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자유로운 몸짓' 이끄는 조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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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자유로운 몸짓' 이끄는 조력자
  • 이장열
  • 승인 2012.10.11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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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문화·예술교육] (2) 김은영 선생님(연극)
<인천in-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인천in>과 인천문화재단은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찾아가는 '날아라~ 문화·예술교육' 연재를 시작한다. 어린이와 청소년, 시민,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다양하게 진행되는 인천 문화·예술교육의 현주소와 의미를 짚어본다.
 10월 9일(화) 인천목향초등학교 2학년 7반 교실, 김은영 선생님(문화예술 전문강사)
취재: 이장열 기자
 
지난 9일(화) 오전 11시 30분 인천 목향초등학교 본관 3층에 자리한 2학년 7반 교실. 아이들이 교실 한 가운데 의자를 둥글게 해 마주 앉아 있다. 연신 해맑은 소리가 교실 밖으로 들려왔다.
 
이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연극 수업을 받기 위해서다. 놀이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몸짓에 자유로움이 묻어 있다. 아이들이 의자를 둥글게 하고 앉아 있는 모양새가 여느 수업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해 준다.
 
이 수업은 올해 신학기부터 목향초등학교에서 2학기를 맞이해 처음 열리는 연극수업이다. 2학년 7반 아이들이 둘러앉은 가운데에 김은영(37) 선생님이 서 있다.
 
올해 3월부터 지금까지 목향초등학교에 문화·예술교육 전문강사로 파견되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12월까지 이 초등학교에서 모두 64시간 연극 수업을 담당하게 된다.
 
김은영 선생님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에서 파견된 문화예술교육 전문강사다. 현재 진흥원의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각 지역 문화재단에서 관리 위탁을 하고 있다. 현재 그는 인천문화재단과도 협력을 하고 있다.
 
김 선생님은 동국대 대학원 연극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연구자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현재 인천 부평에서 살고 있다. 동국대 연극영화학과에서 배우로서 꿈을 키우다가, 연극 이론 공부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대학원에서 연극치료를 전공하고 있는 학구파다.
 
그는 연극 <세자매>에서 맏언니 역할을 맡기도 했다. 그 뒤에는 <밑바닥에서>(막심 고리키)를 연출해 서울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도 올리기도 했다. 이론과 실전 경험을 두루 갖춘 전문가인 셈이다.
 
김은영 선생님이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곧장 연극 수업에 들어갔다. 수업 시간에 나오는 아이들의 즐거운 소리를 지면에 담을 수 없어서 안타까울 정도로 신나고, 아이들의 수업 집중도가 매우 높았다.
 
선생님은 첫 마디로 아이들이 스스로 만든 규칙을 먼저 상기시켰다. 연극 수업을 시작할 때 아이들이 수업 규칙을 정하도록 했다. 수업을 받는 아이들이 아니라, 수업을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생각을 아이들이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규칙 정하기였다고 한다.
 
2학기에는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를 아이들이 직접 즉흥극으로 만들어 발표하는 것으로 연극 강의를 마무리한다고 했다. 1학기 때에는 <해와 달이 되는 오누이>를 5개 장면을 아이들이 모듬별로 나누어 즉흥곡으로 표현했다. 아이들이 직접 간단한 대본도 만들고 연기도 해서 극을 만들어 공연하는 방식이다. 아이들은 연극 체험을 통해 몸짓과 말짓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방식도 함께 체득하게 된다는 장점이 이 연극 수업에 있다고 김 선생님은 말한다.
 
그는 잠시 뒤 '샐러드게임'을 해서 아이들 몸동작이 자유롭게 드러나도록 하는 '위밍업'을 시킨다. 아이들이 스스로 게임 규칙을 만들도록 유도한 뒤, 10여분간 교실이 떠나갈 듯 빙 두른 의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몸을 푸는 동작이 이어졌다. 이내 아이들은 수업 받는 아이들이 아니라, 수업을 하는 아이들로 바뀌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선생님이 자연스럽게 꺼내 든 교실 지우개로 뭔가를 표현해 다른 아이들이 알아 맞추는 게임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한 아이가 나와 지우개로 말 없이 몸짓으로 지우개 쓰임새를 표현한다. 설거지 하는 동작, 문 열쇠를 여는 동작, 자판기에서 돈이 나오는 동작 등을 아이들에게 표현한다. 사이 사이에 김은영 선생님은 "동작은 강하고 크게 해야" 한다고 일러준다. 그러면 아이들은 작았던 몸짓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면서 자신이 표현하고자 했던 사물의 쓰임새를 다른 아이들이 금새 알아차리도록 한다. 여기저기서 손을 들어 쓰임새를 말한다.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이 모두 한 번씩 지우개를 다른 쓰임새로 표현하는 몸짓을 했다. 40분 수업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김은영 선생님은 수업이 끝나는 무렵 아이들과 이른바 '피드백'을 꼭 한다. '나누기' 이름을 붙였다. 아이들에게 '오늘 수업이 어떠했는가' 하는 반응을 점검한다. 수업에 참여한 모든 아이에게 질문을 던진다. "오늘 수업은 어땠어?". 그리고 반응을 듣는다. 아무 소리 하지 않던 아이들도 반응을 한다. 꼭 나누기 시간을 갖는 것은 아이들과 이 수업이 스스로 참여해서 함께 만들어 가는 일임을 자연스럽게 일깨워주기 위함이다.
 
심혜민 학생(2학년 7반)은 "내가 직접 생각한 것을 표현해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윤치우 학생( 2학년 7반)은 "다른 아이가 지우개로 표현한 것을 보고 나는 왜 그런 생각을 못했지"하고 말을 이어갔다. 아이들은 다음 주 연극시간이 기다려진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40분간 연극 수업은 마무리됐다.
 
목향초등학교 홍순분 선생님(2학년 부장)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1개가 될까 말까 한다. 모든 학교에서 신청해서 잘 선택되지 않는다. 그만큼 일선 학교에서는 요청이 많다. 문화와 예술 분야는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데, 담임 선생님들이 그것을 다룰 수 없다. 그래서 요청이 많다. 이 제도는 학교 선생님들이 좋아한다. 특히 아이들도 좋아한다."면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올해는 매주 화요일 오전 9시에 수업이 시작된다. 김 선생님은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2시간 걸려서 오는 길이지만 아이들이 좋아하고 학교도 좋아하는 일이기에 늘 즐거운 마음으로 이 교육 연극을 해 나간다. 
 
그는 "현재 목향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이 연극수업으로 표현에서 자유로와지고, 주저함이 없고, 아울러 재미 있다고 느끼는 그 순간 순간을 위해 시내버스가 이 곳 초등학교 앞에 25분에 한 대씩 다니는 것도 별 어려움이 없다"라고 말한다. 
 
연극 수업 중 한쪽 구석에 늘 혼자 앉아 있던 아이에게 "이 장면은 네가 잘 하겠다"며 말을 걸자, 의자를 삐죽삐죽 끌고 아이들과 나란히 마주앉아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1학기 연극 수업 평가에서 그 아이가 MVP상을 받았다. 그 아이가 연극 수업으로 자유로운 몸짓을 체득한 게 몹시 기뻤다고 김 선생님은 말한다.
 
문화·예술교육 전문 강사 김은영 선생님을 보면 옛 러시아에서 일어났던 '브나로드 운동'이 생각나고, 일제강점기에 심훈이 쓴 '상록수' 소설이 문득 생각이 난다. 아마도 목향초등학교 가는 길에 논과 밭도 보이고, 접근하기 다소 어렵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그는 가수 싸이가 한 말이 생각난다고 한다. "불러주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는 그 말이 귀에 확 박혔다고 한다. "저를 불러주는 곳이면, 어디든 행복한 마음으로 달려갈 것"이라는 김 선생님. 어깨에 맨 그의 가방에는 꿈이 한 가득 넘쳐나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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