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어려우셔야 도움 받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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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어려우셔야 도움 받을 수 있어요"
  • 김영수
  • 승인 2013.06.1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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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김영수 / 인천YMCA 갈산종합사회복지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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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을 호소하거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분들에 대해, 사회복지사들은 겪고 있는 문제나 해결되길 바라는 어려움을 파악하기 위해 초기면접과 자료수집 과정을 거쳐 문제와 욕구에 대해 파악하고 분석한다. 그리고 문제해결을 위해 계획을 수립하고 개입하게 된다. 문제해결을 위한 개입에는 제도적인 지원, 사회적 지원과 프로그램 지원, 정서적 지원 등이 동원되는데, 문제는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에 비해 지원할 수 있는 자원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의 발전 정도는 이 격차를 줄여나가는 데 있다고 해고 지나치지 않다. 격차가 클수록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과 그 어려움의 정도를 판단하려는 사회복지사들의 답답한 대화가 이어진다.
 
“어르신! 수급권자이신가요?” “장애등급 판정은 받으셨어요?” “자녀분들이 소득이 있어서 어려워요” “이자 연체가 3개월을 넘으셔야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정신과에 진료를 받으신 다음에 정신장애 판정을 받으셔야 해요” “관리비 연체가 2개월 밖에 안 되셨다면 지원이 어렵겠는데요” ‘전세보증금이 기준보다 많네요“ ’거동이 가능하시니 요양등급 판정이 어려워요” “이 정도로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기 어려워요” “소득수준이 낮아야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더 어려우셔야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는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분들은 자신이 얼마나 능력이 없는 지, 얼마나 아픈 지, 자식들이 얼마나 자신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 지를 입증해야 한다. 면접의 과정에서 지원을 위해 환자가 되어야하고 장애인이 되어야 하며, 자녀들이 지원할 수 없는 사유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돌봄은 더 어려운 사람에게 주어지는 혜택이다.
 
물론 사회가 제공할 수 있는 지원은 언제나 제한적이다. 제한된 자원을 더 어려운 분들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문제는 약간의 지원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들이 더 어렵지 않다는 이유로 지원받지 못하고, 지원을 받는 분들은 너무나도 어렵기 때문에 지원이 지속되어야 하며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급자 증명서’는 사회적 지원이 없다면 생활의 유지가 어려운 사람임을 증명한다는 의미이다. 무척이나, 너무나도, 정말로 어려운 사람이기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어려움의 정도를 측정하는 시험에 통과했다는 의미이다. 아직은 어려움의 정도가 무척 심해야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이다.
물론 우리 사회의 사회복지제도는 단기간에 놀라운 발전을 했다. 굶어 죽는 이, 버려지는 이들이 급속히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사회복지장치는 ‘더 어려운 사람’임을 입증해야 작동하고 있다. 더 나아가야 한다면, 그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 좀 더 쉬운 사회로 향하는 것이라면, 어려움의 정도 아니라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에 더 눈을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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