 불화가 원인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이 "시즌은 잘 치르고 마무리하겠다"는 발표를 했을 만큼, 시즌 중에 그것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상태에서 경질의 칼을 빼든 구단에 대한 원성이 팬들로서는 높을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김 감독 사퇴 선언과 경질에 이어 이만수 감독대행이 팀을 이끄는 시기인 17일부터 23일까지 SK 성적은 1승 4패. 시즌 중 연패가 나올 수도 있는 만큼, 겉으로는 문제가 없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문제는 심각하다. 이 5경기 동안 SK는 8득점밖에 하지 못했고, 이 득점을 올리는 동안 무려 30실점을 했다. 4점을 줘야 겨우 1점을 땄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삼성과의 두 경기에서는 한 점도 뽑지 못하는 영봉패 굴욕을 당했고, 나머지 2경기 패배도 각각 9점, 8점의 대량실점을 하고 말았다. 실제로 이들 경기에선 선구안이 좋다는 SK 선수들이 아무 공에나 방망이를 돌리는 모습을 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후 최근 다시 경기력이 살아나고 있긴 하지만, 김 감독 시절 SK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본헤드 플레이'가 경기 중간 중간 나타나는 데 대해 많은 야구팬들이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 경질 후 SK팬들의 현수막 항의 시위 모습.

SK와 두산과의 경기가 있던 지난 25일 문학구장을 찾았다. 야구장 내에서는 경기 내내 집회 비슷한 소동을 내는 사람들 모습이 보였다. 관중들의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그 '소동'은 계속됐다.

경기 후 20대 후반 두 명의 야구팬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들은 "김 감독 경질 이후부터 저런 사람들이 모여들어 야구 관람에 짜증이 났다"면서 "항의 수준은 현수막 설치로 충분하고 선수들을 격려하는 게 먼저지, 저런 식으로 소리 지르고 열을 내며 다른 관람객에게까지 방해를 주는 건 야구팬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몰상식한 짓"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이러한 문제는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냈다. 구단이 2007년부터 '스포테인먼트'라는 용어를 내세우며 투자도 많이 한 건 사실이지만, 정작 중요한 '내실화'에 대해선 많은 팬들이 의문을 갖고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이었다.
 
이들은 "2006년 연습구장이 있던 부지가 구도심 개발지역으로 선정되며 철거된 이후 2군 선수들이 마음 놓고 기량을 닦을 수 있는 공간이 없어졌는데, 구단은 올해 들어서야 강화에 'SK드림파크'를 짓겠다고 했다"면서 "5년여를 허송세월하다 팬들 원성에 못 이겨 하는 셈이라면 미리 하는 게 나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송도 LNG구장에서 SK 2군 경기가 열리는데, 가끔 가는 편"이라고 밝힌 이들은 "얼마 전 인근 환경공단의 쓰레기 처리 시설에서 나오는 악취 때문에 경기를 하지 못했다"면서 "6월 인가로 기억하는데 그때도 같은 문제로 비도 안 오던 경기가 콜드게임 처리를 하기도 했다"고 했다. 우천도 아닌 악취 때문에 경기가 중단되는 건 그야말로 코미디라는 게 이들의 얘기다. 

"물론 지금 시점에 야구장에 와서 현수막 등이 아닌, 큰 소리로 떠들어대며 선수들 사기를 떨어뜨리는 시위를 하는 것도 꼴사나운 일이다. 하지만 김 감독 재임시절 구단에서는 단 한 명의 FA도 잡지 않았음에도 지난 4년 동안 3번의 우승과 한 번의 준우승을 이끈 일을 해낸 감독을 마음에 안 든다고 하루아침에 경질하는 건 팬들을 위한 처사도, 팀을 위한 일도 아니다."
 
이러한 심각성은 야구뿐만 아니라 축구에서도 마찬가지다.

2004년 창단된 시민주주 프로축구단 인천 유나이티드 역시 '내실화' 문제가 심각하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올해 K-리그에 큰 충격을 안겨준 승부조작 사건에 한 명의 선수만 연루됐다. 무더기로 적발된 다른 구단에 비해 '시민 구단'으로서 떳떳함을 보여준 셈이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오히려 승부조작 이후로는 관중도 소폭 늘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그런데 성적으로 모든 걸 보여줘야 하는 구단 경기력이 신통치 않다. 8월 말 현재 구단 성적은 6승 12무 5패. 리그 9위 성적이며, 27일 대전과의 경기 전까지 10경기 연속 승리가 없었다. 이윽고 팬들의 불만이 지난 20일 강원FC전에서 터져 나왔다. 남은 경기에서 잘만 하면 자력이 아니더라도 6강 플레이오프를 바라볼 수 있는 상황에서, 리그 꼴찌인 강원과의 경기는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볼 점유율이 밀리는 경기 끝에 0-0 무승부를 거뒀다.
 
팬들은 경기 후 선수단 출입구에 모여 "허정무 감독 나와라"를 외치며 항의하기도 했다. 얼마 전인 25일에는 승기구장서 팬들과 대화의 시간이 있었지만, 팬들은 거센 항의에 찬 질문을 던지기만 했다. 이윽고 몇몇 스포츠 언론에는 '인천 팬들은 치킨까지 뜯으면서도 허 감독에게 팔짱을 끼고 건방진 어투로 질문을 하는 예의 없는 자세를 취했다'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다.


인천과 강원FC와의 경기 ⓒ 인천유나이티드 구단홈페이지

그런데 일부 축구팬들은 최근 인천의 부진에 대해 조금 다른 입장을 이야기했다. 

대전 시티즌과의 27일 경기에서 만나본 몇몇 축구 팬들은 "부임 당시부터 어려운 상황에 있던 팀을 어떻게든 재건하기 위해 움직이는 허 감독 모습을 25일 당시 그 팬들도 봤다면 절대 그런 자세를 취할 수 없었다"면서 "현재로선 허 감독이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의 경기력 저하가 감독이 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열악한 구단 사정이 원인이며, 팬들도 이러한 구단 사정에 대해선 이해와 아량이 필요하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이들은 "구단서 준 유니폼도 모자란단 얘길 들을 정도로 제반 여건이나 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항의만 하는 건 오히려 방해"라고 말했다.
 
올해 인천 구단은 선수들에게 원정용과 홈용 유니폼을 두 벌씩밖에 지급하지 않았다. 매일 훈련하며 땀을 흘려야 하는 선수들 입장에서 유니폼은 최대한 많이 지급해야 하는 게 맞지만, 구단주인 인천시 재정을 비롯해 여러 여건들이 좋지 않다 보니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구단 내 선수들의 훈련과 생활 등을 책임질 클럽하우스가 없어 선수들 경기 성적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비록 오는 2013년 서구에 '히딩크 축구센터'가 건립되면 이러한 문제는 상당부분 해결될 수도 있겠지만, 당분간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축구 팬 김모(38)씨는 "일전에 구단 관계자하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클럽하우스가 없어 미봉책으로 마련한 숙소에는 세탁기를 놓을 자리도 마땅치 않아 안 그래도 힘든 훈련을 하고 온 선수들이 직접 빨래까지 해야 한다는 얘길 들었다"면서 "이런데도 성적이 잘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말했다.


숭의운동장 대형마트 입점을 강하게 반대하는 상인연합회 시위 현장.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인천 구단 홈 구장으로 사용할 예정이었던 축구 전용 구장 '숭의아레나파크'는 최근 한 대형 할인점 입점을 놓고 시와 남구청, 시민단체와 상인연합회 등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공사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시는 "구도심 개발의 일부인 숭의운동장 재개발 사업에 경영흑자가 될 수 있는 대형할인마트 입점은 필수사항이며 이를 들어서게 하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관할 남구청은 "재래시장 상인들에 대한 보호가 없는 할인마트 입점은 절대 허가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구단 사기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는 부분.

인천에서 활약하다 은퇴한 모 선수는 "선수들도 숭의운동장이 자기들 홈으로 쓰일 걸 알고 있는 마당에 모두 좋을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을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에 대해 한 스포츠신문 전문 기자는 "야구건 축구건 인천 구단들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에 부작용이 하나둘 나오는 것이라고 보면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팬들 혹은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 현안으로 떠오른 문제들은 시간이 조금 지나 제반 여건이 개선되면 좋아질 것이고, 심각한 사안이라 할 수 있는 숭의운동장 역시 공정율이 90%에 이르고 있는 만큼 향후 해결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시즌 중 감독을 직접 자른 야구단의 판단은 잘못된 점이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인천 유나이티드 허정무 감독은 최근 "강원FC와의 경기 결과가 나로서도 매우 속상했으니, 응원을 했던 팬들은 오죽했겠느냐"면서 "시련을 뛰어넘어야 하는 시간을 인천이 보내고 있는 만큼, 향후 좋은 경기를 약속하겠다"라고 밝혔다. SK와이번스는 이만수 감독대행을 통해 "시즌 중이기 때문에 김 전 감독이 이끌어왔던 것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남은 시즌을 이끌겠다"라고 했다.


18일 문학구장에서 팬들이 항위 시위를 하며 마운드 앞에 불을 지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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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야구팬 2011-08-31 12:58:02
김성근 감독 해임과 관련된 상황에 대해 분노한 많은 사람들이 야구팬들을 무시하는 구단의 전횡을 고발하고 프런트 퇴진등 실질적인 구단의 사과를 받기위해 행동하고 있습니다. 수천명의 사람들이 항의를 위해 인터넷 까페에 가입하고, 자발적인 모금활동으로 이틀여만에 2천만원에 가까운 돈도 모였습니다. 조직적인 활동해 위해 사무실을 열고, 홍보활동을 위해 지하철역 광고계약까지 마친 상태라고 합니다. 배영수 기자님! 적어도 '기자'라는 이름을 걸고 글을 쓰시려면 '집회 비슷한 소동'이라는 편파적인 표현으로 상황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유도하고, 짜증내는 두 명의 팬이라는 분들의 의견은 그렇게 중계방송하시면서 이렇게 분노하고 행동하는 인천야구팬들에게는 왜 눈을 감으십니까? 그리고, 편집부는 이런 함량미달의 기사를 메인페이지의 톱으로 올리시다니요? 인천인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독자로서 놀랍고 실망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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