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과 보존' … "느낌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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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과 보존' … "느낌이 다르다"
  • 배영수
  • 승인 2011.09.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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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들이 바라본 중구 ②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차이나타운 내 '공자상'.

취재 : 배영수 기자

<인천in>은 지난 7일 '쪽방촌에서 발견한 아름다운 삶'이라는 제목으로 '외지인들이 바라본 중구 1편' 기사를 기획해 실었다. 어떤 면에서 기사 성격이 '길따라 발따라 - 인천 新택리지'와도 비슷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인천 新택리지 기사가 인천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시선으로 쓰였다면, 이 기사는 지역 주민 의견을 거의 배제한 채 인천을 잘 모르는 타 시·도 거주자 눈으로 바라봤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따라서 '지역 주민들은 잘 알지만 외지인은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보는 시선과 배경 차이'가 적지 않게 등장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인천에 대한 외지인 시선'을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수정 없이 실었다. 아울러 방문지 한 곳 한 곳에서 모든 개인 기록을 공유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돼 실제 진행 속도와 기사 상 이동 속도가 다소 느리다는 점도 함께 알려드린다.
 
이번 기사는 '외지인들이 바라본 중구 2편'으로, 1편 기사 자료가 된 9월 3일 외지인들이 방문한 기록에 이어 추석 연휴 첫 날 직전이었던 9일(금) 같은 외지인들이 전 주에 미처 가보지 못한 두 곳을 돌아본 후 그 기록을 정리한 것이다. 본디 계획은 10일(토)에 아트플랫폼과 리모델링 관사 건물, 그리고 옛날 식당 등을 돌아보는 코스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방문자 전원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어서, 앞서 언급한 장소들을 포함한 나머지 코스를 돌아보는 시간은 17일(토)에 진행될 예정이다.
 
9월 9일 첫 방문지 : 차이나타운


차이나타운 입구 (인천역 앞 입구 모습임)

1. "200만 넘는 관광객 유치, 실로 놀랍다"
 
1883년 개항 이후 중국 상인들이 한반도 진출을 위한 거점으로 모여 살게 되면서 중국 특유의 문화가 정착된 곳이라는 점은 방문자들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주민이긴 하지만 거주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고 밝힌 방송작가 유화정씨는 "중학교 때 국사를 가르치던 선생님에게서 차이나타운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면서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분이 인천 출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차이나타운이 한국 근대사와 함께 흘러갔다는 증거다.
 
기자가 "이제 이 곳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연간 200만 명을 넘긴지도 몇 년 지났고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밝히자 방문자 김상연씨는 "홍보에 대한 미흡한 부분이 지적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핸디캡을 안은 채로 그 정도 방문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면서 "다 돌아보는 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을 만큼 구역이 작음에도 그렇다는 건 분명 매력이 있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고, 나 또한 기회가 되면 다시 방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화덕 딤섬'으로 유명한 중국음식점 '십리향'의 만두를 사기 위해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2. "더 중국스러운 느낌이 아쉽다"
 
그러나 김씨는 "차이나타운이 분명 중국식 건물과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지만, 중국적인 느낌이 그렇게 많이 나진 않아 다소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도 난 게 사실"이라며 "짜장면과 딤섬 등을 파는 중화요리집과 기념품을 파는 곳을 빼면 특별하다고 할 수 있는 점이 없어 더 중국적인 느낌이 많이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 말을 들은 방문자 주성용씨는 "차이나타운에 정작 중국인을 보기 힘들어서 그럴 수도 있다"면서 "화교들이 더 자신  있는 자세로 자신들의 생활상과 전통 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아울러 주씨는 차이나타운이 화교들의 모습이 담긴 '생활형 관광지'라는 말을 덧불이며 "구청 등에서 진흥 방안 등을 세울 때 단순한 몸집 부풀리기가 아닌 이러한 면모를 더 보여줄 수 있는 쪽으로 키우면 더 효과적인 관광지 장려책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방문자 이승희씨는 "짜장면 같은 것 말고, '초두부'처럼 한국인 입맛에는 다소 안 맞지만 정말 중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 혹은 중국이 아니면 접할 수 없는 문화 형태 등을 도입해 선보이거나 판매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나 역시 화교들이 거리로 더 많이 나와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유화정씨는 "이 곳이 관광지로서 명성을 알리고 있는 만큼 시에서는 물질적인 지원보다 화교 거주민들 편의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먼저 마련해주는 것도 방법"이라며 "이럴 경우 형평성 문제가 거론될 수 있겠지만 시민들도 이를 감안한다면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두 번째 방문지 : 제물포구락부, 구 일본18은행, 영화에 나온 집 등


거의 원형 그대로인 청나라식 가옥. 100년이 넘은 지금도 가정집이다.

1. "구청이 했던 사업엔 아쉬운 점 있다"
 
이 장은 어느 한 곳을 집중해 방문을 한 게 아니라 개항 이후와 일제 강점기 시절 지어진 건물 중 아직도 그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는 것을 돌아본 후기. 차이나타운 끝쪽 공자상 인근에 위치한 청나라식 가옥 한 채는 '내 마음을 뺏어봐', '육남매' 등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나와 친근함을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이 집 주인 할머니께서는 이 집이 사진이나 영상에 나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외경만 볼 수 있었다. 방문자들도 눈에 익숙한 집이라며 이를 인정하고는 "잘 보존됐으니 수리를 잘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 집과 대각선으로 위치한 '구청 복원 건물'에 대해선 다수 방문자가 아쉬움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승희씨는 "과거 이 거리가 일본 잔재 청산 분위기에서 일본식 집을 재현한 사업이라 조성 당시부터 논란을 빚었던 과거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를 모두 없애자는 건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점에서 이 복원사업을 나쁘게 보지 않는다"면서도 "이렇게 같은 소재로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만들어 놓은 건 소위 '목조 신도시'를 만든 것 같아 고증에 더 입각한 세부적인 복원을 진행했어야 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상연씨는 "옛날집을 수리한다는 건 분명 섭리에 맞지만 이렇게 같은 스타일로 만들자는 게 구청 입장이었다면 다소 아쉽다"면서 "전에 서울 용산의 한 오디오 수리공이 '오디오를 고치는 건 최대한 원래 있던 부품을 이용하는 게 기본"이라는 얘길 들었는데, 이 구역 복원 사업도 같은 자세였다면 더 보기 좋았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남겼다.


구청에서 복원한 일본식 건물들. 시민들 사이에서도 사업에 대한 의견이 갈린다.

2. "100% 복원은 어차피 불가능, 미(美) 기준도 주관적"
 
반면 주성용씨는 "우리가 말하는 미(美)의 기준이 각자 다른 주관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전제한다면, 천편일률적인 모습이라 해서 이를 꼭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최대한 본디 모습을 쓰려고 했다고 해도 복원에 들어가면 그 모습이 일정 부분 사라지는 건 어느 누가 사업 주체가 됐더라도 감수해야 했을 문제"라며 "이렇게 지어놓은 것도 수십 년이 흐른 후엔 고유의 흔적이 되니 이왕 만든 만큼 이제는 비둘기 배설물 청소도 좀 자주 하는 등 보존에도 역점을 두는 게 좋겠다"라고 말했다.
 
반면 현재 근대건축전시관으로 사용 중인 구 일본 18은행건물을 비롯한 과거 일본은행 건물과, 일제시대 외국인 사교장으로 쓰였으며 지금도 지정된 시간에 일반인 방문이 가능한 제물포구락부, 인천역사자료관 등에 대해서는 방문자 모두가 "감탄스러울 정도로 원형에 가까운 보존이 되어 있어 놀라울 따름"이라고 밝혀 복원사업 효과가 적지 않았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제물포구락부 외경.

- 세 번째 기록에서 계속
 
* 방문 기록 참여자 (총 5인)
 
주성용 (대중음악 칼럼니스트, 1998~2010년까지 중구 5회 방문, 부평구에서 1년 거주)
김상연 (서울 노원구 A고교 강사, 2008~2011년까지 중구 2회 방문)
이승희 (쇼핑몰 MD, 2000~2009년까지 중구 4회 방문)
유화정 (방송작가, 2009년부터 계양구 거주)
Jason Lee (재미교포, 1989년까지 인천 남구 거주. 2011년 7월부터 인천 체류 중)


제물포구락부 안쪽. 일제시대 분위기가 고스란히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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