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복지'로서 전기세를 내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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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복지'로서 전기세를 내게 해야
  • 강영희
  • 승인 2012.08.06 1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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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세 무서워서 에어컨 못 써요"

열흘째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최장 폭염주의보가 발령중입니다. 더위로 일하시던 어르신들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먼 옛일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게다가 최고 폭염이 계속되는 도시의 밤은 '쪽방촌 체험' 형태라는 어려운 이웃들의 소식도 간간이 들려옵니다. 그 작은 방에 선풍기조차 전기세가 무서워 못 쓰신다는 말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혹서나 혹한에 피할 수 있는, 활용할 수 있는 '공용 대피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우리 집 역시 2층 주택의 2층인데 주변에 나무도 거의 없고 해서 참 덥습니다. 옥상은 올라갈 수 없는지라 현관과 계단에만 간간이 물을 뿌려주고, 잠들기 전에 샤워를 하면  새벽까진 잠을 잘 잤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가 가게에 나가시는 새벽 네시쯤 눈을 뜬 건 지난 7월 말부터입니다. 어머니 배웅을 해드리고 찬물 샤워를 하면 두세 시간은 더 잠들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작은 식당을 하시는데, 주방과 홀 사이 온도 차이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으셔서 에어컨 바람도 선풍기 바람도 안 좋아 하셨습니다. 두세 달 전부터 공사장 사람들 밥을 해주느라 새벽에 나가셔서 일을 하시고 저녁에 9-10쯤 돌아오십니다. 샤워를 하시고 새벽까지 잘 주무시는데, 선풍기를 그냥 틀어두게 하시는 걸 보니 많이 더우신 듯 했지만 그럭저럭 지내셨습니다.  

그런데 이틀 전 잠 든지 한 시간도 못 되어 잠이 깨는 겁니다. 너무 더워서요. 저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연세 높으신 어머니가 걱정이 되는 겁니다. 혹시나 하여 당신 방에 가보니 당신 역시 70평생에 이렇게 더운 건 처음이라고 하시며 잠을 깨셨고, 드디어. "에어컨 좀 켜자!" 하셨습니다. 어머니나 저나 에어컨 바람을 싫어하는 편인데도 견딜 수 없는 더위에 드디어 에어컨을 켠거죠.

2~3평용 소형 중고 에어컨을 3-4년 전에 달아놓고도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는 말에 잘 켜지 않았습니다. 그럭저럭 견딜만도 했고, 날카로운 냉기가 별로 좋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한낮에 켜봐야 너무 용량이 적어서 거의 냉방 효과도 없었고, 그래서 고장이 났나 냉매가 다 빠져나갔나 하며 무심히 보내고 있는 참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 전 달아놓은 에어컨을 10번이나 켜 봤을까요? 

'한국전력에서 전기사용자제를 당부했네요. 오늘 전력사용량이 역대최고치라며. 그래서 국민들은 이 무더위에도 전기절약하려고 땀 뻘뻘 흘리며 참고 있습니다. 왜? 100kw 구간은 57원인데 600kw 넘어서면 670원. 이런 누진세는 '벌금이쟈너욧!' 하는 김미화씨 트위터 멘션을 보고 갑자기 화가 좀 났습니다.

폭염은 혹한과 함께 국민건강에 위협적인 부분입니다. 특히 노약자들에게는 치명적입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냉방과 온방의 전기 제공은 되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서민'들의 전기사용 자제를 당부합니다. 전기세가 목숨보다 무섭다는 할머님의 기사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전기를 많이 쓰니 전기세를 올려야 한다지만 전기세 무섭지 않은 사람들이나 펑펑 쓰는 거죠. 기업들도 경제 발전이라는 목줄을 잡고 효율적인 전기 활용이나, 이런 것보다 무조건 전기세를 싸게만 하려고 하다 보니 일반 국민들의 사용보다 훨씬 비효율적으로 많이 쓴다고 하는데. 게다가 시장이나 작은 가게들이 아껴쓰는 전기를 대형마트나 대기업 계열 가게들은 팍팍 냉온방으로 손님을 끌고 있습니다. 

서민들은 전기세 무서워서 제대로 쓰지 않으니 결국 부유층과 대형마트나 기업들 대형빌딩이나 제조업 등에서 많이 쓴다는 건데요. 게다가 멋을 생각하느라 열효을은 생각도 안하고 지은 건물 덕에 엄청난 냉난방비를 쓰고 있는 관청이나 빌딩들도 많구요. 이들에게 누진세율을 높게 매기고 징벌적으로 매겨서 전기를 아낄 수 있는 건축물 설계와 효율적인 에너지 활용을 위한 노력을 하게 하고 일반 국민들에게는 일정 용량까지는 건강지원이라는 측면에서 저렴하게 제공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오늘부터인가요? 전기세가 OECD 다른 나라보다 싸다면서 또 올린답니다. 게다가 겨울에 또 4~5% 올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 노동자들은 훨씬 많은 임금을 받죠. 우리나라는 비정규직만 800만 이상인데. 그렇게 상대적으로 본다면 결코 싼 것은 아닐 텐데요. 에너지는 아껴쓰는 게 맞지만 더 이상 줄일 것 없는 서민들에게 더 줄이라 줄이라고 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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