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집 보다는 노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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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집 보다는 노인정
  • 문미정
  • 승인 2013.07.03 2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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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문미정 / 햇살인지건강지원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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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다 하지 못한 이야기, “이제 곧 당신 차례입니다.”
- 2013년도 노인생활실태 및 노인보호(학대) 실태에 관한 조사 발표를 다녀와서...
 
 
지난 6월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6.15)을 기념해 개최한 노인생활실태 및 노인보호(학대) 실태 세미나 및 토론회에 다녀왔다.
인천에서는 처음으로 시행된 조사로 인천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어떻게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자리였고, 인천에서 시행하는 노인정책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보완책등을 생각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 조사는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고 있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조사된 것으로 전체 노인 인구로 보기는 어렵지만, 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한 고찰의 참고치가 될 만하다. 그연구 주요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고 있는 노인인구는 인천 전체 노인 인구 중 14.7%다.
2. 수혜 노인인구 중 독거노인과 부부 동거 세대 등 노인만으로 구성된 집단이 70%다.
3. 노인자살률은 전국 4위에 이른다.
4. 노인학대 신고 접수률 전국 3위다.
5. 고령인구 현황 및 증감률 1위다.
6. 서비스 수혜 노인 인구 중 34.6% 자살 생각
7. 서비스 수혜 노인 인구 중 14.7% 학대 경험
8. 15% 이상 노인이 방임 및 정서적 학대 경험하였으나 인지하지 못함
9. 독거노인이나 가족 기능이 취약할수록, 사회 관계빈도가 적을수록 정신 건강에 취약
10. 부양 가족과 동거 노인 세대는 10%
11. 가족과의 관계가 년 1~2회 정도 50%
12. 친구나 가족 관계 부재 50%
13. 이용시설 이용 노인보다 재가 방문 서비스 이용 노인이 정신건강에 더 취약
14. 이용시설 이용 노인보다 재가 방문 서비스 이용 노인이 자살 시도 더 높음
이런 조사결과를 토대로 세미나 장소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 파악과 제언들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의 부족으로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인천in을 통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이날 세미나에서 필자가 가장 관심있게 본 내용은 재가서비스를 받으시는 어르신들이 더 우울하시다는 부분이었다. 직접 애써 움직여서 복지관이나 문화센터 노인정 등을 가서 이용하시는 노인보다 집에서 편안하게 재가서비스를 받으시는 어르신들이 더 우울하시다는 것이다.
당연하다고 여기는가? 아마 사회복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인 아니라면 의아하게 여길 수 있는 내용이다. 집으로 와서 밥도 해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청소, 빨래도 해주고 말벗까지 해주는데 왜 더 우울하지? 이 결과는 우리네 삶이 단순이 밥이나 먹고 목욕이나 하고 빨래나 해 입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네 삶에서 진정 필요한 것은 ‘반려자’ 인 것이다. 이는 대부분 가족이 될 수 있고 가족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인구 구조의 변화는 더 이상 노인의 반려자가 가족일 수 없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재가서비스가 그 ‘반려자’ 역할을 해주어야하는데 위와 같은결과는 그런 역할을 잘 해주고 있지 못함을 시사해 준다. 그렇다면 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재가 서비스가 그 ‘반려자’ 역할을 해주고 있지 못한 것일까?
이번 결과와 인천시에서 현재 실시하고 있는 서비스의 종류를 비교해봤다.
이용, 시설 서비스
재가 서비스
공통
-노인일자리 사업
-무료급식
-합독(맞선) 사업
-노인종합문화회관 운영
-노인복지관 운영
-노인문화센터 운영
-경로당 운영지원
-경로당 여가문화사업
-경로당 광역지원센터
-장기요양급여요양시설 지원
-치매노인 주간보호센터 운영
-식사배달
-노인돌봄 서비스
-장기요양급여 재가시설 지원
-재가노인복지시설(등외자)지원
-장수축하금 지급
-기초노령연급 지금
-안부전화용 사랑의 안심폰
-저소득 노인 건강진단
-저소득 목욕비 지원
-노인보호전문사업
-노인권익증진 상담사업
-학대피해노인전용심터 운영
-인천가족공원 운영
개수만 비교를 해봐도 이용시설지원이 훨씬 더 많음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재가서비스를 받는 어르신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세미나 자리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재가서비스 인력의 역량강화와 정기적 모니터링과 슈퍼비전이라고 제언하였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실제로 일부 재가서비스를 제공하는 'J' 기관에서 어르신의 정서적 활동을 위해 프로그램을 마련해 보기도 하고 재가서비스 제공자의 역량강화를 위해 끊임없는 교육을 실시하고, 최고 담당자가 모니터링을 하기도 하였지만 어르신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차가웠다. 서비스 제공자가 준비해간 프로그램은 늘 외면당했고, 정서적으로 따뜻한 말벗이 되어드리고자 하여도 집안 살림(어르신 본인의 것 뿐 아니라 다른 가족의 것 까지 요구하심)이나 하고 가라는 식의 ‘가정부’로 치부당하기 쉬었다. 야심차게 노인재가서비스를 준비했던 이 기관은 최초의 취지와는 다르게 지금은 그냥 다른 재가노인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과 다를 바가 없어졌다.
과연 더 좋은 서비스, 더 좋은 사람이 되어 집으로 방문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
필자는 어떤 방식으로든 집에만 계시는 어르신을 밖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밖으로 나와 노인정도 가시고 문화센터도 가시고 주간보호센터도 이용하시게 해야 된다는 말이다. 적어도 휠체어에 앉을 수 있는 힘이 있는 한 어떻게든 일반 노인들이 이용하는 복지 시설들을 같이 이용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나라에서 지팡이를 잡고 한쪽 팔이 마비이시거나 휠체어를 타시거나, 치매가 있으신 분들이 노인복지관 등을 이용하실 수 있으실까? 장애가 심한 노인들을 복지관이나 노인정에서 본 일이 있는가?
지금 노인복지관이나 노인문화센터에서 열심히 수강중이신 어르신들...
더 나이가 들고 움직이실 수 없게 되면 어떻게 살아가시게 될까?
노인복지 정책은 사회적 편견을 부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다른 세대가 아닌 바로 노인세대가 준비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노인세대가 아니고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일 세미나 자리에서도 어떤 노인회 회장님께서는 당장 급한 상담소 요청을 건의하셨다. 결국 말씀하실 수 있으시고 움직이실 수 있는 분들의 ‘입막음’을 위한 정책만 마련되어 진다는 얘기다.
어차피 정책은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게 되어 있다. 노인세대는 현재 지금의 ‘나’를 위한 정책만 제언할 것이 아니라 그 이후 ‘내가 조금 더 늙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될 때’를 대비한 정책에 대한 목소리도 키워주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울하게도 노년기의 시간은 빛과 같은 속도로 흘러가고 이제 곧 당신차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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