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킴이가 떠난 굴업도는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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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킴이가 떠난 굴업도는 이제…
  • 장정구
  • 승인 2012.02.16 05:3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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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한 환경운동가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과 이별하였다. 굴업도지킴이인 한국녹색회 이승기 정책실장이 굴업도 토끼섬에서 산호초를 촬영하다가 실족하여 사망한 것이다. 장례와 추모식은 끝났지만 유족과 단체관계자들은 물론 굴업도, 덕적도 주민들과 인천 지역사회가 충격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재벌기업의 굴업도 개발에 대한 논란이 첨예한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인지라 그 충격이 더욱 크고 오래가고 있다.

서해의 작은 섬 굴업도는 핵폐기장 논란이 있었던 1990년대 중반 이미 그 이름을 세상에 알렸지만 굴업도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되찾아준 이는 故 이승기 실장이다. 굴업도는 수많은 생명들을 품고 예전부터 그 곳에 있었다. 매와 먹구렁이서부터 왕은점표범나비와 애기뿔소똥구리, 토끼섬 해식지형과 개머리초지, 연평산과 덕물산, 산호초, 그리고 주민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서해의 보물' 굴업도가 그 빛을 세상에 드러낸 것은 이승기를 통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도어화, 문갑풍월, 선접모운, 황해낙조, 운주망월, 국수단풍, 용담귀범, 평사낙안…. 일찍이 향토사학자 김광현은 '덕적도사'에서 덕적군도의 우수한 역사문화, 자연환경을 덕적팔경(德積八景)으로 이야기하였다. 굴업도에 대한 크고 작은 뭍에서의 관심들도 그 전부터 있었다. 2003년에는 인천앞바다바로알기탐사단이 굴업도를 찾았었고 2007년에는 인천연안도서 해양환경조사를 통해 보전관리계획까지 수립되었다. 보고서에서도 '굴업도의 우수한 자연경관과 생태자원은 보존가치가 높으므로, 이들 자원의 훼손 및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생태문화관광을 유도해야 한다'고 관리방향을 설정하였고 해안지형과 모래톱의 생태경관보전지역지정과 덕적군도의 해상국립공원 또는 시립공원 지정이 바람직하다고 관리 방안까지 제시되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그 이후 그 어떤 것도 진행되지 않았고 굴업도는 통째로 대기업에 팔아넘겨졌다.
 
지역의 고유문화와 자연환경을 유지하는 개발방식만이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라도 덕적군도 나아가 인천앞바다 역사문화, 자연환경의 되살림이 필요하다. 늦었지만 민간에선 인천앞바다와 도서지역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기록과 연구를 위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문제는 지자체와 지역정가(政街)이다.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할 그곳에선 여전히 굴업도와 인천앞바다는 관심 밖이다. 인천시는 굴업도골프장 불가 입장 발표 후 옹진군과 덕적도주민들이 반발하자 부랴부랴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CJ 굴업도개발사업계획의 도시계획위원회 상정을 논의하는 형식적인 자리에 그쳐버렸다. 4.11총선 출마자들의 공약에서도 인천앞바다의 미래에 대한 중장기적인 비전은 찾아볼 수 없다. 

천안함침몰,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많은 사람들은 인천앞바다의 생명평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앞바다의 생명평화가 서해5도와 남북관계에만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인천앞바다 전역에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환경, 이웃생명 간 생명평화의 진정한 의미가 되살아나야 한다. 굴업도를 지키기 위한 희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7년 전 핵폐기장으로부터 굴업도를 지키기 위해 나섰던 굴업도 주민이 주검으로 돌아왔다. 이제 남은 우리들은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헛되이 해서도, 가슴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게 해서도 안 된다. 소모적이고 단기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지역주민과 이웃생명, 굴업도와 인천의 미래를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고인들의 뜻이며 진정한 인천 미래설계의 첫 걸음일 것이다. 행정과 전문가, 지역주민과 시민사회가 열린 마음으로 함께 논의하고 실천적으로 고민한다면 불필요한 갈등과 더 이상의 희생 없이도 지역공동체와 자연환경의 보전, 인천발전의 길을 분명히 찾게 될 것이다.

잘가요, 그대 / 목기미의 물때 이는 소리는 잘 있을 거예요 / 개머리초지 왕은점표범나비도 모두 잘 있을 거예요 / 굴업도 터주 먹구렁이도 잘 있을 거예요

연평산과 덕물산, 느다시뿌리 / 그대가 보았던 금방망이꽃과 검은머리물떼새 / 모두 잘 있을 거예요 (이세기 시인의 조시 ‘굴업도에 묻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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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맨 2012-02-17 21:15:07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CJ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덕적도가 더 넓은데 그곳에 골프장을 만들지 하필 굴업도에 골프장을 만들려고 할까...

박인숙 2012-02-16 22:47:07
참, 안타깝네요. 삼가 명복을 빕니다. 고이 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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