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이 대중과 가까워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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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이 대중과 가까워지려면…
  • 배영수
  • 승인 2011.09.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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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도 '유행' 있어 … "인천시향도 반영할 필요 있다"

연주회를 갖는 인천시립교향악단. 
취재 : 배영수 기자

클래식 음악에서 '대중적'이라면 과연 어떤 걸 가리킬까?
 
만약 이 질문을 인천시민에 국한시켜 한다 해도 다양한 답이 나올 건 뻔하다. '클래식'이라는 말 자체가 대중적이지 않은 현 상황에서 그 어떤 연주를 해도 '비(非)대중적'이라는 얘기도 있을 수 있고, 지하철이나 호텔 로비 등에서 나오는 모차르트나 베토벤 등의 작품을 연주하면 조금 더 대중적이지 않겠느냐는 답도 나올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소프라노 조수미 혹은 지휘자 정명훈, 금난새 등 유명인사가 나온다면 더 대중적이겠다는 얘기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문화예술계에서 일하는 11명에게 이 질문을 해봤다. 역시 11개 답은 모두 달랐다. 그런데 그 가운데 평론가 한 명에게 무척 인상적인 답이 나왔다.
 
"클래식이라고 해서 대중가요와 다를 게 없다. 1990년대 가요가 테크노 등 전자음악에 편승한 시기였다면, 요즘 대중가요는 1980년대 복고적 노선을 취하고 있다. 그렇듯 클래식에도 트렌드가 있고 사이클이 분명히 있다."

그이 이야기대로라면 그렇게 '고전적'으로 보이는 클래식에도 유행하듯 흐르는 물결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견은 10여년 전 바로크 시대 음악이 갑작스런 인기를 끌었던 걸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명제 중 하나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말러 교향곡 시리즈' 콘서트를 지난해부터 이어오고 있다. 기획 의도를 보면, 작년이 말러 탄생 150주년, 그리고 올해가 말러 서거 100주년으로 현재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일종의 '말러 붐'이 일고 있다는 데 착안해 이러한 계획을 짰다. 좀더 외적인 면을 살펴보면, 지난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부천시향이 선보였던 말러 연주회가 전국적인 반응을 얻어낸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아무튼 서울시향 공연 입장권은 일찌감치 전석 매진됐고, 지금도 이 열풍은 계속되는 중이다. 2005년 법인화해 사실상 시에서 '독립'한 서울시향으로서는 이제 관객들 '티켓 파워'를 신경 써야 하는 입장에서 무척 고무된 일임은 분명하다. 당시 공연이 열렸던 '예술의 전당'에서 만난 한 클래식 팬은 "서울시향 기획 중 이번이 최고"라고 말하기도 햇다.
 
이러한 말러 열풍 때문인지 레너드 번스타인 혹은 클라우스 텐슈테트 등 세계적 지휘자들이 녹음했던 말러의 교향곡 시리즈 음반들이 최근 더 많이 판매되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 특히 클라우스 텐슈테트의 말러 전집은 그가 타계한 지 15년이 되어가는 시점인데도 최근 다시 음반을 찍어내 판매할 정도.

그런데 사실 한 악장에 길게는 30분 넘게 진행돼 교향곡 하나를 한 CD에 담을 수도 없을 만큼 말러 음악들이 대중성을 지녔다고 보긴 어렵다.

음악 칼럼니스트 주성용씨는 "말러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한 말러 음반을 들었을 때 그렇게 난해하게 들릴 수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말러 교향곡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말러는 올해 탄생 200주년이 되는 리스트와 함께 현재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악가다.


 명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발표했던 말러 교향곡 전집 음반.
20만 원을 넘는 가격인데도 국내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반면 지난해 지휘자 금난새 감독이 취임한 이후 '탄탄대로'를 걸어오고 있는 인천시립교향악단의 최근 모습은 서울시향의 성공과는 다른 면을 지니고 있다.

이에 대해 예술계와 클래식 음악 평단은 '금난새'라는 이름이 클래식 음악계에서 '브랜드화'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대중성이 따라온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인천시향 관계자는 "실제 금 감독 취임 후 가졌던 정기연주회 306회부터 지난 310회까지 전석이 다 매진됐을 정도로 이전보다 관객 증가 현상이 두드러졌다"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실제 공연을 관람한 많은 시민들은 "관객 수 증가뿐만 아니라 연주의 집중력 같은 세세한 부분도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실제로 금 감독이 지휘하는 공연에서는 그가 직접 해설을 곁들여 관객들이 그 작품에 대해 쉽게 알 수 있게 함으로써 더 쉬운 접근을 시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는 베버와 베토벤 등을 연주한 첫 정기연주회에서도 각각 작품에 모두 사전해설을 했고, 타지에서 연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관객들과 일단 호흡을 먼저 하겠다는 금 감독 의지 표명일 터이다. 

많은 이들이 금 감독을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선 사람"이라고 평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금 감독이 부임한 이후 인천시향은 올 상반기 '나라별 음악가 소개', 그리고 하반기 '다양한 작곡가 위주 소개' 등 테마를 달아 기획하고 있기도 하다. 공연마다 의미를 부여하겠다는 의도다.
 
그런데 이런 인천시향의 대중화에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다. 

금 감독 부임 후 인천시향 공연을 두 번 이상 관람한 사람들에게 물어본 결과 몇몇은 "그게 과연 바람직한 대중성 방법인지 의문이 간다"라고 말했다. 현재 인천시향이 '금난새'라는 브랜드 파워를 보여 나름 특색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고는 있지만, 그에게 너무 기댔다가 그가 퇴임하는 시기가 온다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하겠냐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시민 김모(35)씨는 "금난새가 지휘한다는 것만으로도 공연 가치가 있겠지만, 최근 트렌드인 말러나 리스트, 그리고 현대 음악가들의 연주에 대해 인천시향은 조금 둔감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아닌 시민 입장에서는 '동향(動向)'이라는 걸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을 우회적으로 말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향 관계자는 "리스트의 경우 전반기에 협주곡 연주를 한 차례 가졌는데, 현재 프로그램이 다 확정된 상태에서 추가로 말러가 들어가긴 어려울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말러를 요새 다른 교향악단에서 많이 건드리고 있어 자칫 특색 없는 무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는 나름대로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기로 했으니, 말러나 리스트 등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러한 여러 견해에 대해 음악 칼럼니스트 주성용씨는 "인천시향 연주를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프로그램을 참고해 보니 과거보다는 더 다양한 레퍼토리를 보여주고 있어 시민 입장에서는 만족하는 수준까지 올라왔을 것"이라면서도 "클래식 음악이라는 존재가 그 성격상 대중적 접근법에 여러가지가 있음을 감안하면, 더 다양한 방법 접근을 시도할 필요가 있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서는 더 많은 음악 팬과 시민들, SNS 등의 수단을 이용해 대화도 하는 등 소통이 잦아질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인천시립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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