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금융을 막아라"…서민만 피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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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금융을 막아라"…서민만 피해 가중
  • 이병기
  • 승인 2010.03.10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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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지, 광고(명함)지 대부분 미등록 대부업체


생활정보지와 광고(명함)지 대부분이 미등록 대부업체다.
이 때문에 시 홈페이지에서 등록번호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취재: 이병기 기자

#. 작년 2월 곽모(여, 34)씨는 갑자기 돈을 마련해야 할 일이 생겼다. 그러나 곽씨는 무직 상태였고, 신용등급도 낮아 일반 금융권에서는 대출을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러던 차에 인천 모 지역에서 '급 소액대출'이라는 광고 전단지를 보게 됐고, 3개월 동안 200만원을 대출받았다.

A 대부업체는 곽씨에게 10일마다 30만원의 이자를 요구하는 등 법정이자율 49%를 초과한 연 540%의 고리사채를 받았다. 이를 견디지 못한 곽씨는 A 대부업체를 경찰에 신고했고, 수사 결과 곽씨 등 5명에게 고리사채로 1천만원을 대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A 대부업체는 등록된 대부업체의 등록번호를 불법으로 도용한 미등록 대부업체로 나타났으며, 540%의 고리사채를 받은 혐의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했다.  

최근 케이블 방송을 보면 심심치 않게 대부업과 관련된 방송광고를 접할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최수종, 최민수, 김하늘, 한채영 등 국내 대표적인 배우들이 대부업체 광고에 등장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지상파 방송인 SBS도 2009년 2년 만에 대부업 광고를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불행 중 다행인지 대형 등록 대부업체들의 증가로 미등록 대부업체에 의한 서민들의 피해 건수는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등록 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이 어려운 열악한 형편의 서민들은 급전이 필요할 경우 불가피하게 고리사채의 미등록 대부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없는 사람들의 피해'만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1월31일 현재 인천에 등록된 대부업체는 총 674개로 조사됐다. 지역을 보면 부평구가 162개로 등록 대부업체가 가장 많았으며, 남동구(153개)와 남구(134개)가 뒤를 이었다.

반면 농촌지역과 구도심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분포를 보였다. 옹진군에는 등록 업체가 한 곳도 없었으며 강화군(11), 동구(27), 중구(32) 순으로 낮게 조사됐다. 주택가가 많은 연수구도 32곳만 등록됐다.

정작 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곳들은 대부분 미등록 업체지만, 현황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들은 등록업체의 등록번호를 무단으로 도용해 생활정보지나 광고지 형태로 서민들을 유혹하고 있다. 

생활정보지, 광고(명함)지 대부분이 미등록 대부업체

#. 몇 년 전 조모(46)씨는 급전이 필요했던 차에 생활정보지에 나온 대부업 광고를 봤다. 안산에 근거지를 두고 있던  B 대부업체는 조씨의 전화를 받고 주안역 앞에서 만나 40만원을 대출해줬다. 그러나 B 대부업체는 10일 이자로 20만원을 받는 등 법정이자율을 초과한 연 1800%의 고리를 부과했다. 이들은 조씨 외에도 3명에게 비슷한 수법으로 고리사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6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07~2008년 불법 사금융(사채) 관련 피해 상담사례 분석결과'에 따르면 피해사례 중 대부업체 인지경로가 나타난 459건에서 생활정보지를 통해 알게 된 것이 209건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어 인터넷 64건, 지인을 통한 경우 59건, 명함(전단지) 54건 등으로 조사됐다.

또한 1501건의 피해사례 상담건수 중 미등록 대부업체로 인해 발생한 경우가 1393건으로 93%에 이르렀으며, 총 대출금액은 97억9000만원으로 평균 이자율이 법정 이자율의 4배가 넘는 221.6%에 달했다.

인천 남부경찰서 최관묵 경사는 "생활정보지에 게재된 광고와 명함식으로 뿌려지는 광고지 대부분이 무등록 대부업체다"라며 "이들 광고에는 등록업체라고 작게 쓰긴 하지만, 남의 등록번호를 불법으로 도용하는 것이 다수"라고 말했다.

최 경사는 "대부업체를 이용하려는 시민들은 우선 인천시 홈페이지에서 등록된 업체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나마 등록된 업체는 관계 기관에서 관리하고 양심적이기 때문에 최소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인천시 경제통상국 홈페이지 자료실에는 지역의 등록된 대부업체 명단이 나와 있다. 그러나 당장 돈이 급해 대부업체를 찾는 시민들이 일일이 홈페이지를 찾아가며 확인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불법채권추심 피해 유형 1368건에 대한 조사 결과 언어폭력과 협박·신변 위협이 721건(62.7%)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며 "가족, 친지 등에게 변제를 강요한 사례가 422건(30.8%), 대출 이용자 감금·폭행 사건이 36건(2.6%)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중에는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포기한 경우도 28건이 포함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법 사금융으로 인한 폭력과 납치, 협박 사례들이 적지 않게 발생했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일들이 비교적 줄어든 편이다.

최 경사는 "대부업 초기에는 잘 모르고 달려드는 사람이 많아 시민들에게 폭력이나 협박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지만 요즘은 거의 신고되지 않고 있다"며 "대부업체 직원들 스스로 폭력이나 협박을 할 경우 처벌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사소한 이자율 위반이나 미등록 업체 적발이 사건의 대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시민들 중 법정 기준인 연이율 49%를 초과하는 이자를 내고 있다면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며 "일단 수사가 진행 면 그 동안 초과 이자를 부담했더라도 조사 이후엔 법에서 정해진 금액만 내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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