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은 겨울 막바지를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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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은 겨울 막바지를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02.14 0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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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공원 동물들, 봄이 어서 오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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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내린 올겨울, 인천대공원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도 겨울나기가 힘겹다. 특별히 월동 준비없이 지내는 동물도 있지만 대개는 보온시설이 된 실내에서 봄을 기다리고 있다. 동물원 주변에 있는 나무와 풀들은 벌써 힘껏 물을 빨아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동물들은 어서 봄이 와야 ‘갇힌’ 마당에 나와서라도 뛰놀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겨울 막바지를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2월 13일, 동물원에 들어서자마자 왼쪽으로 쥐목 고슴도치과인 ‘기니피그’가 보온등이 켜진 실내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 옆으로 ‘미니나귀’ ‘셔트랜드 포니’ ‘과나코’가 쪼르르 있다. 이들은 특별한 월동준비를 하지 않아도 잘 지낸다. 춥거나 눈비가 오면 집으로 들어간다. 대신 겨울철 피부를 관리하기 위해 비타민A가 많이 들어있는 당근을 많이 먹는다. 그 외에 감자 고구마 건초 배합사료를 먹는다. 이때 비닐봉지에 싸온 딸기를 미니나귀에 먹이는 사람이 보였다. 장수동에 산다는 주부 김모씨는 거의 날마다 동물원에 찾아온다고 한다. “자주 와서 아는 척을 해서인지 아이들이 알아본다. 동물원이 쉬는 날에는 만나지 못해 섭섭하다”며 웃었다. 그의 말대로 나귀들이 그의 손바닥을 다정하게 핧아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람쥐 종류인 ‘프레리독’은 전기시설과 바람막이가 잘 되어 있는 곳에 산다. ‘프레리’는 ‘초원’이라는 뜻이고 ‘독’은 짖는 소리가 개와 비슷해서 붙여졌다. 봄이 되면 ‘캉캉’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당근, 고구마, 땅콩을 먹는다. 원래는 넓은 초원 땅 속에서 굴을 파고 지낸다. ‘잉꼬’는 동절기에는 집에서 나오지 않지만, 나머지 새들은 특별히 난방이 필요하지 않다. 식육목 개과인 ‘사막여우’는 모두 여섯 마리인데 보온등 아래서 웅크리고 있었다. 이들은 야행성이라, 낮엔 주로 자고 밤에 그들끼리 놀기도 하고 밥을 먹기도 한다. 이들은 20℃ 이상 되어야 지낼 수 있어 라지에타를 틀어주고 보온등을 켜주어야 한다. 식육목 몽구스과인 ‘미어캣’은 곤충 뱀 도마뱀 등 소형 파충류와 전갈 등을 먹고 살아야 하는데, 여기서는 대체음식을 먹고 산다. 이들은 아프리카가 고향이라 추위에 약한 편이다. ‘검은머리장수앵무’는 보조 사육사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 3월께 날이 풀리면 집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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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육목 개과인 ‘코요테’는 수놈끼리 싸우는 바람에 격리시켜 놓았다. 이들의 고향은 알래스카에 거쳐 중아메리카다. 꼬리를 아래로 내리고 달리며 시속 64km로 달린다. ‘일본 원숭이’는 따로 난방을 하지 않는다. ‘코먼마모셋’은 추위에 약하다. 소목 사슴과 ‘꽃사슴’ 7마리는 서로 모여 앉아 있기도 하고 밥을 먹기도 한다. 이들 먹이통에는 건초와 배합사료가 놓여 있었다. 개목 개과 ‘너구리’는 한 마리뿐이다. 담당직원 최홍일씨는 “지난해에 짝이 죽었다. 따뜻한 봄이 되면 짝을 들여올 것”이라고 했다. 가끔씩 나온다는 다람쥐는 추워서인지 꼼짝하지 않았다. 매목 수리과인 ‘독수리’는 수리 중 가장 크며 머리 위쪽에는 깃털이 없어 대머리처럼 보인다. 독수리 두 마리는 나뭇가지에 앉아 있었다. 공작, 인도공작, 황금계도 모여 있었다. 올빼미목 올빼미과인 ‘수리부엉이’ 두 마리는 우리 높은 곳에서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타조’는 비교적 넓은(?) 마당을 슬슬 걸어다니고 있었다. 너른 초원을 마구 달려도 시원찮을 판인데, 이들은 동물원 동물로 지낼 수밖에 없어 답답할 것 같았다. 그들의 튼튼하고 긴 다리가 안쓰럽다.

인천대공원 동물원에서는 해마다 ‘동물교실’을 연다. 유치원을 비롯해 어린이집 아이들과 초등학생들이 주로 많이 찾아온다. 최홍일씨는 “2월말에 해설사를 뽑아서 봄이 되면 동물교실을 다시 열 것이다. 아이들이 관람할 때는 해설사들이 따라다니면서 자세히 설명해준다”면서 “동물 식구를 늘릴 계획은 아직 없다. 시설이 한정되어 있어서 무작정 늘리는 것은 무리다”라고 말했다.

동물원 주변에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았지만 어느 시인이 말한 것처럼 ‘도둑고양이처럼’ 봄이 오면 인천대공원 동물원은 북적댈 것이다. 개나리, 산수유가 피어나면 동물들도 활짝 기지개를 켜고 그나마 좁은 집에서 나와 흙을 밟고 시원한 공기를 마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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