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사회를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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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사회를 변화시킨다
  • 조화현
  • 승인 2011.10.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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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조화현 / i-신포니에타 단장


우리가 미처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일상에는 이미 음악이 생활화하여 있다. 수시로 들려오는 핸드폰 벨소리와 컬러링, CF속에 흐르는 음악.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음악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아이들이 온종일 생활하는 학교에서도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멜로디가 흐른다. 지하철에서도 음악이 나오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도 어김없이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와 음식의 맛과 분위기를 한결 고조시킨다. 전시장이나 박물관도 예외는 아니다. 음악이 없는 영화나 드라마, 음악이 없는 생활은 이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우리가 접하는 그 음악들을 가만히 들어보면 클래식 음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클래식 음악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1994년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빈캠퍼스의 고든 쇼와 프랜시스 로셔 박사는 공간추리력과 음악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밝히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공간추리력이란 시각적인 세계를 정확하게 인지하여 물체 이미지를 형성하고 변형하는 동시에 그 물체가 변화하는 과정을 이해하도록 만드는 능력을 말한다. 이들은 실험에 참가한 97명의 대학생을 세 그룹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 그룹은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장조 K.488'을, 두 번째 그룹은 팝을 10분간 듣게 했고, 세 번째 그룹은 아무런 음악도 들려주지 않았다. 실험 결과 두 번째와 세 번째 그룹과는 달리 첫 번째 그룹 학생의 공간 IQ가 단 10분 만에 무려 8∼9점이나 향상되었다. 이 놀라운 실험 결과는 뉴스에 보도되자마자 큰 관심거리로 떠올랐고 마침내 '모차르트 이펙트'라는 용어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필자는 아이들을 위한 공연을 기획할 때 모차르트 음악을 프로그램에 꼭 넣곤 하는데, 이는 모차르트가 4세 때 이미 연주와 작곡을 병행한 천재 작곡가인데다 그 악곡 형식이 매우 잘 정리되어 있어 아이들의 심성함양과 인지능력 향상에 좋은 영향을 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여러 연구 결과 음악을 그냥 듣기만 하는 것보다 직접 연주까지 하게 되면 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음악을 듣는 우뇌감성에 좌뇌를 발달시키는 악기연습을 동반했을 때 우뇌와 좌뇌가 고루 발달하게 되기 때문이다.

악기 연주 활동은 특히 수학적 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실리콘 밸리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나 디자이너 중에는 악기연주를 취미로 하는 사람이 특히 많으며, 미국 대학입시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음악을 공부한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언어와 수학 분야에서 SAT점수가 더 높다고 한다.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한 세계과학경시대회에서 헝가리가 1위를 차지했는데, 그 이유는 헝가리가 중학교에서 기악 교육을 필수적으로 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필자가 바이올린을 가르쳤던 제자들 중 몇몇은 수학과 과학 과목에 두각을 나타냈고, 의대에 진학하여 오케스트라단원으로 활동하며 연주자로서도 손색 없는 실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클래식 음악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언어장애, 정신지체 같은 정신질환 치료에도 음악치료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언어치료에 효과적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음악이 언어의 일부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언어보다 표현 영역이 넓기 때문에 정신장애 등에 뛰어난 효능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영화와 책 등을 통하여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엘 시스테마(El Sistema)'는 베네수엘라의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에 의해 만들어진 음악교육재단이다. 정식 명칭은 '베네수엘라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으로, 음악을 이용하여 마약과 범죄에 노출된 빈민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i-신포니에타는 '아이씬 엘 시스테마'라는 이름으로 2009년부터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무료 악기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와 같이 다방면에서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클래식 음악과 악기교육을 통해 우리 역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사회적 변화 추구를 목표로 시작하였다.

현재 아이들에게는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들은 악기교육만 받는 것이 아니라 i-신포니에타 공연에 매달 참여하여 공연을 관람하고 공연도우미로 활동하기도 하는데, 공연도우미 활동을 하며 공연장 주인이 된 듯 자신감이 넘쳐난다. '아이씬 엘 시스테마' 활동 중 가장 큰 변화와 보람은 아이들이 무대에서 연주를 할 때다. 사회에서 다소 소외되었던 아이들이 연주자로 되어 무대에 오르면 조명을 한 몸에 받고 관객들의 애정 어린 시선과 박수갈채까지 받는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아이들에게는 자아존중감이 생겨나고 자신의 장래에 대한 꿈과 희망의 씨앗을 키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분히 개인적인 의견일지는 모르지만 좋은 음악을 많이 듣고 자란 아이들, 게다가 악기연주까지 가능한 아이들이라면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인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거라 생각한다. 음악은 분명히 좋은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좋은 음악을 듣는다는 것, 또한 그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은 아이들이 즐겁게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만들 터이다. 우리 희망들이 자라 행복한 개인으로 성장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게 필자의 소망이자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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