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국제병원' 설립 급물살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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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국제병원' 설립 급물살 탄다
  • 이혜정
  • 승인 2011.10.1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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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시행령 제·개정하기로 - 시민단체 등 강력 반발


취재 : 이혜정 기자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과연 '영리병원'이 설립될 수 있나?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의료기관 개설에 관한 규정이 마련됐다. 결국 관련법 개정 지연으로 무산 위기에 놓였던 송도 국제병원 사업 추진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식경제부는 송도 국제병원 설립에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 달라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건의를 받아들여 자유경제자유구역특별법(이하 경자법)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외국 의료기관 개설이 가능하도록 시행령 및 보건복지부령을 제·개정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지경부는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이렇게 결정했다"면서 "다만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므로 시행령 입법예고 등 사전절차는 이번 주 중 착수하되 최종 확정절차는 국회 법안처리 여부에 따라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회에는 외국의료기관특별법 제정안과 경제자유구역특별법 개정안 2건이 계류 중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관련 법안 처리가 계속 지연됨에 따라 외국 의료기관 개설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법안이 연내 처리되지 않을 경우 시행령 제·개정을 통해 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의료기관 개설은 현 경자법 하에서도 문제가 없지만 경자법은 개설요건으로 의료법 상의 요건 외에 자본금과 외국인 투자비율만 규정하고 외국병원 참여 여부, 외국인 의사 고용비율 등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어 개설요건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경부는 경자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외국병원이 국내 외국 의료기관 운영에 참여하도록 의무화하고 외국면허를 소유한 의사와 치과의사를 복지부 장관이 정한 비율 이상 고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 절차 등은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하기로 했다.

이종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지난 1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7년 발의된 법 개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해외 투자유치가 두 차례 무산됐고, 지난 3월 선정한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상기간이 올해 말에 종료돼 사업이 다시 무산될 위기에 있다"면서 정부에 법 개정 전이라도 송도 국제병원 설립이 가능하도록 시행령을 제·개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지난 3월 선정된 글로벌 컨소시엄 ISIH도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허가와 관련한 최소한의 규정이 마련될 경우 병원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면서 "시행령이 개정되면 연내에 병원운영자를 선정하고 병원 설계에 본격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경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은 허가요건을 명확히 해 투자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외국 의료기관의 남설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다만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개설허가 요건과 특례를 모두 포함하고 있지만 시행령에는 최소한의 개설 허가 요건만 포함될 수 있어 외국 의료기관 운영 활성화를 위해서는 특례를 담은 법률 개정이 병행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에선은 "공공의료체계를 무너뜨려 의료양극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규철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사무처장은 "우리나라 건강보험보장성이 50% 수준인데, 이익을 추구하는 영리병원이 들어오면 특정 부유층을 제외한 시민 대부분은 의료상승 압박을 겪어 국민건강보험 시스템이 무력화될 것"이라며 "이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의료체계 전반에 미칠 악영향이 엄청나는데도 단순히 돈의 논리로 영리병원을 추진하는 건 말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유숙경 의료민영화저지범국민운동본부 인천지역본부 집행위원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국내 대형병원들이 영리병원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 송도에 영리병원을 설립하면 국내 대형병원들도 이런 형태로 가게 될 게 뻔하다"면서 "보험료를 많이 내는 부유층이 국민건강보험에서 빠져나가 보험재정이 나빠지고, 결국 보험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들어 서민이나 저소득층 가입자만 피해를 보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민사회 의견과 미국의 다양한 사례와 연구자료 등을 통해 이미 영리병원 문제를 여러차례 지적하고 있음에도  시도하는 취지를 이해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영리병원은 단순히 국민건강보험제도 약화와 폐지를 불러올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면서 "현재 많은 대기업 관련 사보험사에서 실속형보장이라는 상품을 도입해 추진하고 있는데, 영리병원을 설립한다면 자연스럽게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가 무력화하고 민간보험이 활성화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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