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키워드 무기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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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키워드 무기억성
  • 정영수
  • 승인 2013.04.15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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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정영수 / 프라임전략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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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략에서 “전략체계도” 혹은 “비전 체계도”라고 불리는 개념이 있다. 일반적으로 “전략체계도”는 특정 기업이 달성하고자 하는 비전과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가치, 목표와 전략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민간부문에서 주로 활용되었던 “전략체계도”는 노무현 정부 때 정부혁신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도구로 공공부문에서 논의되기 시작해서 이제는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모두 “전략체계도”를 수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국가 전체적으로도 “전략체계도”를 작성하는데 이를 “국정 목표”, “국정과제” 등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매 5년 마다 대통령이 바뀌게 되면 새 정부가 출범하고 새 정부는 국정목표 및 국정과제 등을 수립하는데 이러한 작업들이 바로 새 정부의 “전략체계도” 수립으로 얘기할 수 있다. 새 정부 인수위원회의 주요 업무 중의 하나가 “전략체계도”를 수립하는 것이며 새 정부의 “전략체계도”는 향후 5년간 국가 정책의 기본골격 및 방향이 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매 정부가 그래 왔듯이 국가 “전략체계도”가 수립되면 “전략체계도”를 관통하는 키워드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키워드는 5년간 정부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게 되며 대통령이 항상 얘기를 하게 되고 그 결과 정부의 특성을 표현하는 단어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박정희 정부의 “경제발전”, 전두환 정부의 “사회 안정”, 노태우 정부의 “북방외교”,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김대중 정부의 ”경제위기 극복“, 노무현 정부의 ”혁신“,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등이 대표적인 각 정부의 키워드 들이다. 박근혜 정부 역시 정부의 “전략체계도”와 “전략체계도”를 구성하는 국정비전, 국정목표, 국정전략 등을 수립하였다. 현재까지 나타난 박근혜 정부의 키워드는 “국민행복”, “창조경제”, “현장중심” 등으로 생각된다.
 
정부의 키워드를 생각할 때 늘 아쉬운 것은 키워드의 무기억성 혹은 키워드를 기반으로 하는 정책의 무기억성이다. 새로운 정부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혹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지난 정부와 차별성을 강조하여 지난 정부의 키워드 및 키워드 기반의 주요 정책들을 무조건적으로 잊거나 무시하는 현상이 매번 새 정부가 출범할 때 마다 반복되어 왔다. 이에 따라 국가 주요 정책의 방향 및 주요 과제들은 변경되어왔고 그 결과 발생하는 유형적, 무형적 사회비용은 적지 않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노무현 정부의 “혁신” 키워드이다. 노무현 정부는 “혁신”을 국정의 대표적인 키워드로 설정하고 그 추동력으로 정부혁신을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하였다. 정부혁신 추진과정에서 혁신 내재화 미흡과 급속한 정부혁신 추진에 따른 공직 내부의 저항 및 반발 등의 문제가 있었으나 국정의 대표적인 키워드로는 긍정적으로 생각되었다. 혁신은 공공 및 민간부문 모두 상시적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개념이고 국가 및 조직,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에 함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혁신” 키워드를 사용해서는 안 될 금기시 되는 단어로 규정하고 이를 버렸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추진해왔던 혁신으로 공직사회가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하였고 효율적이고 생산성 높은 정부로 발전하기위한 작은 불꽃이 큰 불꽃으로 확대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나 아쉽게도 공직사회는 과거로 회귀하게 되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부혁신이 5년 정도만 계속 추진되었으면 우리 공공부문은 민간부문 못지않은 고객중심의 능률적인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이 같은 시행착오를 박근혜 정부는 반복하지 말기를 기대해 본다. 과거 역대 정부에서 추진해 왔던 대표적인 키워드 등을 폐기하기 보다는 의미있고 가치있다고 생각되는 키워드들은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그 키워드 등을 기반으로 하는 정책들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경구는 개인 및 조직, 국가 모두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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