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 사모지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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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산 사모지고개
  • 이창희
  • 승인 2012.12.1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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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나무가 멋지다

문학산 봉우리와 노적봉 봉우리 사이에 관교동에서 청학동으로 넘어가는 긴 고갯길이 있는데 이 길을 사모지고개(삼호현, 함호재고재, 삼해주현, 사모현)라 부른다.

이 고개는 4세기 백제의 근초고왕 때 고구려의 고국원왕이 백제를 침공했으나 오히려 백제에 밀려 평양성에서 화살에 맞아 죽고, 백제는 영토는 지켰지만 고구려와의 사이가 불편하여 중국(남조)과의 육로 교류가 봉쇄되어 새로운 해상로을 물색하다 보니 이곳 연수구 아래 한나루(나진항)을 택하게 된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사신과 가족들은 지금의 장수IC 근처 성현으로 뜻이 와전되었으며,옛 이름은 이별고개 별리현이다. 또한 손을 맞잡고 "이제 다녀오리다" 하고 인사를 하고, 다시 이곳 삼호현(사모지고개)에서 가족들에게 3번 크게 "잘 다녀 오마" 이별을 고하는 고개였다고 한다. 이곳 삼호현을 지나 능허대 쪽으로 멀어져 가는 사신의 뒷모습과 조국을 위해 생사의 기약 없는 망망한 항해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저미어 온다.

백제시대에 한나루(대진항)는 국제적 항구로 많은 배가 출항을 하였다. 그러나, 고구려의 장수왕이 백제를 치고 계류왕을 죽이면서 이곳이 고구려에 함락되고, 백제의 수도가 웅진으로 내려가면서 이곳도 항구로는 잊혀지게 된다.

고구려는 중국과의 육로 교류가 활발했으므로 위험한 해상로의 이용 필요성이 없어, 사신보다는 인천지역 주민의 교통로로 사랑받게 되면서 구전되는 전설 등을 많이 품게 되는데, 바로 사모지 고개 양옆으로 재미나는 전설이 있는 바위가 2개 있다. KBS 전설의 고향에서 소개된 술바위와 갑옷바위 전설이다.


인천 문학산 사모지고갯길은 전설이 많은 장소이다. 전설에는 꼭 금기가 있다. 전자인 술바위 전설은 세 잔만 허용된다는 것이고, 후자인 갑옷바위에는 아무리 궁금해도 보려 들지 말라는 것이다.남구와 연수구를 매일 다니는 길손들은 한참동안 산을 올라 오다 보면, 꼭 사모지고개에 이르러 한쪽 바위에 걸터 앉아 쉬어 가게 되는데, 이 때 선녀보다 더 예쁜 처자가 바위구멍에서 나와 술을 한 잔 권하며 따라준다. 한 잔 더 줄 수도 있다, 마지막 세 잔까지는 줄 수 있다.

하지만 세 잔 이상을 요구하면 큰일이 나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세 잔 이상을 청한 적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도를 닦는 스님이 이 곳을 지나가면서 매번 그러했듯이 예쁜 처녀가 따라 주는 술 세 잔을 마셨다. 그런데 오늘은 웬지 한 잔만 더 먹고 싶어서 금기인 줄 알면서도 스님은 끝내 처녀에게 한 잔을 더 달라 간청을 했다.

그러자 그 예쁜 처녀는 술이 나오는 바위구멍 속으로 들어 가 버렸고, 스님은 못내 아쉬워 바위구멍에 목을 길게 빼고 양손을 바위에 대고 무릎을 꿇고 아무리 애타게 불러봐도 처녀는 구멍 속에서 나오질 않았다. 욕심 많은 한 사람 때문에 술을 가득 담고 있던 술 바위는 더 이상 길손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영물이 아니며, 그저 큰 바위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술 바위를 자세히 살펴 보니 지금도 그때 손자국과 발자국이 그대로 새겨져 있다. 그래서인지 술 바위는 일명 중 바위라 불려지기도 한다.

사모지 고개를 사이에 두고 술 바위 맞은편에는 갑옷바위가 있다. 옛날 어떤 장군이 인천에 난리가 나면 이곳을 구원하고자 바위 밑에 갑옷과 투구를 숨겨 놓았는데 금기로서 절대 열어 보지 말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곳 안관당을 지키는 당지기(일명 무당)는 호기심에 그 바위 안에 숨겨 논 장군의 갑옷을 확인하려 했고, 바위를 깨뜨리기 위해 몰래 도끼로 바위를 내리치는 순간 그만 벼락에 맞아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바위는 중간이 깨져 버리면서 갑옷도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매일매일 욕심을 버리면서 살라는 옛 선조들의 가르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과거 청학동 사모지고갯길은 계양산 징맹이고갯길과 함께 임꺽정이가 통과세10%를 징수했다는 재미있는 설화도 있는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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