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물 인천 사람들의 삶과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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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물 인천 사람들의 삶과 꿈’
  • 배천분
  • 승인 2012.12.2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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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해 시인 시집『미추홀 연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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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시인 정경해의 시집『미추홀 연가』가 출간되었다. 시집『미추홀 연가』(문학의 전당, 124면 값, 8천 원)에는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을 겪은 ‘짠물 인천 사람들의 삶과 꿈’을 담아낸 시들로 가득하다. 그동안 시인으로 바라보고 가슴 속에 눌러놓았던 언어들을 일상의 아름다움과 인간애로 전달하고 있다.
4부로 나눠 수록된 58편의 시에서 인천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하며 인천인 들의 모습을 문학적으로 그려냈다. 시집에는 인천 연작 시 외에도 사회적 약자의 눈물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대변하는 시들도 수록됐다.
구한말 인천은 서구 열강의 개항 요구에 신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항 이후 인천항은 미곡 반출의 기지로서 피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인천시인 정경해의 인천의 과거와 현재를, 인천에서의 삶과 꿈을 그 어느 문인보다 ‘문학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시집에는 인천 연작 시 외에도 사회적 약자의 눈물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대변하는 시들이 수록되어 있어 감동을 준다.
정경해 시인은 1995년『인천 문단』신인상과 2005년『문학나무』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저서로 시집『선로 위 라이브 가수』와 동화집『미안해 미안해』가 있다. 2007년과 2012년 인천문화재단 창작기금 혜택을 받았으며 현재 미추홀도서관 문학 강사로 활동 중이다.
정 작가는 “30여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나를 인천사람으로 살게 해 준 ‘인천’이란 도시에 대한 작은 보답이다. 제가 사는 지역에 관심이 없는 요즘 사람들에게 과거 수많은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 있던 인천을 꺼내 보이고 싶었다. 누구보다 청소년들이 많이 읽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다음 시집은 좀 더 지역을 세세히 보고 느낀 결과물들을 내놓고 싶다며 따뜻한 감성이 담긴 아이들만을 위한 동화도 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작 시집에는 인천의 시인이 그린 인천 사람들의 삶과 꿈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중에서도 송현동의 옛 모습을 마치 수채화로 그린 듯한 ‘송현동’, 집창촌이란 과거를 지워 가는 숭의동 옐로우하우스를 다룬 ‘숭의동’, 현재의 휘황찬란한 모습에 원주민들의 사연을 녹여낸 ‘송도국제도시’가 눈길을 잡아끈다.
모두 작가 특유의 애잔하고 따뜻한 시어로 완성된 시들로, 꼼꼼한 역사조사를 바탕으로 쓰였기에 시에서 발견하는 특정 지역의 옛 지명이나 과거의 사건들은 읽는 이들로 하여금 새로운 감흥을 전한다.
또한, 이번 시집에는 인천 연작 외에도 청년실업자 등 사회적 약자의 눈물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대변하거나 청소년 자살 등 불안한 사회현상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들도 함께 실렸다.
인천이 낳은 문인이 적지 않은데, 그 가운데 정경해는 인천의 과거와 현재를, 인천에서의 삶과 꿈을 그 어느 문인보다 ‘문학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시인이다. 인천의 시인 정경해의 ‘인천 연작 시’부터 먼저 읽어본다.
"비 오는 날 북성동 거리를 걷는다. 구멍 난 우산 속을 들여다보던 하늘, 회색 낯빛으로 눈을 감고. 빗물에 긴 머리 늘어뜨린 담쟁이덩굴, 손톱을 세운 채 담장에 붙어 있다. 붉게 단장된 거리는 옛 시절을 잊은 듯 공화춘 간판만이 짜장면의 역사를 불러온다. 어둠이 붓을 들자 북성동 거리는 점점 충혈된 눈을 빛내며 도발적인 자태로 청요리 냄새 밴 엉덩이를 흔들고 있다. 높게 솟은 패루가 차이나타운 길목을 안내하며 당당하게 서 있지만, 북성동 거리는 아직도 부둣가 인부들의 휘청대던 가난한 발자국을 좇는 듯, 알 수 없는 눈물을 질금대고 있다." ─「인천 31-북성동」 전문
 
화자는 지금 인천광역시 중구에 자리 잡고 있는 북성동 차이나타운을 비 오는 날 걷고 있다. 추억 속의 북성동 거리와 지금의 차이나타운 길목은 천양지차다. 특히 밤이 되면 이 거리는 “점점 충혈된 눈을 빛내며 도발적인 자태로 청요리 냄새 밴 엉덩이를 흔들고 있다”. 하지만 인천의 도시개발 역사를 알고 있는 시인은 “아직도 부둣가 인부들의 휘청대던 가난한 발자국을 좇는 듯, 알 수 없는 눈물을 질금대고 있다.”고 인천의 과거지사를 표현하고 있다.
북성동 밤거리의 휘황찬란한 불빛 밑을 거닐면서 이 거리의 지난날을 짚어보는 것이야말로 역사의식이 아니고 무엇인가. 사학자나 기자는 『인천개항사』(나채훈 박한섭)나 『이방인의 눈에 비친 제물포─인천개항사를 통해 본 식민 근대』(이희환)를 쓰지만, 시인은 이렇듯 시 한 편 속에 도시의 변천사를 담을 수 있다.ㅡ이승하의 해설 「인천의 시인이 그린 인천 사람들의 삶과 꿈」에서
이승하 시인은 “최근 들어 시집이 독자들의 외면을 사게 된 것은 우리네 보통사람들의 삶과 꿈에 유리된 작품이 태반이어서 그렇다”며 “정 시인의 이번 시집은 인천과 인천 사람들의 면면을 잘 그려 감동을 주는 시편이 많다”고 평가했다.
정경해 시인의 시집에 대해 김영승 시인은 “그가 바라보는 일상은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의 연속을 부유하는 동시대인들의 표상이기에 정경해의 시는 일종의 집단 무의식으로서의 동시대인들 일반의 집단 무의식을 이룬다”고 평했다.
가령 「길」이나 「황사」에서 보이는 ‘지금-여기’ 그 시간과 공간이 박탈된 드라이플라워 같은 풍경과 인식은 얼마나 낯설고 멀며 그리고 느린가. 그러면서도 그 풍경과 인식은 기실 얼마나 익숙하고 가까우며 그리고 빠른 풍경과 인식인가. 그리하여 정경해의 그러한 역설과 반어의 시적 공간은 멀면서도 가까운 공간이고 가까우면서도 먼 공간이 되게 하여 그 시적 공간의 안과 밖에 놓인 동시대인들을 홀연 낯선 이방인들의 관계와 그 집단적 독백의 자각에 놓이게 하며 마침내는 그 실존적 고독에 그 유대를 모색케도 하는 것이다.ㅡ김영승 시인의 표4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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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시인은 “인천의 역사와 풍경을 담아내고 인천을 탐구하고 싶은 간절한 욕망으로 시를 썼다”며“시를 통해서 역사를 알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인천 연작 시를 썼다.”며 일상에서 시를 찾고 서민을 대변하는 시들을 쓰면서 아울러 인천을 연작으로 계속 시를 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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