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십시일반(十匙一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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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십시일반(十匙一飯)
  • 조화현
  • 승인 2013.07.04 23: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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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조화현/i-신포니에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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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결혼이민자 수는 2007년 6천여 명에서 2011년 만 2천여 명으로 증가 했다고 한다.
필자가 이끌고 있는 현악앙상블 i-신포니에타는 그동안 어려운 가정을 위한 무료 결혼식 음악회인 ‘해피웨딩’콘서트를 2006년부터 진행하였고 2009년부터는 문화재에서 다문화가정을 위한 무료 결혼식을 진행하여 그동안 5쌍의 부부를 탄생시켰다.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에서 더 가난한 자신의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언어도 의, 식, 주 등 어느 하나도 안 통하는 타국으로 건너온 결혼 이주 여성들.
어느 날 그녀들의 결혼식을 진행하며 사전 인터뷰를 통해 그녀들도 우리와 똑같은 여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누구나 행복한 결혼식을 꿈꾼다. 결혼이주여성들, 그녀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곳에서 치러지는 그녀들의 결혼식은 대부분 합동결혼식으로 진행된다. 그녀들이 꿈꾸는 결혼식, 사실은 우리랑 다르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해마다 6월이면 인천개항장 안의 대표 문화재에서의 특별한 결혼식인 <해피웨딩>이라는 타이틀로 세상의 단 하나뿐인 결혼식을 진행해왔고 올해도 6월8일에 결혼식이 있었다.
한중문화관에서는 결혼장소를 무료로 제공했고 마리아 플라워 서옥선 플로리스트는 결혼식의 모든 꽃장식과 부케, 하버파크호텔 웨딩의 송해영 대표는 드레스와 턱시도, 메이컵 일체를, 안영애 한복에서는 신랑 신부의 한복, 그리고 하버파크호텔의 허니문 1박 숙박권을 안연환 지배인이 직접 협찬 했으며 카톨릭 연합 합창단인 라우데스 합창단은 결혼식 전체 공연과 축가를 흔쾌히 협찬했고, 서은미, 민경찬 사진작가는 그날의 아름다운 부부를 위해 웨딩사진을 찍어 주었다. 또한 일주건설 문완진 대표는 떡 케잌을 선물했다. 그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협의회 한창원 회장은 베트남에서 온 신부 브르티엉(베트남 이주여성)을 위한 자작시로 하객의 심금을 울렸을 뿐만 아니라 편안하고 아름다운 결혼식을 이끌었다. 게다가 i-신포니에타의 애정 있는 관객들과 언제나 후원을 아끼지 않는 후원회원들이 한결같이 자원봉사 스텝이 되어 그날의 결혼식을 모두 함께 성황리에 진행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이다. 당시 우리 반에는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친구가 몇 명 있었고 담임선생님은 도시락 뚜껑 몇 개를 돌리셨다. “밥 한 숱 가락, 반찬 한 가지씩 덜어보자! ” 일 년 내내 우리 반에는 아무도 굶는 친구도, 도시락을 안 가져와 부끄러워하는 친구도 없었다. 가난해서 도시락을 못 가져 오는 친구나 깜박 잊고 도시락을 안 가져오는 친구 모두 함께 그렇게 점심을 나눠 먹어야 했다.
몇 년 간 무료 결혼식을 진행 해 왔다. 그들이 부끄럽지 않게, 또, 그들이 기죽지 않게 하려고 무던히 애썼다. 그리고 그렇게 결혼식을 올린 가정들이 해마다 선배로서 결혼식에 참석해 주길 원했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이 부족 했었던지 그들은 쉽게 그 자리에 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희망이 보인다.
내년 <해피웨딩>엔 결혼이주민인 그들이 아기를 안고 결혼식 하객이 되어 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들이 행복해 하는 미소에서. 또, 다른 이주여성들의 부러워하는 눈빛에서. 그리고 그 후 더욱 단단해진 i-신포니에타 후원자들의 애정 어린 표정을 보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는 이 말을 초등학교 6학년에 처음 알았고 실감했다. 그런데 십시일반이 이 시대의 다문화 가정인 결혼이민자들에게 행복을 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행복 해 할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좋은 일을 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좋은 일을 혼자 하는 것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함께 나누면 가벼워지는 게 사실이다. 또한, 나눈다는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행복해지는 일이다.
우리가 살아가며 해야 할 일 중 하나, 십시일반(十匙一飯)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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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언 2013-07-05 13:50:56
정말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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