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돌출된 돌무더기들, 해안가 '수제공'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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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돌출된 돌무더기들, 해안가 '수제공'은 왜
  • 장정구
  • 승인 2024.03.2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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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꾼, 해안을 걷다]
(1) 한강하구 수제공(水制工)
바다는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고, 기회와 용기의 공간이기도 한 역동적인 공간이다. 해류와 조류를 따라, 밀물과 썰물에 따라 해안은 특별한 풍경이 펼쳐진다. 조석간만의 차가 큰 황해의 해안은 더욱 그렇다. 뉴욕, 도쿄, 상하이, 홍콩, 시드니, 인천. 세계적으로 수많은 도시들이 해안에 위치해있다. 해안의 도시들은 밀물과 썰물, 바닷바람, 외부침입 등 다양한 도전과 응전의 과정에 따라 성장하고 변해왔다. 자연현상에 따라 촌락이 위치하고 삶이 이루어졌다. 좀 더 적극적인 해안의 토지이용을 위해 제방을 쌓았고 갯벌을 매립했다. 그런 해안이 지금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해안침식 등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인천in이 <나무꾼, 해안을 걷다>를 연재한다. 필자 장정구는 강원도 두메산골 출신으로 별명이 나무꾼이다. 한강하구에 위치하여 더욱 역동적인 인천, 문명의 바다 황해의 해안. 나무꾼의 걸음으로 해안으로 걷고 나무꾼의 생각으로, 그 해안을 주제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기록하고 이야기한다. 

 

석모도 하리평야의 수제공
석모도 하리평야의 수제공

 

“사리 때 물살은 산기슭 계곡의 급류보다 빨라요” 
“특히 백중사리 때 밤에 들리는 물소리는 겁이 날 지경이에요”

겨울 석모도 바닷바람은 차갑다. 특히 하리평야의 서쪽 끝 제방 위에 부는 바람은 살을 에는 듯하다. 해명산에서 낙가산, 상봉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뒤로 하고 북쪽을 바라보면 드넓은 하리평야 뒤로도 봉우리가 솟았다. 상주산이다. 송가도라 불렸던 산 너머는 응암량이다. 삼도수군통어영의 군선들이 강화도 주변의 섬과 바다 또 한강으로 향하는 뱃길을 지키던 바다다. 상주산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별립산, 봉천산, 고려산, 혈구산으로 강화의 산줄기들이 이어진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호수와 같은 풍경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물이 제법 빠르게 흐른다. 제방 위에서 바라보는 강화도와 석모도 사이 석모수로는 강 같기도 하고 호수 같기도 하다. 저만치 덩그러니 섬이 하나 있다. 자세히 보니 섬 둘레를 돌로 쌓았다. 외적을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석성 같다. 철벽 방어의 요새와 같다. 섬돌모루라는 섬이다. 5공화국의 별들이 투자해 유원지를 만들려 했단다. 송전선이 걸려있고 성 넘어 집도 보인다.

 

석성으로 둘러싸인 섬돌모루
석성으로 둘러싸인 섬돌모루

 

강화도와 교동도를 잇는 교동대교 건설이 한창이던 2012년 가을 교동도 동쪽, 교동대교 건설 현장에서 남서쪽으로 1km 남짓 떨어진 교동도의 제방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후 폭 4m, 길이 1km가 넘는 양식장 제방은 완전히 무너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역주민과 전문가들은 교동대교 건설을 위해 설치했던 가교들로 수로가 좁아지면서 물살이 빨라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접경지역으로 정확한 현장조사가 어려워 원인 규명은 흐지부지되었고 안쪽 제방을 보강하는 것으로 제방붕괴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2013년 교동도 제방 붕괴 현장
2013년 교동도 제방 붕괴 현장

 

강화도, 교동도와 석모도는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바다를 만나는 하구지역이다. 백두대간, 한남정맥, 한북정맥, 임진북예성남정맥에서 흘러내린 물과 흙 심지어 쓰레기까지도 황해로 쏟아져 나오는 곳이다. 한반도 남쪽을 대표하는 4대강,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중 유일하게 막혀 있지 않다. 남북 분단으로 접경지역이 되면서 자연적인 모습을 간직할 수 있었다. 장마철 큰물이라도 나가면 김포, 고양, 파주의 강과 강화도, 교동도, 석모도, 말도, 볼음도, 아차도, 주문도 해안의 어디는 깎이고 또 어디서는 쌓인다. 

여기에 하루 두 번 밀물과 썰물이 드나들면서 드넓은 갯벌이 발달했다. 비옥한 하구에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갯벌은 차츰 농경지로 변했다. 그렇게 한강하구의 강화도와 교동도, 석모도 그리고 강바다 건너 황해도 연안에도 드넓은 농경지가 펼쳐진다. 고려왕조가 강화도로 천도하면서 강화의 갯벌은 본격적으로 농경지가 되었고 또 고려와 조선시대 보장지처(保障之處)였던 강화를 지키기 위해 수군이 주둔하면서 교동도와 석모도 등 주변 섬들의 갯벌도 농경지가 되었다. 1970년대 경지를 정리하면서 반듯반듯 구역정리가 되었다. 

하리평야 오른쪽 제방 위에서는 또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바다로 돌출된 돌무더기들이다. 거센 물살에도 견뎌야 하다 보니 성인도 옮길 수 없을 정도로 큰 돌들로 가지런하게 쌓았다. 위치마다 다르지만 폭이 5미터, 길이가 100미터가 넘는 것도 있다. 
열린하구인 한강하구는 다이나믹하다. 큰물만 나면 제방이 무너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수제공이다. 수제공(水制工)은 강가나 해안의 가로침식 방지를 위해서 강변이나 해안에서 강과 바다를 향해 수직으로 설치한 인공구조물을 뜻한다. 바다로 향한 모습이 마치 갈빗살을 닮았다고 해서 갈빗살방조제라고도 부른다. 한강하구에는 석모도와 교동도, 강화도 그리고 황해도 연안으로 각각 십 여개씩 설치되어 있다. 석모도 하리평야 제방 바깥으로는 전 구간에 걸쳐 수제공이 설치되어 있는 반면 건너편 강화 망월평야 제방에는 망월돈대를 기준으로 대부분 북쪽으로 설치되어 있다. 같은 석모수로라도 물살이 어느 쪽에 거센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떤 사람은 수제공을 군작전용이라고 하는데 현대시가전에서는 아파트를 중요한 지형지물로 활용한다는 이야기로 봐서는 군작전용으로 만들었다기보다 만들어진 시설을 군작전에 이용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황해도 연안의 수제공
황해도 연안의 수제공

 

 한강하구 지역은 물살이 거세다. 10미터에 이르는 조수간만의 차로 조류의 흐름 또한 빠르다. 또한 강화도와 석모도 등 섬들로 둘러쌓여 있고 염하와 석모수로 등 다양한 물길로 조류의 흐름은 위치마다 복잡하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강화와 김포 사이 강화해협이라고 하는 염하수로의 조류는 밀물과 썰물이 바뀌는 정조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1.5㎧이 넘고 강할 때는 2.0㎧이상이 되기도 한다. 조용한 밤 들리는 물 소리는 계곡의 물소리같다. 석모수로에서는 밀물과 썰물 때 모두 조류의 세기는 0.9㎧~1.7㎧이고 교동도 주변도 조류의 유속이 1.5㎧에 이른다. 
 제방 바깥쪽은 강이고 바다고 안쪽은 농경지다. 대부분 논이다. 1미터가 넘는 제방 안쪽에는 수로가 많다. 제방 넘어 물은 많아도 짠물로 농업용수로는 적합하지 않아 제방을 따라 길쭉한 농업용수용 저수지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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