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들려주면 보여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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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려주면 보여드리죠"
  • 이혜정
  • 승인 2011.10.02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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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한혜정 '극단목요일오후한시' 대표


'극단목요일오후한시' 한혜정 대표.

인천in-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연재
'2011 인천문화예술을 일구는 사람들'

'살기 좋은 도시 인천' '살고 싶은 도시 인천'으로 나가기 위해선 문화·예술적 창조도시를 지향점으로, 창조적인 문화·예술 행위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인천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장르에서 예술성 혹은 대중성을 내건 활동들이 펼쳐져 왔다. 예술의 가치를 확산시킴으로써 살고 있는 도시의 가치를 높인다는 진정성으로 살아온 이들이다.

<인천in>과 인천문화재단은 지역 내 문화·예술인들에게 다가가 집중 인터뷰를 통해 열정이 담긴 창작물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를 걸고 기획연재 '2011 인천문화예술을 일구는 사람들'을 시작한다. 매주 화요일마다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하는 이 코너에서는 인천문화재단의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된 6개 단체를 비롯해 2011년 하반기에 활동하는 문화·예술가(혹은 단체)들을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문화·예술가(단체)는 한혜정 '극단목요일오후한시' 대표다.

취재 : 이혜정 기자

'내 이야기'가 눈 앞에 펼쳐진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할 만한 짜릿하고 즐거운 일이다. '경쟁'이라는 말이 친근한 듯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나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게 과연 쉬울까? 내 가족, 내 친구, 내 이웃  등 가까운 이들과 감정을 공유하고 이야기하는 무대가 인천시민들을 찾아온다.

인천에서 유일하게 '플레이백 씨어터' 장르로 선보이고 있는 '극단목요일오후한시'. 플레이백 씨어터는 즉흥 공연의 한 형태다. 관객들 이야기를 듣고 아티스트들이 현장에서 그 이야기에 맞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장르이다.

우리에겐 아직 생소하지만 일본, 뉴질랜드, 미국, 핀란드, 독일 등지에선 관객과의 효과적인 의사소통 수단으로 서로 이해를 높여주는 효과를 지닌 장르로 인정받고 있다. 즉흥적으로 연극을 하다 보니 다소 원초적인 형태로 잘 다듬어지지 않기도 하지만,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는다.

즐거움과 호기심을 원동력으로 하는 '극단목요일오후한시'는 지난 2004년 동아리모임으로 시작해 이제는 인천과 서울 등 전국에서 퍼포먼스를 펼친다. 

이 극단 이름은 창단 단원들이 매주 목요일 오후 한 시마다 다양한 장소에서 퍼포먼스를 벌인다고 해서 붙여졌다.


 인천문화재단 무대공연 작품제작 지원작 <시장통 이야기 발굴 척척 프로젝트>.
인천 현대시장에서.

'극단목요일오후한시'를 이끌어가는 이는 한혜정 대표이다.

"우리는 아주 소박한 극단이에요. 퍼포먼스가 하고 싶은 이들이 모여 소박하게 시작해 장소, 연습실, 특별한 무대소품 없이 언제 어디서든 무대를 꾸미고, 주변의 모든 걸 소품으로 만들지요. 특히 관객들이 연출가를 맡기도 해요. 이렇듯  자유롭다 보니 필요한 부분을 말하지 않아도 단원들이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어요."

한 대표는 "연출가, 배우, 번역가, 문화기획자, 연극비평가 등 문화예술분야에서 다양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결합된 극단"이라며 "각자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지만, 서로 함께하면서 관객들과 호흡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자율성을 보장하며 극단을 운영하지만, 별로 부족한 걸 못 느낀다고 그는 설명한다.

"단원들이 서로 각자 일을 하면서 날 생선 같은 극단활동을 멈추지 못하는 건 연극인과 관객 모두에게 에너지와 생기를 주는 굉장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지요. 요즘 시대에 개개인 경험담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이로써 이야기 대상의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입니다."

'극단목요일오후한시'가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일보다는 단원과 관객들이 한 공간 속에서 함께 나누고 즐기면서 작거나 큰 삶의 활력소를 찾아가는 게 목표라고 그는 말한다.

"6.25 전쟁으로 월남해 현대시장에서 한복집을 운영하는 어느 할머니의 장사이야기, 그 당시 겪은 삶을 듣고 시장에서 즉흥연극을 펼쳤어요. 연극을 하는 동안 할머니는 연출가를 맡아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즐거워하셨지요. 우리들도 그때 이야기를 들으면서 할머니와 함께 감정을 나누고 하나가 되는 시간이어서 즐거웠습니다. 누군가의 추억을 함께 나누고 느낀다는 건 정말 쉽지 않아요. 결국 할머니도 우리에게 마음을 활짝 열었지요. 즉흥연극이 끝나고 돌아갈  때 매우 아쉬워하셨어요."

'플레이백 시어터' 매력은 세련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서툰 퍼포먼스를 통해 친근한 또는 생소한 해석으로 관객들과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아트홀 소풍 무료대관 공보 선정작 <꿈 열흘 밤>

섬과 도시의 연결

이번에 이들이 즉흥연극을 펼칠 곳은 '덕적도'다. 처음으로 섬을 찾은 극단은 '당신의 파랑새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26일~30일 덕적도 주민들을 만난다.

한 대표는 "이번에는 유량극단이라는 내용으로, 파랑새를 찾는 어린이 같은 마음으로, 섬과 도시라는 공간에 대한 환상을 내려놓고 함께 꿈을 꾸는 사람들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고 싶어 프로젝트를 마련했다"면서 "섬에는 처음 가보는 일이기에 매우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즉흥연극을 하면서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내 마음 속 이야기를 가까운 이들과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더라고요. 연극을 통해 그들과 함께 회상하고, 성찰하고…. 편안히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관계가 될 수 있어서 이 장르가 굉장히 멋집니다."

이야기를 들고 단원들이 연극으로 표현하면서 관객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생생하게 그들과 소통할 수 있어 단원들 스스로 많은 걸 느끼고 배운다는 게 한 대표 얘기다.

그는 연극을 통해 관객과 관객, 관객과 연극인, 연극인과 연극인 등 각각 정신적·영혼적으로 공동의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게 꿈이라고 강조한다. 둘이 하나의 울타리로 들어오듯이, 서로 다른 이들이 연극을 통해 정신적인 공간으로 들어서는 일 말이다.

이들은 지금도 어디에선가 "당신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럼 보여드리겠습니다"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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