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로 마음까지 아름답게 물들였어요!"
상태바
"봉숭아로 마음까지 아름답게 물들였어요!"
  • 박영희 객원기자
  • 승인 2012.07.24 0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학초교의 '봉숭아물들이기' 체험 행사

옛날 여인네들은 음력 4월 봉숭아꽃이 활짝 필 때면 너나 할 것 없이 봉숭아로 아름다움을 뽐냈다.

봉숭아 꽃잎과 잎사귀를 따서 돌이나 그릇에 담아 백반을 놓고 곱게 찧어 손톱에 붙인 뒤 물이 잘 들도록 감싸서 실로 총총 감아둔다. 하룻밤을 자고 난 다음날 손톱을 보면 봉숭아꽃 빛깔이 손톱에 은은하게 물들어 아름답게 된다.

물들이기를 할 때 넣는 백반은 착색을 잘 시키기 위함이며, 조금 섞는 잎사귀는 빛깔을 더 곱게 하기 위함으로 옛 선조들의 지혜이다.

어린아이와 여인들이 즐기는 풍속 중 하나인 '봉숭아물들이기'는 화장품이 귀했던 옛날 여자들의 소박한 미용법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봉숭아로 손톱을 물들이는 것은 손톱을 아름답게 하려는 마음도 있지만, 귀신이 두려워하는 붉은색을 이용해 악귀로부터 몸을 보호하려는 민간신앙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지난 23일 연수구에 위치한 선학초등학교에서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봉숭아물들이기' 체험행사가 열렸다.

조성택 교장은 "아이들의 정서와 인성교육에 좋을 것 같아서 올 봄에 봉숭아씨를 구해 심었어요. 여름에 물들이기를 하기 위해서지요. 아이들이 석 달을 기다리면서 기다림의 미덕도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그 꽃이 자라서 오늘 물들이기를 하니까 신기한지 아주 즐거워하고 감동을 받는 것 같아서 저도 행복하고 보람을 느낍니다."라며 "온고지신(溫故知新) 정신을 거울삼아 이 기회를 통해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점점 잊혀져가는 우리 전통을 살리면서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고 받아들이자는 것이지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각 교실에 모듬별로 모여 앉아서 들뜨고 설레는 마음을 살짝 가라앉히고 선생님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활동을 시작했다.
                       

임예영(3년)양은 "태어나서 오늘이 세 번째 하는 거예요. 자연에서 나온 물감이라서 더 좋아요. 매니큐어는 잘 지워지지만 이 봉숭아는 지워지지 않고 오래 가잖아요. 그래서 더 좋아요."라며 짝꿍 손톱에 조심스럽게 봉숭아를 올려놓는다.
                        

저마다 짝꿍 손톱 위에 곱게 다진 봉숭아를 조심스럽게 올려놓은 후 비닐랩으로 꼭꼭 감싸주며 예쁜 손톱으로 탄생되기를 마음으로 기원한다.
                       

학부모 방영옥씨는 "아이들을 도와주고 있어요. 어릴 적에 많이 해서 그런지 옛 추억도 떠오르네요. 매니큐어는 아이들한테 안 좋은데 자연색이라 안심되고 아이들 정서에도 좋고 또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서 기분 좋네요."라며 흐뭇한 얼굴로 아이들을 둘러본다.
                       

서로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물이 더 곱게 잘 들여진다는 것을 아이들은 스스로 깨달으며 마음과 정성을 다해 꽃물을 들인다.
                         

석경원 교사는 "어릴 때 시골친척집에 놀러가서 한 번 해본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냥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꽃이지만 이렇게 친구들과 함께 물들이기를 하면서 꽃의 소중함도 배우게 되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봉숭아추억이 생기는 거잖아요."라며 아이들에게 자신의 손톱을 내보이며 수줍게 웃는다.
                         

빠름을 추구하며 점점 서구화하고 있는 '퓨전문화' 속에서 아이들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조상의 슬기로움을 담은 우리의 전통문화체험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는다.
                          
가장 한국적인 우리 것이 세계적인 것임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