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되는 장애인 전동휠체어 '사고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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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되는 장애인 전동휠체어 '사고위험'
  • 이혜정
  • 승인 2011.10.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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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보급·이용 1천500여 명 - '눈높이 지원' 절실


척수공동증을 앓고 있는 최모(45)씨가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취재 : 이혜정 기자

'척수공동증(일명 척추암)'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최모(45)씨는 전신마비1급 장애인이다. 휠체어가 없이는 생활을 할 수 없다. 최씨는 원인도 알 수 없고 특별한 치료방법도 알려지지 않은 희귀병을 앓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에 마비가 오는 '진행 병'이다.

그가 척수공동증을 앓게 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로 당시엔 증상이 심하지 않아 병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체력이 또래 아이들보다 약하기만 했다. 그가 중학교 졸업을 마치고 고등학교 진학을 할 때쯤 증상이 갑작스럽게 악화해 2년 동안 병원신세를 졌다. 그 후 수동휠체어를 이용하다가 지난 2006년 정부지원으로 전동휠체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최씨는 현재 얼굴과 팔 움직임을 제외하고 다른 신체는 전동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한다. 이동성 편의를 위해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그에게는 어려움이 많다. 휠체어에 몸을 싣고 외출을 하면 항상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그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던 중 우회전을 하던 버스가 미처 그를 보지 못하고 도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최씨는 결국 휠체어를 멈추다가 넘어져 다리골절을 당했다. 이런 사고만 지난해 네 차례나 있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안전장치'는 미흡하기만 하다. 그를 보호해줄 수 있는 건 허리안전띠뿐이다.

"전신마비 장애인들의 경우 피해야 한다는 판단은 서지만 몸의 감각이 없어서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갑자기 휠체어를 멈춘다면 앞으로 넘어질 수밖에 없어요. 물론 허리벨트가 있긴 하지만 순발력이 부족한 우리 같은 장애인들은 휠체어를 손쉽게 운전하는 것도 쉽지 않아 사고위험이 다른 휠체어 장애인보다 높습니다." 최씨의 말이다.
 
그렇다고 전동휠체어를 교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수급자인 그의 가족 한 달 수입은 82만원이다. 그 돈으로 200만~300만원 하는 전동휠체어를 새로 구입한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이다.

최씨는 "결혼 후 아내랑 함께 생활하면서 수급비 월 82만원으로 생활하는데, 너무 빠듯해 휠체어를 새로 구입하는 건 엄두도 못 낸다"면서 "지원받은 휠체어가 1년만 지나면 내구년이 끝나 정부 보조금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휠체어가 오래되다 보니 소모품이 잘 달아 자잘한 부품교체가 많이 들어간다"면서 "물가도 오른 상황에 얼마 안되는 생활비로 부품을 교체하는 데 망설일 때가 많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들에게 편리한 이동수단인 전통휠체어(스쿠터 포함)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방향지시 같은 안전장치가 없는 구형 제품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

또 구형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차량운전자들도 사고위험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5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인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인천지역에 지급된 전동휠체어를 구입한 장애인은 모두 1천411여명에 이른다. 각 자치구는 소득수준 등을 고려해 일정자격을 갖춘 장애인에게 내구연한이 6년인 전동휠체어 구매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구형 전동휠체의 경우 방향지시등이나 조명등, 전조등 등 야외 운전시 필수인 안전장치가 없거나 간단한 허리안전벨트 정도 장치만 부착돼 있어 장애인들이 사고에 노출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8년 '전자위료기기 기준규격' 개정을 통해 전동휠체어 제조시 안전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또 정부는 인천을 비롯한 전국에 장애인보조기구관리센터를 만들어 전동휠체어 개·보수를 실시하고 있다. 인천은 (사)인천시지체장애인협회에서 위탁운영한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안전장치를 의무화하기 이전 생산된 제품에 드는 개·보수 비용 문제로 안전장치가 없는 전동휠체어 상당수가 여전히 운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 수급자인 장애인들은 대당 수백만원에 달하는 전동휠체어를 구매하는 게 쉽지 않다. 내구연한이 지났을 때만 새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비용을 보조받을 수 있어 위험을 감수한 채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셈이다. 또 개·보수 비용 역시 일부만 보조되고 있어 오래된 전동휠체어는 잔고장에서부터 중요부품을 교체하는 데까지 자부담이 크다. 인천에서는 의무화 이전 전동휠체어를 구입한 장애인이 전체 이용자의 절반이 넘는다.

이와 함께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중 상당수가 인도와 도로를 함께 이용하면서 차량운전자들의 사고 발생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운전자 신모(38, 서구 가정동)씨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도로에서 마주칠 때가 종종 있다"면서 "방향지시등이 없는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볼 때마다 아찔한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인천 장애인보조기구 관리센터 관계자는 "타 지역에 비해 보조기구 지원비용(1인당 30만원 범위 내)이 많아 수명이 오래가는 밧데리라든가 타이어 등을 가는 데엔 큰 문제가 없다"면서 "그러나 일부 오래된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경우 잔고장이 잦아 연 지원비용을 쓰고 난 후, 주요부품이 고장나면 10만~20만원의 추가비용 부담으로 개·보수를 꺼리기 일쑤"라고 말했다.

한편 장애인보조기구 관리센터를 위탁·운영하는 (사)인천시지체장애인협회는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전액 시비로 연간 1인당 30만원 범위 내)을 대상으로 장애인보조기구 고장 접수 후 장애인가정을 직접 방문해 부품교체와 수리점검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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