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치레 전시와 행사 … 악순환을 벗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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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치레 전시와 행사 … 악순환을 벗어야
  • 최병국
  • 승인 2011.11.18 06: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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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최병국 / 인천미술협회 회장


11월11일부터 17일까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전시실 전관에서 '현대미술의 조망'이라는 대규모 전시가 열렸다. 전시내용도 근래 보기 드물게 알찼다. 요즘 뜨는 젊은 작가부터 시작해 중견 작가들까지 인천을 대표하고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작품 150점이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본디 이 전시는 '한-러국제교류전'으로 기획돼 러시아 작가들과 한국 대표 작가 50인이 함께하려고 했다. 그러나 러시아측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하고 한국 현대미술 젊은 작가를 끌어들여 다양한 현대미술 단면을 조망한 전시로 탈바꿈됐다.

비록 전시 내용이 바뀌었지만 전시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우리나라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전시였다. 전시내용이 변경되는 바람에 홍보를 제대로 하지 못해 많은 사람이 모르고 지나가는 행사로 된 아쉬움이 남는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시끄럽게 홍보해 사람들을 불러놓고는 너무 어려운 내용으로 관심을 끌지 못하는 행사, 동호인들의 취미나 개인호사 정도로 전시 자체로 만족하며 가족과 친지를 불러모으는 예식 행사, 내용은 좋으나 홍보가 안돼 썰렁한 행사…. 이런저런 이유로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고생한 보람도 없이 시간에 묻혀 버리는 전시행사가 끊임없이 열린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작가들은 고생스런 이런 행사를 계속 이어가야 하는가?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어디에서부터 풀어야 할까? 시민들이 전시를 보러 오지 않는 현상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인천에는 왜 상업화랑이 존재할 수 없을까?

여러 질문을 던져 본다.

작가들은 자기개발과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온힘을 다해 작품을 만들어 낸다. 그러면 좋은 기획으로 전시를 준비하고 여러 사람에게 널리 알려 서로 감동을 주고받아 다시 창작에 몰두할 에너지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

보는 사람도 작가혼이 들어간 좋은 작품을 보면 감동하게 되고 소장하고 싶어질 터이다.

인천에도 많은 작가들이 있다. 대단한 열정으로 수많은 작품을 창작해 낸다. 이렇듯 작가 수가 많아지다 보면 이를 비평하고 평가할 비평가 그룹도 생겨 작가들을 평하고 작품들을 시민들에게 알기 쉽게 이해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인천 미술계에는 작가를 홍보하고 평가하는 비평가 그룹이 없고, 또 이를 홍보할 언론매체가 제한적이다. 그래서 마치 무성한 수풀만 우거진, 정리하고 다듬지 않은 정원처럼 황폐해 보인다.

우선 인천미술문화 자료를 정리하고 바른 비평으로 기사화하며, 역사로 남게 작가를 이끌어 줄 비평가들이 필요하다. 비평가가 평론한 글이 회자되며, 언론이 시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기획자가 전시이벤트를 만들어 그림을 모르는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시스템이 없는 곳에서 작가는 자기 작품을 제작하고, 상업화랑이 없으니 전시장을 구하러 다니며 찾아서 예약하고, 전시도록을 만들어 홍보하고, 전시장에 온 손님 접대를 하고, 전시기간 내내 나와 전시장을 지키고…. 1인 다역에 '만능 엔테데이너'로 적응하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상한 구조다. 스스로도 "왜 이런 가능성 없는 일을 하고 있나" 하고 회의적으로 느낄 때가 많다. 마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 같다. 작가들은 개성이 강한 반면 대부분 '사회적 약자'로서 공허한 독백만 할 뿐, 어디에도 해결점은 안 보인다.

한때 그런 작가들 입장을 이해하고 이끌어줄 문화재단이 생긴다고 희망을 품은 적이 있었다. 인천에 문화재단이 생기면 모든 인천미술계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이 작가들과 시민사회까지 나서 재단설립에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재단을 설립하고 시간이 지난 지금, 인천문화재단은 문화재단에 주어진 자금배분 공정성이나 선정과정 투명성에만 신경을 쓰고 감사에 지적당하지 않으려는 '방어적 행정'에만 주력해 규모에 비해 기대만큼 역할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미술계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것 같다.

이전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 인천미술계가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수두록 하다. 시립미술관 건립부지 확정을 비롯해 수도권이라는 '지역적 핸디캡'으로 상업화랑 하나 없는 인천. 그로 인해 화랑미술제와 '키아프' 등 주요작품 판매전에 인천작가를 소개할 구조를 갖지 못하는 점. 그런데도 인천작가들이 많이 작품을 만들며 살아남는 건 설명할 수 없는 점 중 하나다.

요즘 인천지역 전시 행태를 보면 각 구청이나 도서관, 학교, 병원, 법원, 경찰청 등 웬만한 관공서 건물이면 조그만 전시 공간을 만드는 등 전시를 할 만한 곳이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나는 추세이다. 배다리 옛 서점가에도 최근 들어 소규모 전시장이 여럿 생겨나 그곳이 마치 '소호거리'처럼 변해가는 게 주목할 만하다. 주변에 그림이 있고 그림을 보면서 감동을 하고, 그 여운으로 정서를 순화하는 경험을 하면서 생활로서 그림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우리 주변에 자리를 잡아가면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을까?

시교육청에서도 관심을 갖고 문화예산을 늘려나가는 건 자라나는 다음 세대에 사람답게 살아갈 희망을 주는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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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찬 2011-11-18 19:07:08
최화백님 말이 지당 합니다.
미술인들이 자신들을 지켜야합니다.
그리고 화합이 잘되어 좋은 환경에서 좋은 그림을 그려내어
인천에서도 대규모 경매장이 존재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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