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지역의 미래를 만드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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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지역의 미래를 만드는 곳"
  • 송은숙
  • 승인 2012.10.1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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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인 라이브러리] 이희수 부개도서관장

취재:송은숙 기자

청천동 맑은샘어린이도서관 활동에 이어 부평구립도서관에 온힘을 쏟고 있는 이희수(47) 부개도서관장을 만났다. 최근 그는 그동안의 활동을 인정받아 '독서문화진흥 유공자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올 한해는 더 바삐 움직이고 계시는데?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부평기적의도서관장을 맡았고, 이곳이 개관하면서 부개도서관장으로 부임했다.

부평구에는 기적의도서관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부평도서관, 북구도서관 2곳뿐이었다. 기적의도서관 이후 부개어린이도서관, 갈산도서관, 삼산도서관, 부개도서관까지 구립도서관이 5곳으로 늘었고 10월 중 청천동에도 한 곳이 들어서 모두 6곳이 된다.  부평구립도서관은 부개도서관이 거점 역할을 맡아 1관장, 6팀장 체제로 운영된다.

'나무'만 보는 게 아니라 부평구립도서관이라는 '숲'을 보고 방향을 잡고 나가는 일이라 새치가 많이 늘었다.

-도서관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아들이 둘인데, 큰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시작한 어린이도서연구회(사) 부평지회 활동이 계기가 됐다. 6기로 활동을 시작해 매주 토론을 하고 다양한 강좌, 체험에 참여하고 좋은 책을 알리는 활동을 열심히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회 회장을 맡았다가 인천지부 회장을 하고 조금씩 일이 커졌다.

2000년 들어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북구도서관 봉사를 시작해 슬라이드를 이용, 빛그림자극을 상영하는 등 여러 시도를 했다. 전교조와 연계해 학급문고 만들기 활동도 진행했다. 학교 선생님들이 독서활동에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이 담임선생님에게 책을 권하기도 하고, 운동회 후에 선생님들 목욕비를 걷는다는 엄마들에게 "차라리 아이들 학급문고 책을 사자"고 하는, 어찌 보면 좌충우돌 엄마였다.

-작은도서관에서 공공도서관으로 주 무대가 바뀌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는데, 인천여성문화회관 골목에 '초방'이라는 어린이전문서점이 있었다. 모임 장소를 빌려주기도 하고 '전집'이 아닌 좋은 어린이책을 판매하고 알리는 곳이었다. 이 서점 주인이 현재 아이쿱생협연합회 신복수 회장님이셨는데, 소외지역에 '누구나 무료로 이용하는'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더라.

그러더니 정말로 부평구 청천동에 마당이 딸린 이층집을 구해 맑은샘도서관을 만들었다. 이곳을 나더러 운영해 보라고 해서 2002년부터 8년 동안 마음껏 일을 벌일 수 있었다. 자원활동가 40여명과 함께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했다. 도서관 지하공간에 작업실을 만들어 도예 강좌를 열고 그림자극 상영, 책 읽어주기, 동시 따먹기 등이 그것이다.

어느 순간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대상을 더 넓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무렵 교육청의 교육복지투자 우선지원사업에 지원해 초등학교·유치원 대상 방과후수업을 진행했다.

특히 2008년에 처음 한 '돌멩이국 마을잔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원적산공원에 무대를 마련해 '돌멩이국'이라는 그림책을 그림자극으로 보여주고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을 했는데, 1천여명 가까이 모였다. 이런 소문이 나자 부평구청에서도 관심을 가졌고, 다음해에는 구청 지원금을 받아 잔치를 열었다. 이때는 음악을 하는 삼형제가 클래식 연주를 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다.  '청천동에 클래식이 어울리냐?'고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하길 잘했다' 싶어 뿌듯했다.

2006년 문을 연 기적의도서관에는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참여하다가 2009년 말 관장 모집 공고가 났을 때 '공공 영역에서 활동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지원했는데, 정말 돼버렸다.

작은도서관이든, 공공도서관이든  '책'을 매개로  주민들과 만나는 것은 똑같다. 앞으로는 작은도서관과 공공도서관 사이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노력할 생각이다. 자리를 잡지 못한 공립 작은도서관에 책을 빌려주는 '순회문고'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도서관 자원활동가들을 위한 '도서관학교'에서 이희수 관장이 이야기하고 있다.

-부평구립도서관이 어떻게 색깔을 찾아갈지 궁금하다

현재는 하나의 대출회원카드로 부평기적의도서관과 부개어린이도서관, 갈산도서관, 삼산도서관, 부개도서관 5곳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통합대출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른 도서관 자료를 가까운 도서관에서 받아보는 '상호대차 시스템'은 예산을 요청한 상태인데, 구 재정 상황에 따라 시스템 도입 시기가 달라지게 된다.

지금껏 했던 것처럼 양질의 자료 제공,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평생교육이라는 3가지 큰 틀을 가지고 각각의 도서관이 지역 주민들을 만나는 것은 변함이 없다.

다만 도서관마다 주제를 정해 특화시키려고 한다. 부평기적의도서관은 어린이 자료, 부개어린이도서관은 영유아아 임산부 관련 자료, 갈산도서관은 청소년·실버, 삼산도서관은 영어, 부개도서관은 디지털자료를 더 늘려갈 생각이다. 부개도서관의 경우 디지털자료실 외에도 전자신문을 볼 수 있는 터치스크린, e-러닝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지금은 올해 처음으로 부평구 15개 기관들과 힘을 모아  '책 읽는 부평, 행복한 북펀(BookFun)' 운동을 진행 중이다.  '거북이는 왜 달리기 경주를 했을까'라는 한 권의 책을 주민들이 돌려가며 읽고 북콘서트, 작가와의 만남, 토론회 등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도서관은 이런 곳"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스가야 아키코가 지은 '미래를 만드는 도서관'이라는 책에 보면 뉴욕도서관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고 있다.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굉장히 매력적인 공공도서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도서관 기능에서 벗어나 지역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정보봉사 서비스를 하고 있는 곳이다. 일종의 시민대학 역할을 하는 뉴욕도서관처럼 도서관 활동이 지역주민 속으로 녹아들어, 지역의 미래를 만드는 그런 곳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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