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의료생협' 확산 우려 - 제재 방안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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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의료생협' 확산 우려 - 제재 방안 시급
  • 송은숙
  • 승인 2011.12.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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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생협 빠른 증가 - '사회적 기여도' 명시해야



취재 : 송은숙 기자

인천을 비롯해 전국에서 의료생활협동조합이 늘고 있는 가운데, 영리를 위한 '유사의료생협'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지난해 3월 생활협동조합법이 개정된 이후 의료생협을 만드는 절차가 크게 까다롭지 않고 규제도 심하지 않다. 이에 따라 의료생협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인천에선 현재 11곳의 생활협동조합 중 5곳이 의료생협일 정도다. 올해 경인의료생협과 천우의료생협, 정인의료생협  등 3곳이 인가를 받았다. 또한 인가절차를 밟고 있는 5곳 중 4곳이 의료생협이다.

비영리법인인 의료생협은 의료·건강·생활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주민과 의료인이 함께 만드는 공동체다. 의료생협에서 운영하는 병원은 지역 주민이 출자금을 내고 조합원이자 주인으로 참여한다. 이 때문에 일반 병원과 달리, 영리추구보다는 조합원과 지역 주민을 위한 의료기관으로 공익적 사업과 운영이 가능하다. 기본 출자금(1~3만원)을 내면 의료생협에 가입해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쉽게 말해 '주민이 만드는 마을병원'이다 보니 과잉 진료나 부당 청구, 3분 진료, 권위적 의사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주민들이 편하게 자신의 질병에 대해 상담하고, 최소한의 처방으로 건강을 지키고, 예방교육에 중점을 둔 의료 활동이 이뤄진다. '마을병원'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이 소통하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다.

인천의 1호 의료생협인 평화의료생협을 만드는 데 참여한 임종한 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교수는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만성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전국적으로 당뇨병 환자가 500만 명에 이르는 상황"이라면서 "의료생협이 '마을 주치의'로서 지역 주민 질병 예방과 조기발견에 기여하면 사회적 부담이 줄고, 더 많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쉽게 설립이 가능한 만큼 의료생협 수가 늘어나면서 영리를 추구하는 '유사의료생협'이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다. '유사의료생협'은 지역 주민 출자를 받아 개원했다는 점에서 생협 형태는 갖추고 있지만, 지역 주민에 대한 주치의 서비스 제공이 아닌 수익을 추구하는 데 목적을 둔 곳을 말한다. 이런 곳들은 형식을 갖춰 의료생활협동조합으로 인가를 받지만 의료생협이라는 표시를 하지 않는다. 또한 조합원 가입에 대한 적극적인 권유도 없고, 조합활동을 조합원들에게 알리지도 않는다. '의료생협연대'에 가입하지 않는 것도 특징 중 하나라고 의료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더욱이 '유사의료생협'의 경우 오히려 주민들의 건강을 해칠 우려를 낳고 있다. 대한가정의학회 일차의료연구회에서 발표한 '의료생협의 급성상기도 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 주제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상반기 유사의료생협 15곳의 평균 항생제 처방률은 64.9%로 전국 의원급 평균치(53.2%)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주민이 참여한 의료생협 6곳의 평균 항생제 처방률은 12.8%로 유사의료생협의 1/5 수준이었다.
 
생활협동조합법에 따르면 비조합원에 대한 진료도 50%까지 할 수 있고, 의료생협을 비영리 법인으로 규정해 다양한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다. 기존 법에서는 의료생협이 의료법상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는 주체로 되지 못하고 부설의료기관으로만 운영해야 한다.
의료생협이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으면 법인세·소득세 50%를 4년간 감면하고, 해당 사업장 상당액의 근로자 인건비도 3~4년 지원된다. 의료생협을 지정기부금 단체로 인정해 기업이나 단체들에서 후원금도 자유롭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혜택에 비해 설립 조건은 까다롭지 않다. 생활협동조합법에 따르면 30명 이상 발기하고 300명 이상 출자자, 3천만원 이상 출자금을 바탕으로 임원(이사 7명~20명, 감사 2명)을 선정해 설립인가를 받고, 3개월 안에 설립등기를 마치면 누구나 의료생협을 만들 수 있다.

이원숙 평화의료생협 사무장은 "이런 조건만 갖추면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설립할 수 있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은 "영리추구형 의료생협을 구분하기 어려워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종한 교수는 "의료생협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요건을 강화하고, 적용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면서 "취약계층을 위한 경제활동 지원과 건강증진 등 일정 부분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도록 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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