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드러날 교활한 거짓말의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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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드러날 교활한 거짓말의 부메랑
  • 박병상
  • 승인 2011.10.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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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 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4대강 사업' 대형 보 개방 행사가 지난 10월 22일 전국에서 대대적으로 열렸다. 그런데 그 떠들썩했던 행사가 조용해진 뒤, 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행사 때 정권 눈치 보고 찾은 귀빈과 일당 받고 참석한 하객들에게 보여주려고 이제껏 가두어놓았던 물을 한꺼번에 쏟아내자, 사단이 난 것이다. 계단식 어도에 제한돼 흐르는 물에 모였던 물고기들이 질식사했다고 참혹한 현장을 찾은 환경운동가들은 밝혔다. 행사를 위해 차단했던 물을 갑자기 쏟아내면서 어도에 물이 흐르지 않았던 거였다. 한데 그런 떼죽음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물고기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대형 보에 일정한 깊이로 갇혀 흐름을 멈춘 4대강은 머지않아 썩어갈 게 틀림없으므로.

행사 현장에서,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 함박웃음을 짓던 인사를 향해 울려퍼진 팡파르는 터전을 잃고 죽어갈 숱한 생명들을 위한 진혼곡으로 바뀌게 될 날이 멀지 않았는데, 한 학생이 4대강 사업이 가진 문제를 조목조목 제기하는 시민단체 누리집을 찾아와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물 부족 국가가 아니고, 지류에서 발생하는 홍수를 대비해 본류에서 벌이는 4대강 사업이 가진 문제점을 어렴풋하게 안다고 생각해왔는데, 혼란스럽다고 했다. 어떤 언론은 4대강 사업으로 홍수가 줄었고 물 부족 현상도 막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정부의 주장을 되새긴다며, 진실을 알려달라고 했다.

진실을 알려달라고? 정부가 아닌 시민단체 누리집을 방문한 학생은 이미 진실을 알고 있겠지만 언론 보도에 혼란스러워져 확신을 원한 것일 텐데, 찾아온 그 누리집 게시판을 조금만 둘러보아도 쉽게 찾을 수 있는 확실한 자료를 확인하지 않은 점은 못내 아쉬웠다. 그와 동시에 갑갑해졌다. '얼마나 많은 시민이나 학생들이 정부의 왜곡된 홍보를 그대로 믿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뇌리에 스치는 게 아닌가. 이런! 같은 말을 다시 해야 하나. 도대체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나. 핵발전소, 핵폐기장, 새만금, 갯벌매립, 대형 댐, 유전자조작, 조력발전, 그리고 경인운하와 4대강 사업에 이르기까지, 같은 말을 반복하게 만드는 우리의 현 상황에 분통이 터졌다.

요제프 괴벨스가 생각이 났다. 나치 선전장관이던 그는 "우매한 대중은 황당한 거짓말을 처음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믿게 된다!"고 간교하게 설파했다. 우리가 '물 부족 국가'라는 거짓말, 4대강 사업으로 홍수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거짓말, 4대강 사업이 강을 살리기라는 거짓말, 생태계도 지구온난화도 개선된다는 거짓말이 여전히 횡행하고, 그 거짓말들을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건, 우리 사회를 거짓말로 오염시키는 요제프 괴벨스 같은 자들, 그런 자의 눈치를 보려는 자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불행하게도 시민보다 권력의 눈치에서 자유롭지 않은 우리 언론들도 예외가 아니겠지.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운동 때처럼 지겹더라도 대답을 할 필요가 있겠다. 시간과 돈과 권력에다 선전 창구까지 틀어쥔 세력이 반복하는 거짓말에 속는 자가 결국 당할 수밖에 없으니, 귀찮더라도 유권자이자 자식 키우는 시민들, 그리고 곧 그리될 학생들을 각성시킬 필요가 있겠다.

혼란스러워할 학생과 독자와 시민들을 위해 다시금 확인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가 아니다. 여름 한철에 내리는 비의 60퍼센트가 집중되는 우리나라는 국토의 65퍼센트가 경사가 급한 산악지형이지만 갈수기인 봄철에도 맑은 물이 철철 흘렀던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여전히 마시고 있는 물은 물론이고, 농업용수와 공업용수가 부족해 고생한 적이 정부의 왜곡과 달리, 그리 많지 않았다. 적어도 4대강의 본류가 흐르는 지역은 그랬다. 단순히 강수량을 인구수로 나누는 셈법을 신뢰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셈법은 사하라사막과 몽골의 고비사막을 물이 풍성한 지역으로 간주한다. 내리는 빗물과 지하수의 관리, 그리고 사용한 물의 재활용까지 살핀다면, 유럽의 많은 국가에 비교할 때 우리의 물 관리 방법에 개선할 부분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결코 물이 부족한 건 아니다.

4대강 사업 덕분에 홍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걸까? 터무니없는 왜곡이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발생하는 홍수의 97퍼센트는 강 본류가 아닌 지류, 소하천에서 발생했다. 올 장마철 뒤의 국지성호우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제 달라질 것이다. 4대강을 가로막은 대형 보가 물을 잡아 가둔 뒤는 어떨까. 사정이 급변할 공산이 아주 크다. 평균 수심 6미터를 유지시키며 계단처럼 물을 가둔 상태에서 슈퍼컴퓨터로도 정확한 예보를 힘겨워하는 기상대에서 국지성호우를 뒤늦게 경고한다면 어떤 불행이 생길지, 경험을 돌이켜보자. 상류에서 지천과 소하천을 타고 마구 흘러들어오는 빗물은 하류의 보와 제방을 연신 넘을 것이다. 대형 보에 채워진 하천의 수위보다 낮은 마을과 농토에 돌이키기 어려운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질 것이다. 모래를 막대하게 퍼내 강바닥이 깊어진 올해에 아직까지 홍수 피해가 없었던 건 당연하다. 채 완성되지 않은 대형 보 수문이 열렸기 때문이 아닌가. 닫혔다면 4대강 사업 구간은 지난 국지성호우로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입었을 게 거의 틀림없다.

"4대강이 살아나면 대한민국 방방곡곡이 골고루 살아날 것"으로 말한 대통령은 "우리의 민심도 4대강을 따라 흐르며, 서로 존중하고 아끼고 서로 사랑하는 사회가 되는데 기여할 것"이라면서 행복해했다고 지난 22일 언론은 전했다. 그런데 어떤가. 높이 10미터가 넘는 대형 보에 막힐 4대강은 흐름이 거의 차단당한다. 계단처럼 차단된 4대강 16개의 호수에서 흐르는 강물의 속도가 20분의1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 전문가들은 걱정한다. 자고로 흐름을 잃은 강 예나 지금이나 썩는다. 게다가 5억 톤 가까운 모래의 흐름까지 잃은 강물은 어쩌겠는가. 게다가 굽이치던 흐름을 잃은 강의 생태계는 단조로워질 것이다. 이 땅에 강이 생긴 이래 4대강에 기대며 살던 숱한 생물들까지 단조롭게 줄어들다 썩은 물에서 생을 마감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죽음의 강'으로 버림받는다는 거로, 그 예증은 차고 넘친다. 생명을 잃는 강에서 사람인들 온전하랴.

강의 물그릇을 키운다며 퍼낸 모래 때문에 벌써부터 사고가 발생했다. 흐름이 갑자기 빨라진 상류와 지류가 패이면서 다리가 넘어지고 둑이 무너지는 일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같은 사고를 먼저 경험한 독일의 라인강이 그랬듯, 심각한 사고는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다. 강을 살린다고 표현한 대통령은 지천까지 고치겠다고 했다. 고친다고? 우리 강이 가전제품이고, 무슨 고장이라도 났다는 겐가. 도도했던 강물의 흐름을 막고 모래를 퍼내는 순간부터 사람이 진화되기 한참 전부터 살아왔던 우리의 4대강은 시방 죽어간다. 정부 연구비가 끊어지더라도 양심을 저버리지 않은 수많은 관련학자들의 한결같은 예측이 그렇다. 하느님도 아닌 대통령이 흐름을 감히 차단하고 모래를 퍼내며 가라사대, "살아라!" 요구한다고 살아나는 게 전국 4대강이 아니다. 우리 4대강은 예나 지금이나 멀쩡하게 살아있지만, 뜯기고 패이고 막히면서 위험해졌다.

틈새에 미생물을 서식하게 하며 물을 정화하는 모래는 상류 집수지역의 푹신한 부식토와 수목처럼 맑은 물을 잡아주는 일을 한다. 덕분에 한반도에 정착한 선조는 우리에게 삼천리금수강산을 물려주었지만, 앞으로는 모른다. 모름지기 세상의 모든 강은 흐름을 멈춘 그 순간부터 정화능력을 잃는다. 모래를 퍼올리는 순간, 우리 강은 저장 능력마저 잃는다. 갈수기에도 맑은 물을 강에서 직접 받아 마실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국가에 살아온 우리는 이제 공연한 짓을 마다하면 안 될 것이다. 강바닥을 일률적으로 파낸 뒤 댐과 대형 보로 물질을 차단한 유럽의 국가들이 그렇듯, 막대한 비용과 에너지를 들이며 물을 고도로 정화해 마셔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물 기업은 큰돈을 벌어들이고 많은 시민들은 지금의 수돗물보다 신뢰할 수 없는 물을 마시기 위해 터무니없는 비용을 감당해야겠지. 이미 대국적 물 기업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려고 한다. FTA 이후 우리는 그들의 돈벌이를 막을 수 없을 테고.

4대강 사업에 많은 돈을 부은 수자원공사는 강가에 수천 킬로미터 자전거도로와 홍수에 잘 견디지 못하는 나무들을 심어놓은 공원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을 태세다. 경관이 좋은 곳마다 주거와 상업시설을 개발하려고 순진한 입주자 후보들을 유혹하려 든다. 그러자면 정화시설이 들어서겠지만, 그런다고 강이 깨끗해지는 건 아니다. 아무리 완벽하게 정화해도 미생물을 잃고 방류돼 4대강 본류에 정체될 테니 썩을 수밖에 없다. 거기에 어떤 관광객이 코를 움켜쥐며 연실 모여들까. 4대강 사업 구간 옆으로 자전거도로를 아스콘이나 콘크리트로 포장해 만드는데, 수많은 예를 미루어 짐작해보자. 국지성 호우에 밀려날 아스콘과 콘크리트는 강으로 처박힐 가능성이 높다. 끊어지는 도로는 이용자에게 의미가 없다. 즉각 개보수하지 않는다면 이용객은 즉각 줄어들 것이 틀림없겠다. 게다가 4대강 사업 구간 자전거도로는 레저용이다. 그것도 가벼운 만큼 값비싼 자전거라야 수백 킬로미터 이상 이어질 도로를 즐겁게 이용할 수 있다. 몇 안 될 부자 행락객의 즐거움을 위해 강을 망쳐놓았는데, 행복하다고?

행사에 참석한 대통령은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강산 개조론'을 인용하면서 "강산을 고쳐야만 선진국이 될 수 있고 미래가 있다고 말씀하신 안창호 선생님의 꿈을 오늘 우리가 이루어내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지금은 21세기다. 우리 강을 본 뒤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강의 원형질"이라고 찬탄한 유럽의 강 관련 학자들은 도산 안창호 시대 이전 오류를 시정하려 막대한 예산을 쏟지 않을 수 없는 자국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운하로 사용하려고 강을 망쳐놓았던 자기 조상의 무지를 돌이키려 막대한 예산으로 애를 쓰는 마당에 '타산지석'이라는 훌륭한 경구를 가진 나라에서 벌리는 과오를 보고 말았고, 몸서리를 쳤다.

4대강 사업의 대형 보 개방 행사에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비롯해 많은 해외인사들의 축하 메시지가 이어졌다고? 그거야 한 나라의 현 수장이 부탁하는데 어쩌겠는가. 연예인이 동원되었다고? 그 비용으로 최소 100억 원이 날아갔다고 언론을 전했지만, 그 정도 낭비는 애교에 불과할 것이다. 4대강 사업 완공 이후 해마다 수천 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전문 학자들은 예상했다. 그러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잇따를 것이라 예견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새 물결'을 맞았다고 홍보했지만, 물결은 흐를 때 나타난다. 사업 이후 정체될 4대강은 물결을 잃을 것이다. 물결 뿐 아니라, 생태계, 그 생태계 안에 어우러졌던 생물들, 그 덕분에 문화와 역사를 이어온 우리네 삶도 사그러들 것이다. 후손의 삶이 크게 위협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아닐 수 있다고 학자들이 새삼 주장하고 나섰다. 도도한 물결은 결국 콘크리트를 철거하고 말 것이라고, 해외의 수많은 사례를 근거로 전문 학자들은 확신한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많은 국가, 그리고 일본과 미국이 그래왔듯, 쌓이지 말아야 할 지점에 모래가 쌓이며 썩어가고, 모여 있어야 할 지점의 모래가 유실되면서 임시 복구에 막대한 예산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퍼붓다, 결국 철거하고 말았다는 건데, 이미 우리 4대강은 대형 보가 완공되기도 전부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퍼올렸던 모래의 20에서 30퍼센트의 모래가 다시 쌓이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피해와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보와 댐을 뜯어내고 흐름을 복원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리 학자들은 한결같이 예견한다. 하지만 복원이 이루어질 때까지 4대강의 생태계는 생긴 이래 겪어본 적 없는 고통에 휩싸일 테고, 맑은 강물을 잃은 우리도 고통스럽겠지.

양심을 저버리지 않은 학자들은 다시금 강조한다. 완공이라면서 공사 장비를 철수할 수 있겠지만 결코 완공할 수 없을 거라고.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걷잡을 수 없는 피해는 결국 교활한 거짓말과 감언이설로 4대강 사업을 강압적으로 추진했던 세력에게 부메랑으로 될 거라고. 4대강 사업으로 챙긴 막대한 이권은 바로 후손의 생명의 대가였다는 사실을 유권자들이 절절하게 각성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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