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도 오지 않는데 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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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도 오지 않는데 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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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4.2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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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투자자 '경쟁력 없다' 외면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송도 국제업무단지 내 상가 '커낼워크'는 얼마 전 완공됐다. 하지만 임차인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다. 올해 말 준공을 앞둔 국내 최고층 동북아트레이드타워(65층)에도 사무실 입주 계약이 한 건도 체결되지 않다가, 미국의 시스코가 최근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본부'를 두기로 하면서 간신히 숨통이 트였다.

'21세기 미래도시 모델'로 기대를 모았던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대한 해외 기업과 투자자의 반응은 아직 시원치 않다. 도시는 미래지향적이지만, 기업과 투자자가 체감하는 정책적 매력과 효율성이 이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모니터그룹이 세계 20개 경제자유구역의 경쟁력지수(FCI)를 평가한 결과에서도 종합 순위 7위를 차지한 인천의 정책·운영경쟁력은 15위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65층의 송도국제도시 내 동북아트레이드센터(NEATT).
 
규제를 완화해야 경제자유구역이 산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연세대 송도캠퍼스 인근 11공구 10.9km²를 매립하기 위해 2003년부터 정부와 협의하고 있지만, 최종 매립승인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환경파괴 논란 등 시비에 휘말려 매립면적만 8.26km²로 축소시킨 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송도 국제업무단지 개발자인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가 개발이익금 1700억 원을 들여 지난해 5월 완공한 국제학교도 개교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운영자를 외국 비영리학교법인으로 제한하고 이익의 해외송금을 차단하는 규제가 장애물이다. 초기 투자비 부담을 떠안고 단독으로 국제학교를 운영할 비영리법인이 나설 때까지 누군가가 투자 손실금을 보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외국인을 위한 필수시설인 국제병원은 미국 존스홉킨스와 서울대가 투자자로 나섰는데도 국내 법규가 없어 개원을 하기엔 시간이 많이 필요한 형편이다. 이 병원은 5억 달러 규모의 외국인직접투자(FDI)와 의사 간호사 등 50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영리병원 허용을 담고 있는 관련법이 5년째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제동이 걸렸다.

NSIC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에서 개발계획 승인을 받으려면 최고 30여 개 법률에 65개 사항을 관련 부처와 협의해야 한다"며 "통상 270일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이번 FCI 조사에서 인천은 정책·운영 경쟁력만 끌어올려도 선두권 도약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후발 주자인 인천 FEZ의 미래가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 인적 자원 등의 잠재 역량을 극대화하는 차별화한 정책과 운영경쟁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22%인 법인세율을 경쟁상대인 홍콩(17.5%)이나 싱가포르(18%) 수준으로 낮춰줄 것을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제조, 물류, 관광 분야로 제한된 조세감면 대상도 고부가가치 서비스, 첨단 기술산업 분야로 확대하고 FEZ에 투자하는 국내 기업에도 세금 감면 혜택을 줘 '비즈니스 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계별 중장기 전략과 실행 방안도 필요하다. 폴란드는 15년째 재직 중인 경제특구청장이 있을 정도로 중장기 관점에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친환경 경제특구인 마스다르는 인재와 기업 유치를 위한 첫 단계로 관련 분야 대학원을 설립하고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를 유치했다.

본격적인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기업과 투자자의 눈에서 전략, 조직, 업무 프로세스를 바꾸는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싱가포르 투자유치 전담기관인 경제개발청(EDB)의 이사회나 중국의 경제특구 톈진 빈하이의 자문위원회는 각각 구성원의 59%, 46%가 기업인 등 민간 출신일 정도로 민간 참여가 활발하다.

국내 6개 FEZ의 해외투자 상담창구를 일원화하는 한편, KOTRA 등 관련 기관과 협력을 강화해 해외 투자자를 찾아가는 선제적인 마케팅 전략도 필요하다.

정책적 지원도 소극적 투자 안내에서 찾아가는 투자 유치와 투자 기업의 성장을 돕는 사후관리로 확대돼야 한다.

싱가포르, 두바이, 홍콩 등은 투자 기업의 성장을 돕는 전담팀과 입주기업 커뮤니티 서비스 등의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부다비나 두바이처럼 인터넷을 통해 영어로 투자 유치를 상담하는 식의 '사이버 경제자유구역' 서비스도 '언어 장벽'을 뛰어넘을 대안으로 꼽힌다.


 
송도국제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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