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를 지킨 강치, 백령도를 지키는 점박이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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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를 지킨 강치, 백령도를 지키는 점박이물범
  • 인천녹색연합
  • 승인 2024.03.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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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환경운동 30년]
(14) 백령도 점박이물범 보호 활동

 

백령도는 우리나라 최대의 점박이물범서식지이다
백령동 물범. 백령도는 우리나라 최대의 점박이물범서식지이다

 

동물원에 갇힌 물범

1957년 5월 21일, 한 어민이 송도 앞바다에 쳐 놓은 그물에 물범 한 마리가 갇혔다. 한 살 정도의 아기물범이었다. 어민은 즉시 이 물범을 창경원에 기증했는데, 동물원 우리에 갇힌 물범은 먹이를 완강히 거부하며 적응을 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물범은 점박이물범이다. 몸길이는 약 1.7m, 몸무게는 80-130㎏ 정도 나가는 해양포유류다. 번식기인 겨울철을 제외하고 해마다 우리나라 바다를 찾아온다. 그중 가장 큰 서식지가 백령도다. 서해로 오는 점박이물범의 경우, 중국 보하이만에서 겨울을 보내고 봄에 남하를 시작해 산둥반도와 백령도에서 여름을 지낸 후, 늦가을에 다시 보하이만으로 이동한다.

점박이물범은 1983년에 천연기념물 제331호로 지정되어 있다. 앞서 어민이 발견했을 당시에는 법적으로 보호 의무가 없었다. 지금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이자 해양보호생물이다.

백령도에는 해마다 점박이물범 300여 마리가 찾아온다. 한때는 수천 마리가 넘었다고 한다. 녹색연합은 2004년부터 점박이물범 보호활동을 벌여 왔다. 이후 2007년에 백령도 점박이물범 보호와 지역활성화를 위한 민관 간담회를 시작으로 점박이물범 생태해설가 양성과정과 생태관광시범사업을 통해 지역주민들을 만나왔다.

생태해설사 양성과정을 이수한 백령도 주민들은 2013년 5월 16일,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점사모’)’을 결성했다. 이어 5월 30일에는 백령면사무소에서 창립행사를 열었다. 점사모는 백령도를 찾아오는 이들에게 점박이물범 생태해설을 하였고, 모니터링과 보호활동, 교육활동 등도 함께 해 나갔다.

2014년에는 또한, 점박이물범이 인천아시안게임의 마스코트로 지정됐다. 인천녹색연합은 인천교통공사와 함께 홍보포스터를 제작해 7월부터 홍보 활동에 들어갔다. 인천지하철 각 역에 포스터를 부착하면서 홍보를 하였는데, 포스터는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점박이물범의 출산지인 빙해(얼음)가 줄어드는 걸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점박이물범과 더불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자는 캠페인을 하는 효과도 있었다.

인천녹색연합은 2016년에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연 ‘백령도 점박이물범 생태학교’에 참여했다. 입학식은 7월 22일에 있었다. 민관이 협력해 운영한 생태학교였다. 인천녹색연합을 비롯해 백령중고등학교, 녹색사회연구소, 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자연환경국민신탁, 해양환경관리공단 등이 협력했다. 이 협력단체들은 8월 16일부터 8월 18일까지 ‘청소년 점박이물범 생태학교 -여름캠프’를 열어 백령도 중학생들뿐만 아니라 인천시내 중학생들에게도 점박이물범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백령도 점박이물범 생태학교’에 참여한 백령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이듬해인 2017년 4월 13일, ‘점박이물범 생태학교 동아리’를 결성했다. 매월 1회 이상 점박이물범 모니터링과 학습 모임을 하면서 점박이물범과 서식환경을 탐구하는 동아리였다. 학생들은 매년 8월 25일을 ‘점박이물범의 날’로 정하고 이날에 맞춰 캠페인을 벌이거나 탐구활동 결과발표회를 개최했다. ‘점박이물범의 날’은 2016년 8월 25일, 백령도 하늬바다에서 방류된 ‘복돌이’를 기념하는 날이다. 복돌이는 2011년 제주도에서 구조된 점박이물범이다.

2018년 11월엔 점박이물범이 백령도에 와서 휴식을 취하는 물범바위에 인공쉼터가 생겼다. 점사모의 한 회원이 내놓은 제안에 따라서 만든 시설이었다. 점박이물범들이 바위 위에서 서로 자리다툼을 하는 걸 보고 생각해 낸 묘안이었다.

 

지역주민제안으로 해양수산부는 점박이물범 인공쉼터를 조성했다
지역주민 제안으로 해양수산부는 점박이물범 인공쉼터를 조성했다

 

황해물범시민사업단의 출범

인천녹색연합은 2019년, 조직 내 특별기구로 황해물범시민사업단을 출범시켰다. 백령도 지역사회와 좀더 긴밀히 소통할 목적으로 만들었다. 활동가들이 활동할 거점도 필요해서 백령도 진촌리에는 사무실도 마련해 2020년 9월 25일에 개소식을 가졌다. 현재 인천녹색연합 활동가가 점박이물범 보호활동을 위해 백령도에 상주하고 있다.

황해물범시민사업단은 출범한 첫해부터 점사모와 함께 점박이물범 모니터링 사업을 시작했다.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서식지에서 확인된 최대 개체수는 약 179 개체였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일부 개체는 겨울에도 번식지인 중국으로 이동하지 않고 백령도 연안에 머문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인천녹색연합은 백령도에 황해물범시민사업단 사무실을 열고 활동가를 상주시키고 있다
인천녹색연합은 백령도에 황해물범시민사업단 사무실을 열고 활동가를 상주시키고 있다

 

2021년에는 점박이물범을 주요 생태자원으로 해서 환경부가 백령도의 진촌과 하늬해변을 국가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했다. 인천녹색연합은 황해물범시민사업단과 함께 점박이물범 보호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다. 2022년에는 ‘인천시 깃대종 생태관광’으로 백령도와 대청도를 방문했고, 줌(zoom)을 이용해 박정운 황해물범시민사업단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물물토크’도 진행했다.

인천녹색연합은 현재, 한반도 서해연안에서의 점박이물범 번식 가능성을 눈여겨 보고 있다. 2022년 2월 16일 백령도 북쪽 해안에서 좌초된 어린 점박이물범 1개체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정황상 중국에서 태어나 이곳으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한반도 내에서 태어났을 가능성이 컸다. 당장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걸 위해서는 북한과 협력하는 방법도 고려되어야 했다.

 

아기점박이물범이 백령도에서 관찰된다는 것은 인근에 번식지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아기점박이물범이 백령도에서 관찰된다는 것은 인근에 번식지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오래 전부터 독도는 강치(바다사자)가 지키고, 백령도는 점박이물범이 지킨다는 이야기가 전해 왔다. 강치는 독도에서 사라졌다. 점박이물범은 여러 사람들의 관심과 보호를 받으며 해마다 백령도를 찾아오지만 황해 해수의 온도 변화와 번식지인 중국의 환경변화 등으로 어떤 결과가 생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인천녹색연합은 2021년 3월에 멸종위기야생생물로 ‘점박이물범’을 선정했다. 독도의 강치는 지키지 못했지만, 백령도의 점박이물범은 돌보는 이들이 많다. ‘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백령중고등학교의 학생 동아리, 황해물범시민사업단, 그리고 더 이상 바다에서 생명들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인천녹색연합의 회원들과 시민들이 있다. 인천녹색연합이 생태조사와 보호 활동을 잠시라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인천녹색연합은 점박물이물범 등 인천의 깃대종 제안,선정,홍보,보호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인천녹색연합은 점박물이물범 등 인천의 깃대종 제안,선정,홍보,보호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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