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한국문학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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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한국문학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05.14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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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박물관, <동시대 한국문학의 흐름과 인천의 문학> 인문학 강좌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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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한국문학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5월 14일, 인천시립박물관 2013 인천시민 인문학강좌 상반기과정 5주차 강의는 <동시대 한국문학의 흐름과 인천의 문학>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됐다. 강의를 맡은 조강석 인하대교수는 키워드를 근대문학의 종언, ‘미래파’와 ‘무중력의 글쓰기’, ‘미학의 정치, 혹은 미적인 것의 정치’로 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문학작품 속에 나타난 인천만 다루어도 그 양이 많다. 인천 출신 작가도 많고, 현재 인천에서 태어나 활동하는 사람도 많다. 상당히 많은 작가가 양질의 문학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엄밀히 ‘인천 출신 작가’를 규정하기는 어렵다. 인천에서 활동했느냐, 인천지역에서 태어나 활동하고 있냐까지 포괄적으로 다 봐야 하는지 의견이 많다. 어쨌든 문학의 자부심을 내세우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 같다.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이 외국에서 활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모두 ‘포함시키는’ 게 낫지 않겠나. 인천 출신 작가들이 한국문단에서 어느 정도 중심적인 역할을 하느냐, 수행하면서 문학의 작품성을 놓고 볼 때도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나 알 수 있다. 김애란, 안보윤, 장석남, 임선기 등은 2000년대 한국문학을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조 교수의 강의 내용이다.

“문학사는 대개 10년 단위로 끊어서 말한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방식이다. 한국의 현대문학은 2000년대 문학을 일컫는다. 80년대 문학과 90년대의 문학은 다른 양상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의미가 무척 다르다. 현대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다르다. 1980년대 문학은 무엇이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현실과 아주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으면 현실을 반영한다. 정치적인 견해는 다르나 1980년대 문학은 현실비판이 아니라 다른 문학을 하는 사람도 많다.”

“‘진선미’는 무엇일까. 진은 진리라는 인식의 문제, 선은 도덕과 윤리라는 행함의 문제, 미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의 문제다. 문학도 당연히 인간 정신활동의 문제다. 사실 엄밀하게 나뉘지는 않는다. 동양은 진선미가 일치된 상태를 중요시 여긴다. 단순히 두뇌적인 게 아니라 가슴을 울릴 수 있다면 최고의 작품이다. 하지만 진선미를 골고루 다 갖춘 작품은 많지 않지만 있다. 상대적으로 어느 것이 좀 더 비중이 있는 시기가 있다. 1980년대 초반에는 사회의 심각한 문제들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작가들이 쓴 형태는 ‘방문체험기’ 형태의 르뽀르타쥬였다. 당시 시안은 이 형태로 시를 썼다. 문학 자체를 고지적 인지적에 비중을 두었다. 지금은 양보하더라도 사람들이 엄연히 알아야 할 사실을 몰랐을 때, 그 사실을 알려야 했다.”

“1990년대는 ‘후일담 소설’이 많았다. 80년대를 겪고나서 반성을 했다. ‘내가 너무 문학의 효용성만 강조했나’ 하면서 90년대에는 좀 더 개인적으로 낮은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서정적인 목소리들이 나왔다. 시에서는 장석남 시인이 혜성처럼 나타났는데, 그는 시를 잘 쓰기도 했지만 당시 사람들이 그런 시에 목말라 해있던 시절이기도 했다. 90년대 한국문학을 말할 때 장석남을 빼놓을 수 없다.”

“루쉰은 ‘번역은 남의 불을 빌려와서 자기 고기를 굽는 것이다’라고 했다. 외국 문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그것을 통해 자기문학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라라타니 고진은 2000년대 중반에 한국에 와서 ‘한국에서도 문학은 죽었구나, 근대문학은 끝났구나’라고 했다. 그는 <근대문학의 종말>이라는 데 ‘실제로 한국에서는 문학이 학생운동과 같은 위치에 있었으며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므로 문학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그 경우 문학이란 소설이기보다 오히려 시였습니다.’ 그는 80년대 한국 문학을 봤을 때 사회적 발언력이 있고, 사회적 발언에 관대한 것을 보고 ‘살아있는 문학이구나’라고 봤다. 가르타니 고진은 진과 선을 강조했다. 인식적 기능과 도덕적 기능이 함께 작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2000년대 중반에 한국 문학은 문학적인 영향력도 사라지더니 문학작품을 읽는 독자도 많이 사라졌다. 작가들은 80년대부터 이어지는 역사의식, 즉 부채의식이나 죄의식 때문에 의무감이 있었다. 90년대는 여기서 자유롭지 못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자유로워졌다.”

“감각에 입각한 시들이 많아졌다. 현실, 소통, 서정, 후일담이 아닌 ‘감각’이다. ‘내 감각은 이렇게 느낀다’면서 감각적 사실관계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 찬반양론이 있을 수 있는데, 권혁웅 평론가는 감각에 입각해서 시를 쓰는 ‘미래파’를 옹호했다. 시에서는 ‘미래파’, 소설에서는 ‘무중력의 글쓰기’라고 볼 수 있다. 소설에서는 이광호가 옹호했다. 무게감, 부담감, 부채감, 죄의식 없이 글을 쓸 수 있구나라는 걸 알 수 있다. 자기 내면만 쓰는 게 작품이 될 수 있느냐, 그래도 문학은 진선미, 적어도 이웃에 대한 책무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었다. 공동체의 결성, 단합을 위한 문학이 끝났다고 문학 전체가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끝났다’. 하지만 견해 차이는 있을 것이다. 이때 ‘양립이 불가능하냐, 같이 가는 방법이 없냐’는 반론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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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계에 어떻게 반응할 수 있을까?’ 진은영은 ‘우리에게도 유토피아에 사는 게 아니고 80년대와 또 다른 세계에 살지만 의식을 갖고 살아야 한다. 하지만 80년대 방식이 옳은가, 같이 도모할 일은 없나’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80년대는 진선미를 다함께 지향했지만 2000년대는 미를 강조했다. 이 문제는 문학을 하고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작가이자 철학자인 프레드릭 쉴러는 <인간의 미적 교육에 관한 편지>라는 데에 ‘동시대 인간은 감성의 영역도 중요시 여겨야 한다. 인간은 무한히 개발될 수 있구나. 이성적인 측면에서 인간은 상당한 도야를 이루었지만, 감성적인 면도 도야해야 하는구나’라면서 ‘미적국가’라는 말을 썼다. 사회적인 영향력만 따져도 안 되고, 개인적이고 폐쇄적인 면만 다뤄서도 안 된다. 작가가 있으니까 평론가가 있는 것이다. 우리들 시대에서는 작가에게 기대해야 한다.”

“본 강의에서는 네 명의 작가를 다루겠다. 김애란, 장석남, 임선기, 안보윤. 이들은 인천 출신 작가라서가 아니라 한국 문단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다. 김애란은 좀 독특하다. 이 작가는 등단 초기부터 ‘자가발전’하는 발전 경로를 밟고 있다. <달려라 아비>에서는 부모가 IMF를 겪고, 그 자식 세대가 피로함 곤궁함을 느끼지만 발랄하다. 자식 세대는 이후에 여러 방식으로 표출된다. 문학사적으로 아비를 부정하는 부권부정세대에서 ‘아버지 되기 어려움’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이전세대에 대한 원망도 있지만 함께 가야 한다는 인식도 있다. 한마디로 새로운 세대가 바라보는 관점이 나타나 있다.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그들 고유의 삶이 있는 거구나 하고 바라본다.”

“안보윤도 상당히 독특하다. 소설이 독하다. <우선멈춤>은 가족 이야기를 다루는데 ‘막장가족’ 이야기다. ‘산소’가 부족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산소’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얘기도 될 수 있다. 가족이기 때문에 행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가족을 재조망하게 된다. 꼭 이러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이 있었음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장석남 시는 직접 읽어보면 감성적인 부분과 지성적인 부분이 통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임선기 시인은 집요하게 자기가 돌아가 고향을 지시한다. 내가 돌아갈 곳을 계속 지목하는 것은 한국 문단에서 흔한 일이 아니다. 장석남, 안보윤, 임선기 작가는 이후 강연회에 올 것이니 궁금한 점은 그때 직접 물어보시라.”

인천광역시립박물관 인문학강좌 상반기는 ‘문학 속의 인천, 인천의 문학’으로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3강을 남겨두고 있는데 강의주제는 ‘나의 문학과 인천’이다. 5월 28일은 장석남 시인, 6월 11일은 안보윤 소설가, 6월 28일은 임선기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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