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관광지 아닌 문화교류도시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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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관광지 아닌 문화교류도시로 가야"
  • 배영수
  • 승인 2011.10.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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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들이 바라본 중구 ③
 
KBS 드라마 '드림하이'의 배경이기도 했던 인천아트플랫폼.

취재 : 배영수 기자

지난 15일 실렸던 '외지인들이 바라본 중구 2편' 기사에서는 관광객 입장에서 본 차이나타운 모습과 보완했으면 하는 점을 둘러보고, 청나라식 가옥과 제물포구락부, 일제시대 가옥 복원사업 등에 대한 외지인들 의견을 들어봤다. 특히 시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던 복원과 보존 사업에 대해선 방문한 외지인들 반응도 마찬가지여서, 시민이건 그렇지 않건 사람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시선'에는 큰 차이가 없음을 보이기도 했다.
 
세 번째 방문 일정은 지난 17일부터 시작해 다음날인 18일 오후 10시 마감을 했다. 이날 돌아본 곳은 인천지역 대표 문화지대로 불리는 인천아트플랫폼과 최근 인터넷 블로거 등에게 주목받고 있는 인근 카페들, 그리고 옛날 정취를 간직한 채 영업을 하고 있는 레스토랑과 동인천 삼치거리 등을 둘러봤다.
 
그 중 이 장에서는 17일 방문지였던 인천아트플랫폼과 옛날 레스토랑에 대한 방문자 문화적 접근을 정리했다. 참고로 이전 주인 10일과 17~18일 방문자가 조금 바뀐 관계로, 현장의 느낌 공유 작업과는 별도로 3주간 돌아본 일정(3주를 모두 함께하지 못한 방문자들은 자신이 돌아본 것만)을 종합하는 의견을 따로 받았다. 이 내용 역시 18일 일정과 함께  정리해 4편째이자 마지막회로 기사화할 예정이다.
 
9월 17일 첫 방문지 : 인천아트플랫폼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열렸던 '고양이를 부탁해' 전시회

1. 건물보존 상태 우수해 - 홍보는 좀 아쉬워
 
이제 인천에서 가장 활발하게 문화예술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은 구월동 종합문화예술회관이지만, 이곳이 본디 문화적인 인프라를 넓게 가졌던 지역은 아니다. 지금도 클래식 공연이나 연극 등을 주로 펼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중구에 남아 있던 옛 일본우선주식회사 건물과 대한통운 창고 건물 등을 살짝 리모델링해 만든 인천아트플랫폼은 조성 당시부터 시민과 예술인들에게 큰 이목을 끌었다. 이제는 지역색과 융화해 인천에서 아주 특화한 문화예술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은 특히 최근 KBS 드라마 '드림하이' 배경지로 쓰이면서 외지인들도 종종 찾는 곳이다. 방문자들도 그 드라마를 통해 TV로 먼저 이곳을 접했다고 하니, 홍보는 제대로 된 셈. 그런데 모두 "그냥 세트인 줄 알았다"고 해 당시 보다 구체적인 홍보작업이 부재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근에도 MBC 예능프로 '무한도전'에서 반도네온이라는 악기(탱고 연주에 자주 쓰이는)를 선보였던 고상지를 비롯해 주목받는 인디펜던트 뮤지션들 방문이 이루어졌지만 전국적인 홍보가 되지는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방문자 박주원씨는 "프로그램 등을 참고해 보니 질 좋은 문화행사들이 많이 열리고 있으며, 100년이 다 된 건물 보존상태도 꽤 우수했다"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10개 동이 넘는 옛 건물을 사들여 리모델링해 이를 하나의 '예술구역'으로 조성해 이름에도 어울리는 곳으로 만들어진 듯하다"라고 감흥을 전했다. 이승희씨의 경우 "다 좋은데 딱 두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하나는 홍보이고 다른 하나는 규모"라면서 "이곳의 활동과 계획에 대한 홍보가 좀더 많이 된다면 이름에 걸맞는 곳이 될 것이고,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해져 방문자도 늘고 있는 만큼 규모도 좀더 컸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2. "국제도시 이미지는 오히려 이 지역이 맞다"
 
이에 기자가 "그러잖아도 내년부터 인천시가 여기를 중심으로 '예술인 마을'을 조성해 지역이 갖고 있는 근대 이후 오랜 역사와 예술인들의 활동을 조화롭게 꾸며갈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이승희씨는 "공무원들 머릿속에서 나왔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탁월한 선택"이라며 "이왕 할 거면 정말 크게 구성해서 차이나타운 등과 붙이면 해외 어디에 내놓아도 경쟁력이 있을 만한 재미 있는 공간이 나올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라고 했다.
 
방문자 유화정씨 역시 그 생각과 비슷했다. 유씨는 "항구도시인 인천이 본디 갖고 있는 토속성이라고 할 수 있는 부두가 분위기와, 중국과 일본의 흔적, 그리고 아트플랫폼 예술 활동 등이 묘하게 어우러진다면 단순 관광지가 아니라 미국 뉴욕과도 같은 문화교류도시로서 비전도 가질 수 있다"면서 "인천이 추구하고 있는 '국제도시'라는 이미지는 외려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보다 이 일대 지역이 더 맞다고 본다"는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인천시가 조성하는 예술인 마을은 내년 상반기부터 시범적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9월 17일 두 번째 방문지 : 특화한 '옛날 경양식집'


방문자 일행이 들른 옛날 경양식집 '씨-사이드' 내부.

1. 옛날 돈가스 맛 아직도 남아 있어
 
늦은 저녁 모인 방문자들이 배고픔을 호소해 데려간 곳은 다름 아닌 '옛날 경양식'. 1980년대만 하더라도 동인천과 신포동 일대에는 꽤 많은 수의 경양식 레스토랑이 있었다. 땅콩 수제수프가 먼저 나오고, 샐러드와 본 식사에 이어 간단한 후식까지 나오는 코스는 중년 이상 나이의 시민이면 기억하는 것들이다. 돈가스나 스테이크 등을 주문했을 때 접할 "빵으로 드릴까요, 밥으로 드릴까요"라는 종업원 질문 역시 중요한 부분일 테다.
 
현재 신포동 일대에는 이러한 옛날 경양식집이 서너 곳 남아 있다. 아웃백, 빕스 등 패밀리레스토랑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거의 사라져갔지만, 아직도 그 분위기를 '사수'하려는 주인장들은 고집스럽게 그 자리를 지켰고, 이러한 집들은 옛날 신포동 분위기를 말해주는 일종의 '상징'처럼 됐다. 방문자 박주원씨가 "이런 데가 아직도 있다니 신기하다"면서 "맛도 어렸을 적 어머니가 직접 만들던 돈가스 맛이 있다"라고 했다.
 
2. '융합'도 시간이 지나면 '전통'이다
 
이에 이승희씨는 "이곳 역시 과거 서양 문화를 어설프게 받아들인 결과라고 할 수 있지만, 이것을 꼭 나쁘게 보아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통기타 연주를 쉽게 볼 수 있는 미사리 역시 미국의 컨트리, 포크 음악 정서가 한국으로 건너와 '또다른 한국 문화'를 만든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한다면, 이러한 경양식 역시 마찬가지"라고 운을 뗐다. 그는 "그러므로 이를 어설픈 서양문화로 인식해 창피하다고 보지 말고, 한국에서 형성된 독자적인 문화로 인식해 오히려 자존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했다.
 
이에 Jason Lee씨는 "미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자기네 나라 음식을 다루는데도 굉장히 이국적으로 볼 공간 중 하나"라며 "유행을 빠르게 타는 한국 시장 분위기가 이런 문화의 공존을 허용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융합('Fusion'이라는 단어를 사용)도 역시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전통으로 된다"면서 "미국에서 유행하는 음악 장르인 '퓨전 재즈' 역시 처음엔 일종의 '짬뽕'으로 출발해 전통으로 됐듯, 옛날 문화가 버티고 공존해 특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방문자들은 "다른 데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비후가스'를 맛 볼 수 있는 등 옛날 분위기가 남은 건 좋은데, 돈가스 소스도 좀더 차별화하는 등 영업 방법은 조금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 네 번째 기록에서 계속
 
* 방문 기록 참여자 (총 4인)
 
이승희 (쇼핑몰 MD, 2000~2009년까지 중구 4회 방문)
유화정 (방송작가, 2009년부터 계양구 거주)
Jason Lee (재미교포, 1989년까지 인천 남구 거주. 2011년 7월부터 인천 체류 중)
박주원 (프로덕션 작가, 2009년부터 중구 2회 방문)


중구청 인근에 위치한 '등대경양식'
인터넷 블로거들 평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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