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공사와 조용히 살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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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공사와 조용히 살 권리
  • 안귀옥
  • 승인 2011.10.1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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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 안귀옥 / 가족상담전문가 · 변호사


도시에서는 단 하루도 공사가 없는 날이 없다. 아파트나 주택⋅상가를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기 위한 건축은 물론이고, 도로를 신설하거나 패인 아스팔트를 수리하거나 보도블럭을 다시 깔기 위해서 연일 파고 묻고를 반복한다. 지하철공사를 하느라 도로형태도 수시로 바뀌어서 운전을 하는 사람들은 바뀐 노선에 적응이 안 되어서 당황하고 혼란을 격는 것은 다반사고,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소음과 분진과 진동으로 생활에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물론 이러한 공사들을 소음과 분진 등을 이유로 못하게 한다면 도시가 정비될 수도 없고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 잘 정비된 도로는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해서 편리함을 주고, 위치에 따라서는 터널 하나를 잘 개통하고 나면 단절되었던 지역 간 소통을 도와주고, 그를 통한 물류비용 절감 등 시너지 효과가 큰 것도 사실이다. 지하철 공사 주변은 역세권으로 불리면서 땅값은 물론이고 아파트값도 올라 경기가 활성화되기도 한다.

우리는 이러한 공사완료 후에 맞이하게 될 편리와 재산가치가 증식될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면서, 짧으면 몇 일, 길면 몇 년간 불편함과 고통을 잘도 참아낸다. 공사로 인한 불편과 고통이 견디기 힘들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은 간혹 시공사나 시행사를 상대로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 하거나 환경분쟁조정신청을 하기도 하고, 민사소송으로 재산적·정신적 손해배상청구를 하기도 한다.

내가 변호사로 환경분쟁에 관한 소송을 하거나, 인천시의 환경분쟁조정위원으로 조정에 참여하면서 느끼는 것은 시행사나 공사로 인한 피해자들 간 힘의 불균형이 크다는 점이다. 공사를 시행하는 주체로 보면, 개인이 재산권 관리 행사 일환으로 행해지는 공사도 있고, 국가나 지자체가 공익 사업 일환으로 행해지는 경우도 있다. 두 사업주체가 어느 경우이든 공사가 있기 전 조용한 환경에서 살던 사람들의 안정권을 깰 권리는 없다.

공사가 미래의 삶에 아무리 편리함을 가져다 준다고 해도 현재가 너무 괴로우면 참아내기 힘들다. 특히 터널 공사를 위한 발파작업이나, 아스팔트를 깨기 위한 기계소리는 그 큰 소음과 진동으로 전신이 부르르 떨릴 정도의 경련을 일으키게도 한다. 그러한 공사를 통해 전달되는 소음과 진동을 불시에 당하는 경우에 그 황당함은 더하다.

어느 공사든 공정은 미리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므로, 큰 소음이나 진동이 예상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사전에 피해주민들에게 그러한 상황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주민들은 예측되는 이러한 공사상황들을 알게 되면 잠시 잠깐이라도 그 고지받은 공사시간 동안은 거주지를 떠나 다른 곳에서 일을 볼 수도 있고, 그 예측되는 소음을 다소라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할 수가 있다. 

공사업자들이 불지불식간에 터파기 공사나 발파작업 등에서 나오는 굉음을 쏟아내고, 그 굉음에 놀란 주민들이 공사를 중지시키려는 법적 조치를 취할 때쯤이면, 그 공사현장에서 큰 소음이나 진동은 더 이상 공사현장에서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피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은 별론으로 하고 공사를 중지시키려는 계획은 무용지물로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우리나라 건설환경 분쟁에서는 수개월간 지속되는 소음이 아니라면, 설사 감독관청에 한두 번 적발된다고 하더라도 공사에는 전혀 지장이 없고, 소음이나 분진으로 인한 피해측정장비를 대여하는 금액도 워낙 고가여서 개인이 이를 빌리거나 구입해 손해를 입증하기에는 벅차다. 공사현장 소음을 참아내야 하는 수인한도도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주간 65dB(A), 야간 50dB(A)로, 외국의 경우 주간 45dB, 야간 30dB인 것에 비해서 훨씬 높다. 각고의 노력으로 소음이나 분진이 수인한도를 넘었음을 입증하였다고 하더라도 환경분쟁위원회의 조정이나 법원에서 인정하는 손해금액은 생각보다 너무 적다.

공사도 사람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공사비가 좀 더 들더라도 소음이나 진동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공사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라면 사전에 예측되는 소음 등을 고지하고, 피해지역 주민들로 하여금 그에 대한 대비를 하게 하고 보상을 하는 게 사후 분쟁을 야기시켜서 손해배상을 하는 데 비한다면 훨씬 더 비용을 줄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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